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권 승계 위험 관리에도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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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집단에서 주목할 만한 지배구조 리스크 요인으로는 경영권 승계 이슈가 있다. 사전에 경영권 승계 계획이 투명하게 공유되고 오랜 시간동안 충분한 경험과 필요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훈련을 거친다면 승계 과정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한경 ESG] 지배구조 강좌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 성과를 반영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연계 여부를 확인하는 실증 연구가 국내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ESG는 우수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의 핵심 요소일까?
‘ESG 투자’란 투자 결정 시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수준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특히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팬데믹 위기를 겪으면서 ESG 포트폴리오는 1분기 하락장에서 벤치마크를 상회하는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블랙록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1분기에 ESG 관련 지수의 94%가 벤치마크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었으며, 3월 말 이후 회복 기간에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ESG 투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대되었으며, 투자자들은 위기 속에서 보여준 ESG 회복력(resilience)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대교체를 통한 승계 가속화
그렇다면 이제 ‘ESG 경영’으로 논의 대상을 전환해보자. 이는 투자자 관점이 아닌 개별 기업이 주체이며 주력으로 영위하는 경영 활동과 연계된 ESG 관련 활동 성과 일체를 의미한다. 기업의 지배주주 또는 경영자 입장에서 ESG 활동에 대한 유인은 크게 이해관계자 이론(stakeholder theory)과 주주 이론(shareholder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자는 ESG 활동이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개선, 이미지 또는 명성 제고, 위험 감소 측면에서 중장기적 가치 상승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견해인 반면, 후자는 대리인 비용 관점에서 경영자가 사적 이익과 개인적 명성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주주의 부를 소비하는 ESG 경영을 수행한다는 부정적 입장을 뒷받침한다.
최근 국내 기업집단에서 주목할 만한 지배구조 리스크 요인으로는 경영권 승계 이슈가 있다. 공정위는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시 실질적 지배력을 고려해 2개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변경했으며, 2018년부터 총 8개 기업집단의 동일인 변경이 완료되었다. 세대교체를 동반한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수 지배력 약화를 최소화하고자 승계 이전 시점부터 그룹 소유구조 측면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승계를 준비하는 국내 기업에서 합병 등 자본거래를 통한 부의 이전 활동이 다수 관측되고 있다.
다만 가족 경영의 장점도 있기에 자녀 세대로의 경영권 승계가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간주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전에 경영권 승계 계획(succession planning)이 투명하게 공유되고 오랜 시간 충분한 경험과 필요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훈련을 거친다면 승계 과정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승계 이후의 성과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
해외 실증 연구에서도 체계적인 승계 계획 수립과 승계 안정성에 대한 효과를 갑작스러운 경영권 교체나 경영권 분쟁 같은 이벤트 발생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최고경영자, 나아가 그룹 경영권 교체에 대한 리스크는 기업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위험 요소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지배구조 모범 규준 가이드라인에서도 최고경영자 승계 시스템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공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ESG의 회복력과 위험 완충 효과를 고려할 때 경영권 승계를 앞둔 기업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예비적 유인이 존재할까? 또 만약 승계를 목적으로 ESG 활동을 기회주의적으로 선택하더라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경영권 승계의 안정성과 ESG 성과 간 연관성은?
경영권 승계의 안정성과 ESG 성과 간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세대교체를 동반한 동일인 변경이 이루어진 국내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지분승계비율’ 변수를 사용해 분석했다.
지분승계비율이란 직계가족 대비 직계비속(자녀)이 보유한 총계열사 지분 가치의 비율로 산출했으며, 지분 가치는 기업집단 내 전체 계열사에 대해 순 자산가액에 보유 지분율을 곱한 값으로 계산한다. 표본에서 50% 미만의 지분승계비율을 보인 기업집단은 기존 총수의 유고로 갑작스러운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진 사례가 다수이며, 동일인이 2세로 교체된 이후 현시점에서도 지분승계비율이 저조한 수준인 기업집단도 존재한다.
분석 결과, 지분승계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의 ESG 점수 및 등급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각 부문별 결과에서는 지배구조(G)를 제외한 환경(E)과 사회책임(S) 경영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ESG 성과는 기업 위험을 완화하는 음(-)의 관계를 보이며 이러한 효과는 지분승계비율이 낮은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에서 유의하게 나타났다. 즉, 경영권 승계 안정성이 낮은 기업에서는 ESG 경영 활동을 통해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결과를 종합하면 상대적으로 경영권 승계의 불확실성이 낮은 기업집단 계열사에서는 승계 이후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개선과 소통을 위해 ESG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반면, 지분승계가 충분히 이전되지 않은 2세 경영자는 기업의 ESG 성과 이행에도 소극적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2세 경영자는 ESG 경영 활동이 단기적 영업 성과 개선이 아닌 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나 주가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배력이 약화되는 승계 과정에서 단순히 개인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일시적 ESG 관련 활동에 참여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ESG 성과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경영권 승계에 수반되는 불확실성 요인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윤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
‘ESG 투자’란 투자 결정 시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수준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특히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팬데믹 위기를 겪으면서 ESG 포트폴리오는 1분기 하락장에서 벤치마크를 상회하는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블랙록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1분기에 ESG 관련 지수의 94%가 벤치마크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었으며, 3월 말 이후 회복 기간에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ESG 투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대되었으며, 투자자들은 위기 속에서 보여준 ESG 회복력(resilience)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대교체를 통한 승계 가속화
그렇다면 이제 ‘ESG 경영’으로 논의 대상을 전환해보자. 이는 투자자 관점이 아닌 개별 기업이 주체이며 주력으로 영위하는 경영 활동과 연계된 ESG 관련 활동 성과 일체를 의미한다. 기업의 지배주주 또는 경영자 입장에서 ESG 활동에 대한 유인은 크게 이해관계자 이론(stakeholder theory)과 주주 이론(shareholder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자는 ESG 활동이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개선, 이미지 또는 명성 제고, 위험 감소 측면에서 중장기적 가치 상승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견해인 반면, 후자는 대리인 비용 관점에서 경영자가 사적 이익과 개인적 명성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주주의 부를 소비하는 ESG 경영을 수행한다는 부정적 입장을 뒷받침한다.
최근 국내 기업집단에서 주목할 만한 지배구조 리스크 요인으로는 경영권 승계 이슈가 있다. 공정위는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시 실질적 지배력을 고려해 2개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변경했으며, 2018년부터 총 8개 기업집단의 동일인 변경이 완료되었다. 세대교체를 동반한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수 지배력 약화를 최소화하고자 승계 이전 시점부터 그룹 소유구조 측면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승계를 준비하는 국내 기업에서 합병 등 자본거래를 통한 부의 이전 활동이 다수 관측되고 있다.
다만 가족 경영의 장점도 있기에 자녀 세대로의 경영권 승계가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간주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전에 경영권 승계 계획(succession planning)이 투명하게 공유되고 오랜 시간 충분한 경험과 필요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훈련을 거친다면 승계 과정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승계 이후의 성과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
해외 실증 연구에서도 체계적인 승계 계획 수립과 승계 안정성에 대한 효과를 갑작스러운 경영권 교체나 경영권 분쟁 같은 이벤트 발생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최고경영자, 나아가 그룹 경영권 교체에 대한 리스크는 기업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위험 요소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지배구조 모범 규준 가이드라인에서도 최고경영자 승계 시스템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공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ESG의 회복력과 위험 완충 효과를 고려할 때 경영권 승계를 앞둔 기업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예비적 유인이 존재할까? 또 만약 승계를 목적으로 ESG 활동을 기회주의적으로 선택하더라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경영권 승계의 안정성과 ESG 성과 간 연관성은?
경영권 승계의 안정성과 ESG 성과 간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세대교체를 동반한 동일인 변경이 이루어진 국내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지분승계비율’ 변수를 사용해 분석했다.
지분승계비율이란 직계가족 대비 직계비속(자녀)이 보유한 총계열사 지분 가치의 비율로 산출했으며, 지분 가치는 기업집단 내 전체 계열사에 대해 순 자산가액에 보유 지분율을 곱한 값으로 계산한다. 표본에서 50% 미만의 지분승계비율을 보인 기업집단은 기존 총수의 유고로 갑작스러운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진 사례가 다수이며, 동일인이 2세로 교체된 이후 현시점에서도 지분승계비율이 저조한 수준인 기업집단도 존재한다.
분석 결과, 지분승계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의 ESG 점수 및 등급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각 부문별 결과에서는 지배구조(G)를 제외한 환경(E)과 사회책임(S) 경영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ESG 성과는 기업 위험을 완화하는 음(-)의 관계를 보이며 이러한 효과는 지분승계비율이 낮은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에서 유의하게 나타났다. 즉, 경영권 승계 안정성이 낮은 기업에서는 ESG 경영 활동을 통해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결과를 종합하면 상대적으로 경영권 승계의 불확실성이 낮은 기업집단 계열사에서는 승계 이후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개선과 소통을 위해 ESG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반면, 지분승계가 충분히 이전되지 않은 2세 경영자는 기업의 ESG 성과 이행에도 소극적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2세 경영자는 ESG 경영 활동이 단기적 영업 성과 개선이 아닌 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나 주가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배력이 약화되는 승계 과정에서 단순히 개인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일시적 ESG 관련 활동에 참여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ESG 성과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경영권 승계에 수반되는 불확실성 요인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윤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