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AP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AP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한국 기업의 경영자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사진)이 갑작스럽게 사임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쿠팡은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의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5시간 만에 보도자료를 내고 김범석 창업자가 한국 쿠팡의 모든 공식지위를 사임하고 미국 쿠팡Inc의 최고경영자(CEO)로서 해외 사업에 전념한다고 발표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쿠팡 보도자료의 시점을 근거로 김의장이 화재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의 직위를 내던졌다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쿠팡은 김의장의 등기이사 사임 시점이 화재 발생 이전인 5월31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 신문은 "쿠팡이 특히 민주노총을 지지기반으로 둔 문재인 대통령 정권이 지난 1월 성립시킨 중대재해처벌법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1월 법이 시행되면 종업원의 과로사가 잇따르는 쿠팡의 경영진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니혼게이자이신문)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니혼게이자이신문)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로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창업자에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 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경제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우려해 김의장이 사임 가능성을 미리 내비쳤다고도 이 신문은 진단했다. 쿠팡은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제출한 상장신청서류에 "한국에서는 경영간부가 구속돼 형사책임을 지는 등 특수한 리스크가 있다"고 사업위험을 설명했다. 미 국무성의 투자환경보고서도 한국의 노동관련 법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사이에서 통하는 'OINK'라는 은어도 소개했다. '온리 인 코리아(Only in Koea)'의 약어로 한국에만 있는 사업 위험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기업 총수와 경영자가 구속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은 한국 사법당국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는 설명이다.

이 신문은 "쿠팡의 창업자도 'OINK리스크'를 의식해 법 시행 이전에 한국에서 모든 직위를 사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