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참여기업과 기관 등이 신새쟁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8월부터 본격 개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녹색프리미엄 요금과 제3자 전력직접구매(PPA)에 더해 기업들이 RE100과 탄소중립 등 ESG(환경·사회·지배) 경영에 기여할 수단이 늘어난 셈이다.

○1REC=1MWh

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5일 기준 REC 거래 평균가는 2만9985원을 기록했다. 거래량은 6만1697이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발전사업자가 설치한 설비별 전력공급량(MWh)에 설비별 가중치를 곱해 발급된다. 예를 들어 건축물 등 기존 시설물에 설치된 3000kW 초과 태양광발전 설비를 이용해 1MWh의 전력을 생산했다면 1.0의 가중치를 부여받아 1REC를 발급받게 된다.

발전사업자가 판매하는 REC를 구입해 제출한 기업 혹은 기관은 1REC 당 1MWh의 신재생에너지 공급한 것으로 간주한다. 기존에는 500㎿ 이상의 설비 용량을 보유한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비율(RPS)을 맞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판매하는 REC를 구입할 수 있었지만 올 8월부터 기업까지 REC 구매 대상이 확대됐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6월부터 제3자 PPA 도입을 통해 기업의 RE100을 지원해왔다. 제 3자 PPA는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한 뒤 이를 다시 전력 소비자가 한국전력에서 구매하는 형태다. 올 1월에는 한국전력으로부터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웃돈을 주고 구매할 수 있는 녹색프리미엄 요금이 도입됐다.

세 제도 모두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을 하지 않더라도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RE100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를 통해 기업들이 RE100과 탄소중립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점 만큼 단점도…현장선 ‘회의적’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기업들이 이 같은 제도를 활용해 RE100에 참여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제조업 기업 관계자는 “RE100이나 ESG 경영에 참여해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는 효과를 바라는데 현재로서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이런 정책들에 참여해서 얻게 되는 홍보 효과나 이미지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며 “간편하게 RE100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생색을 내기에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번에 기업으로 확대된 REC 거래의 경우 REC 가격이 탄소배출권 등 다른 RE100 이행 수단에 비해 비교적 높은 점이 부담이다. REC 가격은 최근 3만원 이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탄소배출권이나 녹색프리미엄제에 비해 비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REC 가격은 4년 전인 2017년에는 12만원 수준이었다.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앞으로의 REC 가격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기존에는 RPS 의무가 있는 특정 설비 이상을 보유한 발전사들에게만 REC 거래가 허용됐었지만 일반 기업의 참여로 REC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REC 가격 하락을 바라는 만큼 REC 가격 하락을 유도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개입해서 REC 등 가격을 더욱 조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조금 더 상황을 보고 제도에 참여하겠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이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를 웃돈을 주고 구입하는 녹색프리미엄제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기업의 호응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앞서 2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녹색프리미엄제 입찰을 실시했지만 두 차례 모두 총 공고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물량만이 낙찰됐다. 1차 때는 총 1만7827GWh의 물량이 판매 물량으로 공고됐지만 낙찰은 1252GWh(7%)에 그쳤다. 이후 진행된 2차 공고에서는 1만2319GWh가 판매물량으로 나왔지만 1차 때보다도 적은 203GWh(1.6%)가 낙찰됐다.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를 한국전력을 통해 기업에 판매하는 제3자 PPA도 한계가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한국전력이 개입하면서 가격 탄력성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중 신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직접 PPA를 올해 중 시행하도록 관련 제도를 준비 중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