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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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축산물 전문 온라인 유통 플랫폼인 정육각이 축산물의 산지직송(D2C: direct to consumer) 유통 확산을 위해 손잡았다. 정육각은 농가에서 기른 축산물의 포장부터 배송, 소비자 응대까지 유통 전 과정을 도와주고,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통해 중간 유통 마진을 줄이면 농가 소득을 늘리면서도 소비자 가격은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네이버는 정육각과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스토어의 상대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신선식품 분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한 달 걸리던 유통과정 축소

[단독] AI가 '작업반장'하는 정육각…네이버, 축산 혁신에 꽂혔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축산물 전문 온라인 유통 플랫폼 정육각은 지난달 말 네이버로부터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네이버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로 정육각의 시리즈C 단계 투자에 참여했다. 정육각은 네이버를 비롯해 캡스톤파트너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40억원의 시리즈C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로써 누적 투자금은 700억원으로 늘었다.

네이버는 정육각이 구축한 혁신적인 ‘초신선’ 축산물 유통 플랫폼을 보고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 정육각은 ‘농장-도축장-육가공 공장-도매-세절 공장-소매점’으로 이어지는 기존 축산물 유통구조를 ‘농장-도축장-정육각’으로 대폭 간소화했다. 자체 공장에서 도축 이후 전 유통 과정을 처리한다. 이에 따라 도축 후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최소 1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넘게 걸리던 시간을 4일 이내로 단축했다.

정육각의 축산물 유통 혁신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있다. 정육각 공장에선 AI가 작업 지시를 내린다.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는 주문을 취합, 주문량과 배송지역 등까지 고려해 소비자에게 가장 빨리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찾는다. 다른 공장에서는 아직도 ‘작업반장의 감’에 의존해 하고 있는 일이다. 주문을 예측해 고기를 미리 썰어놓거나 포장해놓지도 않는다. 도축 후 식탁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해 초신선 제품을 판매한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사진)는 “공장에 적용한 정보기술(IT)은 유통 과정의 병목 현상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정육각은 소비자가 고기를 주문한 시점으로부터 한 시간 이내에 상품을 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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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넘어 D2C 플랫폼으로

네이버가 정육각에 꽂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농민 직거래 솔루션’ 사업이다. 정육각이 단순한 축산물 쇼핑몰을 넘어 수많은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이다. 농가가 정육각이 개발한 모듈을 설치하고, 모듈의 작업 지시에 따라 고기를 생산하면 이후 포장·배송·반품 등 유통 전 과정을 정육각이 책임진다.

김 대표는 “디지털 활용도가 떨어지는 농민들은 좋은 원물을 생산하면서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중간 유통업자만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농민 직거래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D2C 모델이 자리 잡으면 농가에서 가져가는 수익은 15% 늘어나고, 소비자 가격은 10%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정육각이 농민 직거래 솔루션을 구축하면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최종 판매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신세계그룹과 동맹을 맺고 유통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쿠팡, 마켓컬리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신선식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농가직송 D2C 모델이 스마트스토어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