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작년 상반기 5조원이 넘는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냈던 국내 ‘빅4’ 정유업체가 올 들어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 부진에도 윤활유 등 비(非)정유 부문 이익이 급증하면서 올 상반기에만 4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정유 4사, 脫정유로 극적 반등…상반기에만 4조 벌었다
GS칼텍스는 올 2분기 매출 7조7474억원, 영업이익 3792억원을 올렸다고 9일 잠정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1333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1분기 63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GS칼텍스는 상반기에만 1조1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GS칼텍스의 올 2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1343억원으로, 전 분기(4635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유가 상승폭이 컸던 올 1분기보다 석유 재고평가 이익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석유화학과 윤활유 부문에서 전 분기 대비 각각 94.6%, 27.3% 늘어난 856억원과 15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정유 부문 부진을 만회했다.

앞서 잠정실적을 공개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정유 4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조8995억원에 달한다. 작년 동기 5조1014억원의 영업손실에서 급반등에 성공했다. 정유사들이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단행한 것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사가 거둔 호실적은 대표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상황에서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것이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가 난다는 뜻이다. 통상 국내 정유업체의 손익분기점(BEP)은 배럴당 4~5달러다. 올 상반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1.9달러에 불과하다. 정유사는 값비싼 중동산 원유 대신 중남미의 값싼 원유를 들여오고 정제도 여러 번 하는 등 ‘마른수건 짜기’식으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콜롬비아 카스티야 원유를 도입했다. 중동산 원유에 비해 품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10%가량 낮다. 현대오일뱅크의 중동산 원유 비중은 지난해 41.8%로, 2016년(84.5%) 대비 절반 수준이다. GS칼텍스도 같은 기간 99.2%에 달했던 중동산 원유 비중이 73.5%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기존 배럴당 4~5달러에서 훨씬 낮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비정유 부문 실적 호조와 함께 정제마진도 백신 접종 확대 효과로 상승하면서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제마진은 이달 둘째 주 기준 배럴당 3.5달러까지 올랐다. 2019년 6월(배럴당 3.2달러) 후 2년2개월 만에 최고치다. 세계적으로 여름 휴가철을 거치면서 휘발유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