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임금협상 갈등으로 창사 이후 첫 파업 위기에 몰린 HMM이 노동조합에 8% 임금 인상과 성과급 500% 지급이라는 최종안을 제시했다.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사측이 기존 제시안 대비 대폭 양보한 전향적인 카드를 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사측은 육상노조에 임금 8% 인상, 성과급 500% 지급을 골자로 한 최종안을 제시했다. 교통비 월 10만원 인상과 복지카드 포인트 인상(연간 50만원) 등을 포함하면 실질 인상률은 1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은 임금협상 타결 시 지급하는 격려금 300%에 생산성 장려금 200%를 더했다.

당초 HMM이 제시한 임금 인상 5.5%, 성과급 100%보다 대폭 상향된 안이다. 배재훈 사장 등 경영진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지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조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관계자는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사측 조정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노조는 회사가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을 내세워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 조정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노조는 기존 계획대로 19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한다. 중노위 조정마저 불발되면 1976년 창사 이후 첫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측은 조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중노위 조정 신청 전까지 추가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해운 및 수출업계는 HMM 사측이 전향적인 인상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사측의 최종안은 사실상 두 자릿수 임금 인상안”이라며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노조도 대승적 결단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HMM의 최대 경쟁사인 스위스 선사 MSC는 노골적인 ‘인력 빼가기’에 나섰다. 지난달 초 MSC는 국내 대형 컨테이너선 경력을 가진 선원 대상으로 채용공고를 냈다. 국내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회사는 HMM이 유일하기 때문에 사실상 HMM 선원들을 노렸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MSC는 계약직 갑판원에게 월 5000달러(약 573만원)를 제시했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사원급 계약직에 HMM 정규직 연봉보다 높은 6만달러(약 6800만원)를 제시한 것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