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변심'…계약이행 강제 가능성은 [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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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지난 2주 간의 딜 소식 전해드립니다.
1. 남양유업의 '변심'... 계약이행 강제 가능성은
남양유업이 지난 5월말 갑작스레 경영권을 사모펀드(PE) 한앤컴퍼니에 넘긴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세상은 깜짝 놀랐습니다. 4월에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무리한 연구결과를 발표해서 논란이 되더니 5월초 홍원식 회장이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며 퇴진을 선언했고, 연달아서 바로 회사 매각의 수순이라니 1964년에 설립된 '57년 기업' 답지 않은 행보였지요.
전격적인 발표 외에도 가격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5월12일 주당 36만원 선이던 주가는 발표 후 폭등하여 70만원에 이르렀습니다. 7월1일에는 81만3000원을 찍었는데, 이 가격은 한앤컴퍼니가 사기로 한 주당 가격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경영권 지분(53.08%)에 대한 가치만 따진 것이긴 하나 3107억원으로 국내 2위 우유회사를 살 수 있다니, 싼 것 아니냐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매각 소식에 주가가 올라 한앤컴퍼니가 인수하기로 한 주당 단가에 거의 근접하면서 호사가들의 입담이 사실이 되는 듯이 보였습니다. 시가에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것이었는데 프리미엄이 사라진 느낌을 홍 회장이 받았을 것입니다.
홍원식 회장은 5월말 주식매매를 위한 계약(SPA)을 분명히 서명했지만, 막상 계약 이행을 위한 주주총회가 다가오자 갑자기 '잠수'를 타는 것으로 매매계약 이행을 거부하려 하는 중입니다. 강제로 계약을 이행시킬 방법이 있을지에 대해 M&A 업계에서 굉장히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될 것 같은가에 관하여 주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 대목에서 의견이 엇갈립니다.
1) 한앤컴퍼니가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2) 아니다, 배액배상(계약금을 돌려주고 그만큼 추가로 물어주면)하는 수준에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법적으로 다투는 문제에 제가 제일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몇몇 변호사님들의 의견을 들어봤을 때 이 사안의 법적 쟁점은 이렇습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르면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및 기타 물건을 계약금·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한쪽 당사자가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부동산 계약을 했는데 누가 웃돈을 얹어줄 테니 나한테 팔라고 하면 이렇게 물어주고 새 계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민법 565조 해약금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게 M&A SPA 체결의 101"
그런데 M&A업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계약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지니까, 통상적으로 큰 딜을 할 때는 변호사들이 SPA에 이러한 해약금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삽입합니다. A 변호사는 "그것이 'SPA 101'이라고 할 수 있다"고 표현하시더군요. 민법 565조가 강행조항은 아니므로, 당사자 간의 규약이 우선할 수 있습니다. 이번 계약에도 이 조항이 당연히 들어갔습니다. 최근 '남양유업은 계약해제권이 없다'는 기사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런데 남양유업이 계약해제의 권리가 없다고 하면 한앤컴퍼니가 강제로 이 주식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법적으로 따진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B 변호사는 "비상장사에서는 회사를 산 쪽에서 법정소송을 거쳐 경영권을 가져오는 경우가 꽤 있다"며 "다만 큰 딜에서는 그렇게까지 된 경우가 금방 떠오르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큰 딜에서는 그렇게까지 된 경우가..' 라는 부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SPA를 하고 나서 딜이 엎어진 경우는 사실 왕왕 있습니다. (남양유업처럼 극적인 변심은 정말 드물겠습니다만.) 그런데 상대가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아직 우리나라에선 많지 않은 이유는, 평판 리스크와 시간 리스크 두 가지가 분쟁의 추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당장 한앤컴퍼니 측은 소송의지를 드러냈습니다만, 소송이 최종 결과를 얻기까지는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C 변호사는 "대법원까지는 갈 것을 당연히 각오해야 한다. 사모펀드가 LP들에게 소송전을 허락받기도, 소송비용을 펀드에서 쓰기도 쉽지 않다. 시간은 사모펀드의 편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했다가 변심한 한화그룹의 경우 산업은행 측과 지루한 소송전 끝에 몰취금액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지요. 산은 같은 공적인 성격이 있는 기관에서는 '억지로 계약 강행시키면 기업이 죽는다'는 논리에 저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부요인(LP 설득)이든 외부요인(감사, 정치적 영향)이든 큰 딜에서 소송전을 끝까지 밀어붙이기 어려운 여러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남양유업 건처럼 '단순변심'이 비교적 분명해 보이는 사안에서조차 디테일에 들어가서 싸워 보면 많은 이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래에셋이 미국 호텔 여러 개를 한꺼번에 안방보험에서 인수하기로 했다가 철회한 건의 경우, 아직 1심 결과만 나왔지만 일단 계약금과 거래비용, 소송비용 등 5000억원 가량을 안방보험이 오히려 미래에셋 측에 물어주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당초 계약이 부실했음을 주장한 미래에셋의 논리가 우위에 있었던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미래에셋은 인수 측이 상황변화(금융위기, 코로나19)로 마음을 바꿔서 '안 사'라고 한 경우들입니다만 반대 측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앤컴퍼니, 소송 끝까지 가기 부담스러울 듯
게다가 기업을 상대로 한앤컴퍼니가 강력하게 물고 늘어지면 그 자체가 이 펀드의 차후 영업에 지장을 줍니다. 재벌들 위상이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해도, 만약의 경우에 나를 물어뜯을(?) 것 같은 상대방과 믿고 같이 일하거나 믿고 내 회사를 내주는 것은 망설여질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돈이 말하는 세계라 해도 마음이 가야 돈도 가지요.
남양유업 매각 거래에서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 홍회장 측은 각각 김앤장을 썼습니다. 쌍방대리입니다. 이 경우 분쟁 소송에 들어가면 김앤장이 양측을 모두 수임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김앤장 외에 어떤 로펌이 이 분쟁에 끼게 될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홍 회장 측이 이미 엄청난 로펌을 선임했다는 말도 있더군요. 그 자체가 '함 해보자'는 뜻으로 읽히기도 하는가봅니다.
아마도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 측에 돈을 더 주어서 이 사안을 마무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는 홍 회장이 이렇든 저렇든 딜을 깨고 계약금(310억원)을 물어주거나 그마저도 하지 않는 선에서 끝날 수도 있고요. 다만 홍 회장이 이외의 제3자와 따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한앤컴퍼니 측으로 하여금 '홍 회장이 이 계약을 파기함으로써 취한 부당이득'을 아주 간단히 계산하여 법원에 제출하도록 해 주는 꼴이니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여러 번 놀라서 또 놀라는 일이 아주 없으리라고 장담은 못하겠네요.) 이와 관련해서 강동화 인터파크 대표의 글과 홍 회장의 태도를 비교해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차준호 기자의 썬데이IB 칼럼 한번 보실 만 합니다.
2.야놀자가 2조원을 유치한 비결
야놀자가 손정의의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기업 몸값은 10조원 수준으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솔직히 잘 떠오르지 않아서 궁금하던 차에 (아무리 IT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의 앵글이 강하다고 해도 그만큼 비싼 게 말이 되나 하는 마음/ 쿠팡이 3.35조원을 받았는데 야놀자는 뭐에 쓸라고 2조원이나 받나 이런 의문 등등 ㅋㅋ) 전예진 기자가 최찬석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인터뷰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최 CIO는 'AI'라는 앵글을 강조했습니다. 호텔 로비에서 카드키 받아서 문에 대는 그런 시대가 가고, 이제 휴대폰으로 권한을 받아서 입장하고 조명 켜고 에어콘 켜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입니다. 침대 매트리스를 언제 바꿀지 등을 모두 사물인터넷(IoT)으로 관리해 효율성을 확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비전펀드의 돈주머니가 열렸다고 합니다.
일단 기관투자가도 아니고 대기업도 아닌 야놀자가 'CIO'를 둔다는 것부터가 독특하게 들리긴 합니다. 야놀자는 최근 요기요 인수전도 타진해 보고, 인터파크 인수전에도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뭔가를 이것저것 하려는 포지션이구나 싶어 눈길이 갑니다. 다만 "최 CIO는 “비전펀드는 AI와 여행업의 결합을 흥미롭게 봤다”며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집중적으로 한 것이 투자 유치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는 대목은 (후발주자들에게 의미있는 조언이기는 하겠으나), 아직 그것이 프로토타입(?)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왜냐면 제가 그런 종류의 뻥(...)을 많이 쳐 봤는데요. 보고서 많이 쓰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항상 실행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그 시작을 유지하여 결과물을 양산하는 것과 비교해 한 백분의 일 정도로 쉬우니까요. 야놀자의 '실행력'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3.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사 의미는
SK이노베이션이 '빠떼리'를 떼어냅니다.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을 분할하는 방안이 지난 4일 이사회에서 통과됐습니다. 9월16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10월1일 신설법인 SK배터리 하고 SK이엔피 두개가 각각 출범하는 구조입니다. (회사 측 보도자료는 여기) 작년 10월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사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당장 소식이 들리자마자 떨어지는 SK이노 주가... 학습의 효과가 크죠)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이야 누가 의심하겠습니까마는, 그 사업이 내가 투자한 회사 거냐 아니면 분사한 회사 거냐에 따라서 이익을 보는 주체가 달라지니 말이 많습니다. 사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문제는 정말 간단치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아예 허용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문제를 길게 논하려면 왈가왈부가 많습니다. 다만 최근 IPO 시장을 달구고 있는 카카오의 수많은 계열사들, SK그룹의 수많은 계열사들의 상장이 모두 어떠한 이해관계 상충과 그로 인한 많은 질문들(이사회는 누구를 위해 결정해야 하는가, 경영권이란 무엇인가 등등)을 줄줄이 달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과거처럼 으레 그렇고 회장님 하자면 다 맞고 그렇지는 않은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그와 별개로 SK그룹이 전기차에 관하여 다양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합니다. 재작년에는 동박과 전지박을 생산하는 KCFT를 샀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4월에 한국 EV 충전기 업체 시그넷EV를 샀고, 7월에는 SK머티리얼즈가 '그룹14'와 손잡고 실리콘음극재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합작사 지분을 75% 머티리얼즈가 갖는 조건인데, 나중에 그룹14를 머티리얼즈가 산다는 얘기도 솔솔 흘러나옵니다(주가도 급등했죠). 시장의 기대일 수도 있지만 그런 기대를 해볼 법도 한 게 요즘 이 바닥입니다.
SK이노는 지난달 1일 스토리데이에서 '1테라와트시(TWh)' 이상의 배터리 수주 잔고를 갖췄다는 점을 공개했습니다. 현재는 연 40기가와트시(GWh), 약 55만대 전기차에 넣을 정도를 생산하고 있는데 1테라와트가 1000기가와트니까(방금 다시 검색해서 찾아봄;;) 와... 25배 정도 수주량이네요. 미국 조지아에 공장도 열심히 짓는 중입니다. 그리고 배터리제품+서비스를 하는 BaaS 사업도 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드라이브가 진짜 어마어마합니다. 전통적인 제조업들이 이렇게 파워풀하게 단기간에 성장한 게 또 있었을까요? 대단한 변화의 한 가운데에 우리들이 놓여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SK그룹이 단지 재무적인 측면에서만 이런 저런 궁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 바닥에서 그룹을 움직이는 동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LG화학도 지난 5월 IMM크레딧솔루션이 운영하는 KBE(Korea Battery & ESG) 펀드에 앵커 투자자로 나서는 등 종전에 하지 않았던 (실트론 이후에 하기 어려웠던;;) 투자 수단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려는 한 양상일 것입니다.
4.넷마블, 소셜카지노업체 스핀엑스에 2.5兆 베팅
국내 대표 모바일게임회사 넷마블이 글로벌 소셜카지노 3위 회사인 스핀엑스를 2조5000억원에 샀습니다. 너무 조용히 사서 딱 그때만 기사가 나왔네요. ㅎㅎ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역대 최대 M&A라고 합니다만 사실은 그 어떤 분야와 견주어도 대단히 큰 규모의 딜입니다. 넥슨이 몇년 전 경영권 매각을 거론할 때에 넥슨의 몸값이 몇조다 이런 이야기야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인바운드로 우리가 사오는 딜이니까 더 눈에 띕니다. 넷마블은 앞서 코웨이를 인수하기도 했지요. 무엇을 사는가? 2014년 홍콩에 설립된 소셜카지노 게임사입니다. 소셜 붙으니까 좀 마일드해 보이지만 게임머니로 슬롯머신, 바카라, 블랙잭, 포커 등을 합니다. '맞고'로 성장한 한게임을 떠올리게 되는 대목이지요. 작년 매출 4970억원이고 올해는 상반기만 3289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도박 규제 때문에 할 수 없지만 IP를 확보하고 해외 매출을 일으키는 데는 이만한 게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격적인 M&A 행보 탓에 신용등급에 부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우리 IT부의 에이스, 구민기 김주완 기자의 분석 기사도 추천!)
5. SK E&S가 불친절한 투자유치 구조를 짠 까닭
SK그룹 이야기를 하나 더 할까요? SK그룹이 전기차 관련 가치사슬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는데, '수소'도 그러한 사슬의 한 영역을 담당합니다. 이 때에는 SK E&S가 주포가 됩니다.
SK E&S는 각종 에너지 사업을 합니다만 도시가스와 LNG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수소 충전소를 만드는 수소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인 회사입니다. 지난 4일 이 회사는 입찰을 하나 했습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투자를 받을 테니 각자 원하는 조건 좀 써서 제출해 보셈 ㅇㅇ" 이런 입찰입니다. 근데 조건이 좀 특이해요. 상환권리는 SK 쪽에만 있습니다. 그래야 투자받은 돈이 자본이 되니까요. 때 되면 상환이나 전환을 검토할 수 있는데, 전환 조건은 SK E&S 주식을 받아가든가 아님 밑에 도시가스 주식을 받든가 입니다. 근데 도시가스란, 하나의 회사가 아니고 지역별로 다 다르거든요. 이 중 어느 것을 어떻게 얼마나 이런 게 하나도 없고 '알아서 써내셈' 입찰이었습니다. "심지어 도시가스를 팔지 여부도 확정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입찰을 하나?" 분통을 터뜨리는 투자자도 있더군요.
까다로운, 혹은 불친절한 조건 탓에 PE에서 에쿼티성 투자를 하기보다는 메자닌성으로 투자하기에 좋다는 평가가 많은 듯 합니다. 왜 이런 이상한 구조로 투자를 받을까? 그 해답은 'SK E&S가 SK(주)의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현금 확보원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단히 설득력 있는 평가죠. SK가 루브리컨츠 지분 40% 매각, IET 상장, 배터리 상장(잠정) 등을 거치면서 이제 더 이상 100% 내가 좌우할 수 있는 회사가 거의 남아있질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투자는 해야 하고.. 애로사항이 상당할 것입니다. E&S는 지금까지 차이나가스홀딩스 블록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주님의 요구에 응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네요.
오늘도 말이 길어졌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시기를 바랍니다. 2주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1. 남양유업의 '변심'... 계약이행 강제 가능성은
남양유업이 지난 5월말 갑작스레 경영권을 사모펀드(PE) 한앤컴퍼니에 넘긴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세상은 깜짝 놀랐습니다. 4월에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무리한 연구결과를 발표해서 논란이 되더니 5월초 홍원식 회장이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며 퇴진을 선언했고, 연달아서 바로 회사 매각의 수순이라니 1964년에 설립된 '57년 기업' 답지 않은 행보였지요.
전격적인 발표 외에도 가격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5월12일 주당 36만원 선이던 주가는 발표 후 폭등하여 70만원에 이르렀습니다. 7월1일에는 81만3000원을 찍었는데, 이 가격은 한앤컴퍼니가 사기로 한 주당 가격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경영권 지분(53.08%)에 대한 가치만 따진 것이긴 하나 3107억원으로 국내 2위 우유회사를 살 수 있다니, 싼 것 아니냐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매각 소식에 주가가 올라 한앤컴퍼니가 인수하기로 한 주당 단가에 거의 근접하면서 호사가들의 입담이 사실이 되는 듯이 보였습니다. 시가에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것이었는데 프리미엄이 사라진 느낌을 홍 회장이 받았을 것입니다.
홍원식 회장은 5월말 주식매매를 위한 계약(SPA)을 분명히 서명했지만, 막상 계약 이행을 위한 주주총회가 다가오자 갑자기 '잠수'를 타는 것으로 매매계약 이행을 거부하려 하는 중입니다. 강제로 계약을 이행시킬 방법이 있을지에 대해 M&A 업계에서 굉장히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될 것 같은가에 관하여 주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 대목에서 의견이 엇갈립니다.
1) 한앤컴퍼니가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2) 아니다, 배액배상(계약금을 돌려주고 그만큼 추가로 물어주면)하는 수준에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법적으로 다투는 문제에 제가 제일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몇몇 변호사님들의 의견을 들어봤을 때 이 사안의 법적 쟁점은 이렇습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르면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및 기타 물건을 계약금·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한쪽 당사자가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부동산 계약을 했는데 누가 웃돈을 얹어줄 테니 나한테 팔라고 하면 이렇게 물어주고 새 계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민법 565조 해약금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게 M&A SPA 체결의 101"
그런데 M&A업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계약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지니까, 통상적으로 큰 딜을 할 때는 변호사들이 SPA에 이러한 해약금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삽입합니다. A 변호사는 "그것이 'SPA 101'이라고 할 수 있다"고 표현하시더군요. 민법 565조가 강행조항은 아니므로, 당사자 간의 규약이 우선할 수 있습니다. 이번 계약에도 이 조항이 당연히 들어갔습니다. 최근 '남양유업은 계약해제권이 없다'는 기사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런데 남양유업이 계약해제의 권리가 없다고 하면 한앤컴퍼니가 강제로 이 주식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법적으로 따진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B 변호사는 "비상장사에서는 회사를 산 쪽에서 법정소송을 거쳐 경영권을 가져오는 경우가 꽤 있다"며 "다만 큰 딜에서는 그렇게까지 된 경우가 금방 떠오르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큰 딜에서는 그렇게까지 된 경우가..' 라는 부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SPA를 하고 나서 딜이 엎어진 경우는 사실 왕왕 있습니다. (남양유업처럼 극적인 변심은 정말 드물겠습니다만.) 그런데 상대가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아직 우리나라에선 많지 않은 이유는, 평판 리스크와 시간 리스크 두 가지가 분쟁의 추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당장 한앤컴퍼니 측은 소송의지를 드러냈습니다만, 소송이 최종 결과를 얻기까지는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C 변호사는 "대법원까지는 갈 것을 당연히 각오해야 한다. 사모펀드가 LP들에게 소송전을 허락받기도, 소송비용을 펀드에서 쓰기도 쉽지 않다. 시간은 사모펀드의 편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했다가 변심한 한화그룹의 경우 산업은행 측과 지루한 소송전 끝에 몰취금액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지요. 산은 같은 공적인 성격이 있는 기관에서는 '억지로 계약 강행시키면 기업이 죽는다'는 논리에 저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부요인(LP 설득)이든 외부요인(감사, 정치적 영향)이든 큰 딜에서 소송전을 끝까지 밀어붙이기 어려운 여러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남양유업 건처럼 '단순변심'이 비교적 분명해 보이는 사안에서조차 디테일에 들어가서 싸워 보면 많은 이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래에셋이 미국 호텔 여러 개를 한꺼번에 안방보험에서 인수하기로 했다가 철회한 건의 경우, 아직 1심 결과만 나왔지만 일단 계약금과 거래비용, 소송비용 등 5000억원 가량을 안방보험이 오히려 미래에셋 측에 물어주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당초 계약이 부실했음을 주장한 미래에셋의 논리가 우위에 있었던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미래에셋은 인수 측이 상황변화(금융위기, 코로나19)로 마음을 바꿔서 '안 사'라고 한 경우들입니다만 반대 측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앤컴퍼니, 소송 끝까지 가기 부담스러울 듯
게다가 기업을 상대로 한앤컴퍼니가 강력하게 물고 늘어지면 그 자체가 이 펀드의 차후 영업에 지장을 줍니다. 재벌들 위상이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해도, 만약의 경우에 나를 물어뜯을(?) 것 같은 상대방과 믿고 같이 일하거나 믿고 내 회사를 내주는 것은 망설여질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돈이 말하는 세계라 해도 마음이 가야 돈도 가지요.
남양유업 매각 거래에서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 홍회장 측은 각각 김앤장을 썼습니다. 쌍방대리입니다. 이 경우 분쟁 소송에 들어가면 김앤장이 양측을 모두 수임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김앤장 외에 어떤 로펌이 이 분쟁에 끼게 될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홍 회장 측이 이미 엄청난 로펌을 선임했다는 말도 있더군요. 그 자체가 '함 해보자'는 뜻으로 읽히기도 하는가봅니다.
아마도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 측에 돈을 더 주어서 이 사안을 마무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는 홍 회장이 이렇든 저렇든 딜을 깨고 계약금(310억원)을 물어주거나 그마저도 하지 않는 선에서 끝날 수도 있고요. 다만 홍 회장이 이외의 제3자와 따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한앤컴퍼니 측으로 하여금 '홍 회장이 이 계약을 파기함으로써 취한 부당이득'을 아주 간단히 계산하여 법원에 제출하도록 해 주는 꼴이니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여러 번 놀라서 또 놀라는 일이 아주 없으리라고 장담은 못하겠네요.) 이와 관련해서 강동화 인터파크 대표의 글과 홍 회장의 태도를 비교해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차준호 기자의 썬데이IB 칼럼 한번 보실 만 합니다.
2.야놀자가 2조원을 유치한 비결
야놀자가 손정의의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기업 몸값은 10조원 수준으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솔직히 잘 떠오르지 않아서 궁금하던 차에 (아무리 IT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의 앵글이 강하다고 해도 그만큼 비싼 게 말이 되나 하는 마음/ 쿠팡이 3.35조원을 받았는데 야놀자는 뭐에 쓸라고 2조원이나 받나 이런 의문 등등 ㅋㅋ) 전예진 기자가 최찬석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인터뷰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최 CIO는 'AI'라는 앵글을 강조했습니다. 호텔 로비에서 카드키 받아서 문에 대는 그런 시대가 가고, 이제 휴대폰으로 권한을 받아서 입장하고 조명 켜고 에어콘 켜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입니다. 침대 매트리스를 언제 바꿀지 등을 모두 사물인터넷(IoT)으로 관리해 효율성을 확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비전펀드의 돈주머니가 열렸다고 합니다.
일단 기관투자가도 아니고 대기업도 아닌 야놀자가 'CIO'를 둔다는 것부터가 독특하게 들리긴 합니다. 야놀자는 최근 요기요 인수전도 타진해 보고, 인터파크 인수전에도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뭔가를 이것저것 하려는 포지션이구나 싶어 눈길이 갑니다. 다만 "최 CIO는 “비전펀드는 AI와 여행업의 결합을 흥미롭게 봤다”며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집중적으로 한 것이 투자 유치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는 대목은 (후발주자들에게 의미있는 조언이기는 하겠으나), 아직 그것이 프로토타입(?)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왜냐면 제가 그런 종류의 뻥(...)을 많이 쳐 봤는데요. 보고서 많이 쓰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항상 실행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그 시작을 유지하여 결과물을 양산하는 것과 비교해 한 백분의 일 정도로 쉬우니까요. 야놀자의 '실행력'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3.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사 의미는
SK이노베이션이 '빠떼리'를 떼어냅니다.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을 분할하는 방안이 지난 4일 이사회에서 통과됐습니다. 9월16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10월1일 신설법인 SK배터리 하고 SK이엔피 두개가 각각 출범하는 구조입니다. (회사 측 보도자료는 여기) 작년 10월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사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당장 소식이 들리자마자 떨어지는 SK이노 주가... 학습의 효과가 크죠)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이야 누가 의심하겠습니까마는, 그 사업이 내가 투자한 회사 거냐 아니면 분사한 회사 거냐에 따라서 이익을 보는 주체가 달라지니 말이 많습니다. 사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문제는 정말 간단치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아예 허용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문제를 길게 논하려면 왈가왈부가 많습니다. 다만 최근 IPO 시장을 달구고 있는 카카오의 수많은 계열사들, SK그룹의 수많은 계열사들의 상장이 모두 어떠한 이해관계 상충과 그로 인한 많은 질문들(이사회는 누구를 위해 결정해야 하는가, 경영권이란 무엇인가 등등)을 줄줄이 달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과거처럼 으레 그렇고 회장님 하자면 다 맞고 그렇지는 않은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그와 별개로 SK그룹이 전기차에 관하여 다양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합니다. 재작년에는 동박과 전지박을 생산하는 KCFT를 샀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4월에 한국 EV 충전기 업체 시그넷EV를 샀고, 7월에는 SK머티리얼즈가 '그룹14'와 손잡고 실리콘음극재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합작사 지분을 75% 머티리얼즈가 갖는 조건인데, 나중에 그룹14를 머티리얼즈가 산다는 얘기도 솔솔 흘러나옵니다(주가도 급등했죠). 시장의 기대일 수도 있지만 그런 기대를 해볼 법도 한 게 요즘 이 바닥입니다.
SK이노는 지난달 1일 스토리데이에서 '1테라와트시(TWh)' 이상의 배터리 수주 잔고를 갖췄다는 점을 공개했습니다. 현재는 연 40기가와트시(GWh), 약 55만대 전기차에 넣을 정도를 생산하고 있는데 1테라와트가 1000기가와트니까(방금 다시 검색해서 찾아봄;;) 와... 25배 정도 수주량이네요. 미국 조지아에 공장도 열심히 짓는 중입니다. 그리고 배터리제품+서비스를 하는 BaaS 사업도 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드라이브가 진짜 어마어마합니다. 전통적인 제조업들이 이렇게 파워풀하게 단기간에 성장한 게 또 있었을까요? 대단한 변화의 한 가운데에 우리들이 놓여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SK그룹이 단지 재무적인 측면에서만 이런 저런 궁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 바닥에서 그룹을 움직이는 동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LG화학도 지난 5월 IMM크레딧솔루션이 운영하는 KBE(Korea Battery & ESG) 펀드에 앵커 투자자로 나서는 등 종전에 하지 않았던 (실트론 이후에 하기 어려웠던;;) 투자 수단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려는 한 양상일 것입니다.
4.넷마블, 소셜카지노업체 스핀엑스에 2.5兆 베팅
국내 대표 모바일게임회사 넷마블이 글로벌 소셜카지노 3위 회사인 스핀엑스를 2조5000억원에 샀습니다. 너무 조용히 사서 딱 그때만 기사가 나왔네요. ㅎㅎ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역대 최대 M&A라고 합니다만 사실은 그 어떤 분야와 견주어도 대단히 큰 규모의 딜입니다. 넥슨이 몇년 전 경영권 매각을 거론할 때에 넥슨의 몸값이 몇조다 이런 이야기야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인바운드로 우리가 사오는 딜이니까 더 눈에 띕니다. 넷마블은 앞서 코웨이를 인수하기도 했지요. 무엇을 사는가? 2014년 홍콩에 설립된 소셜카지노 게임사입니다. 소셜 붙으니까 좀 마일드해 보이지만 게임머니로 슬롯머신, 바카라, 블랙잭, 포커 등을 합니다. '맞고'로 성장한 한게임을 떠올리게 되는 대목이지요. 작년 매출 4970억원이고 올해는 상반기만 3289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도박 규제 때문에 할 수 없지만 IP를 확보하고 해외 매출을 일으키는 데는 이만한 게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격적인 M&A 행보 탓에 신용등급에 부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우리 IT부의 에이스, 구민기 김주완 기자의 분석 기사도 추천!)
5. SK E&S가 불친절한 투자유치 구조를 짠 까닭
SK그룹 이야기를 하나 더 할까요? SK그룹이 전기차 관련 가치사슬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는데, '수소'도 그러한 사슬의 한 영역을 담당합니다. 이 때에는 SK E&S가 주포가 됩니다.
SK E&S는 각종 에너지 사업을 합니다만 도시가스와 LNG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수소 충전소를 만드는 수소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인 회사입니다. 지난 4일 이 회사는 입찰을 하나 했습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투자를 받을 테니 각자 원하는 조건 좀 써서 제출해 보셈 ㅇㅇ" 이런 입찰입니다. 근데 조건이 좀 특이해요. 상환권리는 SK 쪽에만 있습니다. 그래야 투자받은 돈이 자본이 되니까요. 때 되면 상환이나 전환을 검토할 수 있는데, 전환 조건은 SK E&S 주식을 받아가든가 아님 밑에 도시가스 주식을 받든가 입니다. 근데 도시가스란, 하나의 회사가 아니고 지역별로 다 다르거든요. 이 중 어느 것을 어떻게 얼마나 이런 게 하나도 없고 '알아서 써내셈' 입찰이었습니다. "심지어 도시가스를 팔지 여부도 확정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입찰을 하나?" 분통을 터뜨리는 투자자도 있더군요.
까다로운, 혹은 불친절한 조건 탓에 PE에서 에쿼티성 투자를 하기보다는 메자닌성으로 투자하기에 좋다는 평가가 많은 듯 합니다. 왜 이런 이상한 구조로 투자를 받을까? 그 해답은 'SK E&S가 SK(주)의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현금 확보원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단히 설득력 있는 평가죠. SK가 루브리컨츠 지분 40% 매각, IET 상장, 배터리 상장(잠정) 등을 거치면서 이제 더 이상 100% 내가 좌우할 수 있는 회사가 거의 남아있질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투자는 해야 하고.. 애로사항이 상당할 것입니다. E&S는 지금까지 차이나가스홀딩스 블록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주님의 요구에 응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네요.
오늘도 말이 길어졌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시기를 바랍니다. 2주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