삼성이 200억 투자한 디엔에프 "전구체 등 반도체 소재 국산화"
“수주한 물량을 다 소화하려면 증설해야 합니다. 이미 받은 주문에 추가로 수주할 물량까지 더하면 공장이 조만간 꽉 들어찰 겁니다.”

김명운 디엔에프 대표(사진)는 1일 “투자금은 라인을 확대하고 새로운 소재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증설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말한 투자금은 삼성전자로부터 받게 될 210억원을 말한다. 이 회사는 지난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신주 81만30주를 발행하는 21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증자가 끝나면 삼성전자는 디엔에프 지분 약 7%를 보유하게 돼 김 대표에 이어 2대 주주에 오른다.

디엔에프는 KAIST 화학과 박사 출신인 김 대표가 한화석유화학에서 5년간 근무한 뒤 2001년 창업한 회사다. 2005년 삼성전자와 반도체 공정 소재 전구체(프리커서)를 함께 개발하면서 반도체 재료 시장에 진출했다. 전구체는 반도체 회로 형성 때 화학 반응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일본 정부가 2019년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디엔에프 전구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기존에 생산하고 있는 아이템은 생산능력을 1.5배로 늘려야 한다”며 “새롭게 국산화하는 아이템은 평가가 끝나는 대로 생산을 시작해야 해 새롭게 라인을 깔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디엔에프는 일감이 늘어나는 덕에 내년에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5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1.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52억원에서 118억원으로 불어났다. 김 대표는 “창업 이래 쉬지 않고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공을 들여왔다”며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아 글로벌 소재 강자로 거듭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삼성전자의 협력사 투자는 디엔에프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3월 또 다른 반도체 부품·소재 전문기업 에프에스티에 43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길 때 쓰는 포토마스크의 보호막인 펠리클과 반도체 식각공정용 온도 조절장치인 칠러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디엔에프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핵심 협력사 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동반 성장을 위해 지난해 6개 협력사에 190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