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가 '불친절한' 투자유치 구조를 짠 까닭은 [마켓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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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8월05일(16: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수소 투자'를 이끌고 있는 SK E&S가 우선주 발행 형태로 투자유치를 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행 조건이 대단히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향후 어떤 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확정할 수 없다. 당초 '도시가스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했던 투자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4일 예비입찰을 실시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유치 과정에서 다소 특이한 조건을 제시했다. 이날 예비입찰에는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KKR 등 7곳의 투자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을 검토한 투자사들에 따르면, 일정 기간 후 RCPS의 상환 혹은 전환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는 SK그룹이다. 상환 및 전환 시기는 우선 5년 후로 제시됐다. 투자자가 일부 수정하여 예컨대 4년이나 6년 후로 조정 제시하는 것은 가능하다.
상환은 원금에 일정 수준 배당을 받는 방식이다. 배당률은 투자자가 제시해야 한다. 다만 전환사채 투자처럼 이자가 아니고 배당이므로, 회사 내에 배당 가능 이익이 있을 때에만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회사가 어려워지면 배당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SK그룹은 또 전환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전환 방법도 SK그룹이 선택한다. 전환의 방식 중에서는 SK E&S의 보통주로 받는 방법과 SK E&S가 보유한 도시가스 계열사 사업을 받는 방법이 모두 열려 있다. SK그룹은 투자자들에게 SK E&S의 보통주를 받는다면 어느 정도를 받고 싶은지, 계열사 보통주를 받는다면 어떤 계열사를 얼마나 받고 싶은지 자유롭게 적어내도록 했다. 투자자들은 5년 후 SK E&S의 기업가치와 계열사 기업가치 등을 전망한 뒤 지분율을 계산해 제시해야 하는 셈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SK E&S가 보유한 도시가스 사업을 노리고 투자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일종의 '만기'인 전환시점이 도래했을 때 도시가스 회사들의 지분을 받는 것이 전환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딜 제안된 내용에 따르면 투자자는 도시가스 사업을 받을 수 있을지, 받는다면 어떤 것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가 불명확하다. 추후 SK그룹이 원금에 일정액을 더한 수준에서 '상환'을 선택하고 끝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 투자자는 "만기가 오기 전에 도시가스 사업을 팔지 여부조차도 보장할 수 없다고 하니 뭘 보고 투자를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반면 아예 '업사이드가 있는 채권투자' 관점에서 딜에 접근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이 경우에는 도시가스를 갖는지 여부에 상대적으로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이 딜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른 투자자는 "SK그룹이 부도를 낼 가능성도 높지 않고, 만기시에 E&S 주식 등으로 바꿔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메자닌 투자라는 점에서 충분히 괜찮은 딜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그룹이 이렇게 특이한 딜 제안을 내놓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SK E&S가 SK그룹의 '수소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계열사인 만큼, 추가 투자여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SK E&S의 지분을 '지금 당장' 팔아서 자금을 마련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서 나온 결과물로 해석하고 있다. 상환권을 SK그룹이 온전히 갖기 때문에 회계적으로 투자금을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고, 이 경우 현재 138%에 달하는 부채비율(3월말 연결 기준)을 단숨에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 E&S는 SK(주)가 90% 등으로 SK그룹이 100% 소유한 자회사다. 주요 자회사 상당수가 상장이나 소수지분 매각 등으로 지분이 희석돼 있는 가운데, SK E&S는 지주사인 SK(주)가 배당 등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핵심 원천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투자유치로 자본을 늘리고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며 신규 투자여력을 확충하면서도 지분 희석을 막을 '최적의 방법'을 SK가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한 IB 관계자는 "SK그룹이 E&S를 놓아줄 생각이 '아직'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딜 구조"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초 시장에서는 도시가스 매각을 기대했기 때문에 이에 관심있는 투자자들로서는 먹을 게 별로 없겠지만, SK의 관점에서는 당장 도시가스를 내주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5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4일 예비입찰을 실시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유치 과정에서 다소 특이한 조건을 제시했다. 이날 예비입찰에는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KKR 등 7곳의 투자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을 검토한 투자사들에 따르면, 일정 기간 후 RCPS의 상환 혹은 전환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는 SK그룹이다. 상환 및 전환 시기는 우선 5년 후로 제시됐다. 투자자가 일부 수정하여 예컨대 4년이나 6년 후로 조정 제시하는 것은 가능하다.
상환은 원금에 일정 수준 배당을 받는 방식이다. 배당률은 투자자가 제시해야 한다. 다만 전환사채 투자처럼 이자가 아니고 배당이므로, 회사 내에 배당 가능 이익이 있을 때에만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회사가 어려워지면 배당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SK그룹은 또 전환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전환 방법도 SK그룹이 선택한다. 전환의 방식 중에서는 SK E&S의 보통주로 받는 방법과 SK E&S가 보유한 도시가스 계열사 사업을 받는 방법이 모두 열려 있다. SK그룹은 투자자들에게 SK E&S의 보통주를 받는다면 어느 정도를 받고 싶은지, 계열사 보통주를 받는다면 어떤 계열사를 얼마나 받고 싶은지 자유롭게 적어내도록 했다. 투자자들은 5년 후 SK E&S의 기업가치와 계열사 기업가치 등을 전망한 뒤 지분율을 계산해 제시해야 하는 셈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SK E&S가 보유한 도시가스 사업을 노리고 투자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일종의 '만기'인 전환시점이 도래했을 때 도시가스 회사들의 지분을 받는 것이 전환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딜 제안된 내용에 따르면 투자자는 도시가스 사업을 받을 수 있을지, 받는다면 어떤 것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가 불명확하다. 추후 SK그룹이 원금에 일정액을 더한 수준에서 '상환'을 선택하고 끝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 투자자는 "만기가 오기 전에 도시가스 사업을 팔지 여부조차도 보장할 수 없다고 하니 뭘 보고 투자를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반면 아예 '업사이드가 있는 채권투자' 관점에서 딜에 접근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이 경우에는 도시가스를 갖는지 여부에 상대적으로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이 딜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른 투자자는 "SK그룹이 부도를 낼 가능성도 높지 않고, 만기시에 E&S 주식 등으로 바꿔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메자닌 투자라는 점에서 충분히 괜찮은 딜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그룹이 이렇게 특이한 딜 제안을 내놓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SK E&S가 SK그룹의 '수소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계열사인 만큼, 추가 투자여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SK E&S의 지분을 '지금 당장' 팔아서 자금을 마련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서 나온 결과물로 해석하고 있다. 상환권을 SK그룹이 온전히 갖기 때문에 회계적으로 투자금을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고, 이 경우 현재 138%에 달하는 부채비율(3월말 연결 기준)을 단숨에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 E&S는 SK(주)가 90% 등으로 SK그룹이 100% 소유한 자회사다. 주요 자회사 상당수가 상장이나 소수지분 매각 등으로 지분이 희석돼 있는 가운데, SK E&S는 지주사인 SK(주)가 배당 등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핵심 원천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투자유치로 자본을 늘리고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며 신규 투자여력을 확충하면서도 지분 희석을 막을 '최적의 방법'을 SK가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한 IB 관계자는 "SK그룹이 E&S를 놓아줄 생각이 '아직'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딜 구조"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초 시장에서는 도시가스 매각을 기대했기 때문에 이에 관심있는 투자자들로서는 먹을 게 별로 없겠지만, SK의 관점에서는 당장 도시가스를 내주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