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소나투스(Sonatus)의 초기단계투자(시리즈A) 펀딩 리스트엔 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털(VC)인 SAIC와 LG전자 기아자동차 등 글로벌 대기업 이외에도 눈길을 끄는 기업이 있었다. 스티어링과 브레이크 등 자동차 셰시 시스템을 주로 생산하는 만도다.

소나투스는 차량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무선을 통해 실시간으로 클라우드로 보내는 시스템(OTA)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만도는 소나투스가 이날 투자받은 총 3500만달러(약 400억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350만달러를 투자했다.
정몽원, 실리콘밸리서 '만도의 미래' 찾는다

“미래차 기술 분야 스타트업 찾아라”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만도는 2018년부터 국내외 자동차 기술 관련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자율주행, 전기차 배터리, 차량 기반 소프트웨어 등과 관련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이 투자 대상이다.

만도는 지난 6월엔 한국의 드림에이스(DrimAES)란 차량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도 20억원을 넣었다. 이 회사는 리눅스 기반의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5월엔 셀 단위로 배터리의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엘리먼트에너지(Element Energy)에 100만달러를 베팅했다. 역시 시리즈A 투자였다.

이런 방식으로 만도가 2018년부터 투자한 차량 관련 스타트업은 19개에 달한다. 투자액은 약 600억원이다. VC업계 관계자는 “보통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는 투자액이 크지 않다”며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상장까지 하면 평가 금액은 수십 배로 뛴다”고 말했다.

잇따르는 투자 결실

투자 성과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중 두 곳이 올 들어 상장하면서 평가 금액이 크게 불어났다. 만도가 2019년 7월 20억원을 투자한 맥스트(Maxst)가 지난달 2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지분 평가액은 17배로 늘었다. 같은 해 투자한 자율주행 트럭 솔루션 스타트업인 투심플(Tusimple)도 올 4월 나스닥에 상장해 만도에 초기 투자액의 네 배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줬다.

만도는 투자한 스타트업이 상장하더라도 바로 주식을 팔지 않고 있다. 일부만 매각해 또 다른 스타트업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정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만도가 투자하는 회사는 모두 미래 자동차 기술과 연관된 회사이거나 실제 상용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며 “투자 수익만을 좇는 게 아니라 미래 핵심 기술을 확보하려는 중장기 투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 “진취적으로 신성장동력 발굴”

만도의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는 정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게 VC업계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자주 방문하고, 직접 투자와 관련한 보고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내 임원회의 등을 통해 수시로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적극적이고 진취적이어야 한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도가 국내 자동차 부품사 중 최초로 2017년 실리콘밸리에 투자사무소를 개설해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다. 2019년엔 국내에 신사업 전담조직인 WG캠퍼스를 신설하기도 했다. 현재 WG캠퍼스를 이끌고 있는 김윤기 상무는 뉴비즈니스팀장을 거치며 모빌리티서비스,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에너지 등의 분야에 정통한 인물로 통한다. 차동준 실리콘밸리 사무소장은 현지 엔지니어와 교수들이 참여하는 자동차 학술 모임 회장을 맡는 등 현지에서 만도의 네트워크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