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한 채 필수?…무섭게 쓸어가는 지방 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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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서울 시민은 경기도 주택 '영끌'…매수 비중 17%
지방 거주자들의 서울 주택 매수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는 물론 단독 주택, 빌라 등을 가리지 않고 사들이고 있다.
지방 투자자들의 서울 주택 선호는 안전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치 주식시장의 '블루칩'처럼 지방 투자자들이 서울 주택을 무차별 쓸어가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정작 서울 시민들은 경기도 등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 올해 외지인 서울 주택 매수 비중 역대 최고
14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13만1천996 가구 가운데 외지인은 25.3%인 3만3천460 가구를 사들였다.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의 외지인 매수 비중은 지난 2017년 19.7%에서 2018년 20.3%로 20%를 돌파한 뒤 2019년 21.7%, 작년엔 23.2%로 상승 추세를 그리다 올해엔 25%를 넘어섰다.
올해 거래된 서울 주택 중 아파트는 6만7천550 가구였으며 외지인은 이 가운데 20.2%(1만3천675 가구)를 매수해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이는 지방투자자들이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주택, 빌라 등을 가리지 않고 사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 부자들의 강남 주택 선호는 여전했는데 강남 3구 가운데서도 특히 강남구 주택을 집중 매수했다.
강남구에서 올해 거래된 주택 1만762 가구 가운데 외지인 매수 비중은 27.2% 달했다.
이는 지난 2018년의 24.5%, 2019년의 21.6%, 작년의 23.6%보다 훨씬 높다.
서초구와 송파구 거래 주택 중 외지인 매수 비중은 각각 22.5%와 19.6%였다.
올해 들어 계속되는 극심한 거래 절벽 속에서도 지방 거주자들은 엄청나게 치솟은 서울 주택에 망설임 없이 현찰을 쏟아붓고 있다.
지방투자자의 서울 주택 매수 열풍이 거센 가운데 정작 서울 거주자들은 경기도 주택 매수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거래된 경기도 주택 29만234 가구 가운데 서울 거주자는 17.3%인 5만385 가구를 사들였다.
서울 시민의 올해 경기도 주택 매수 비중은 2018년의 15.1%, 2019년의 14.5%는 물론 작년의 15.6%보다 높다.
서울을 제외한 외지인의 올해 경기도 주택 매수 비중이 9.7%였던 점을 감안하면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주택 매입은 두드러진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주택 매입은 비자발적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면서 "서울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르자 도저히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게 된 저소득층이나 무주택자, 청년층이 차선책으로 경기도에서 주택을 장만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 '안전빵' 투기인가, '신분 상승'을 향한 갈망인가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서울 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8억6천800만원,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7천700만원이다.
세금도 많이 내야하고,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외지인의 경우 현금 동원력이 있는 부자가 아니라면 서울에서 집을 사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지방 거주자들의 서울 주택 매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무엇보다 '일단 투자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학습 효과에 대한 믿음이 단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동성이 넘쳐흐르는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에 주식이나 코인, 지방 부동산보다는 서울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요즘 지방의 웬만한 부자라면 서울에 집 한 채씩은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방 부동산은 갖고 있어 봐야 미래 자산가치 유지를 자신할 수 없지만, 서울 주택은 안전자산이라는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몇 년간 지방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 주택이 오히려 싸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났다"면서 "과거엔 지방 부자들이 서울의 반포나 압구정동 같은 강남 핵심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를 많이 샀는데 요즘은 서울 전역의 중저가 주택까지 가리지 않고 사들이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플라이트 투 퀄리티'라는 용어를 시장에서는 주로 '안전자산 선호'로 이해하지만 서 교수는 이보다 의미를 확장해 '프리미엄 품질로의 비행'이라는 원래의 뜻으로 해석했다.
요즘 젊은층이 명품을 추구하듯 돈을 가진 지방 거주자들이 서울 주택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물론 안전자산에 대한 욕구도 포함된다.
서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K자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면서 "과거엔 지방 대도시 부자들이 그 지역 1등급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이젠 서울의 2등급이나 3등급 부동산을 사고 있다"면서 "지방 부유층의 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갈망은 도를 더해가고 있다"고 했다.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외지인들의 서울 주택 매수 열풍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 따른 투기 수요라고 봐야 한다"면서도 "서울 주택 소유를 신분 상승으로 착각하는 심리적 경향도 없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
이들은 아파트는 물론 단독 주택, 빌라 등을 가리지 않고 사들이고 있다.
지방 투자자들의 서울 주택 선호는 안전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치 주식시장의 '블루칩'처럼 지방 투자자들이 서울 주택을 무차별 쓸어가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정작 서울 시민들은 경기도 등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 올해 외지인 서울 주택 매수 비중 역대 최고
14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13만1천996 가구 가운데 외지인은 25.3%인 3만3천460 가구를 사들였다.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의 외지인 매수 비중은 지난 2017년 19.7%에서 2018년 20.3%로 20%를 돌파한 뒤 2019년 21.7%, 작년엔 23.2%로 상승 추세를 그리다 올해엔 25%를 넘어섰다.
올해 거래된 서울 주택 중 아파트는 6만7천550 가구였으며 외지인은 이 가운데 20.2%(1만3천675 가구)를 매수해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이는 지방투자자들이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주택, 빌라 등을 가리지 않고 사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 부자들의 강남 주택 선호는 여전했는데 강남 3구 가운데서도 특히 강남구 주택을 집중 매수했다.
강남구에서 올해 거래된 주택 1만762 가구 가운데 외지인 매수 비중은 27.2% 달했다.
이는 지난 2018년의 24.5%, 2019년의 21.6%, 작년의 23.6%보다 훨씬 높다.
서초구와 송파구 거래 주택 중 외지인 매수 비중은 각각 22.5%와 19.6%였다.
올해 들어 계속되는 극심한 거래 절벽 속에서도 지방 거주자들은 엄청나게 치솟은 서울 주택에 망설임 없이 현찰을 쏟아붓고 있다.
지방투자자의 서울 주택 매수 열풍이 거센 가운데 정작 서울 거주자들은 경기도 주택 매수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거래된 경기도 주택 29만234 가구 가운데 서울 거주자는 17.3%인 5만385 가구를 사들였다.
서울 시민의 올해 경기도 주택 매수 비중은 2018년의 15.1%, 2019년의 14.5%는 물론 작년의 15.6%보다 높다.
서울을 제외한 외지인의 올해 경기도 주택 매수 비중이 9.7%였던 점을 감안하면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주택 매입은 두드러진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주택 매입은 비자발적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면서 "서울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르자 도저히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게 된 저소득층이나 무주택자, 청년층이 차선책으로 경기도에서 주택을 장만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 '안전빵' 투기인가, '신분 상승'을 향한 갈망인가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서울 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8억6천800만원,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7천700만원이다.
세금도 많이 내야하고,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외지인의 경우 현금 동원력이 있는 부자가 아니라면 서울에서 집을 사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지방 거주자들의 서울 주택 매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무엇보다 '일단 투자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학습 효과에 대한 믿음이 단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동성이 넘쳐흐르는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에 주식이나 코인, 지방 부동산보다는 서울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요즘 지방의 웬만한 부자라면 서울에 집 한 채씩은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방 부동산은 갖고 있어 봐야 미래 자산가치 유지를 자신할 수 없지만, 서울 주택은 안전자산이라는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몇 년간 지방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 주택이 오히려 싸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났다"면서 "과거엔 지방 부자들이 서울의 반포나 압구정동 같은 강남 핵심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를 많이 샀는데 요즘은 서울 전역의 중저가 주택까지 가리지 않고 사들이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플라이트 투 퀄리티'라는 용어를 시장에서는 주로 '안전자산 선호'로 이해하지만 서 교수는 이보다 의미를 확장해 '프리미엄 품질로의 비행'이라는 원래의 뜻으로 해석했다.
요즘 젊은층이 명품을 추구하듯 돈을 가진 지방 거주자들이 서울 주택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물론 안전자산에 대한 욕구도 포함된다.
서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K자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면서 "과거엔 지방 대도시 부자들이 그 지역 1등급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이젠 서울의 2등급이나 3등급 부동산을 사고 있다"면서 "지방 부유층의 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갈망은 도를 더해가고 있다"고 했다.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외지인들의 서울 주택 매수 열풍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 따른 투기 수요라고 봐야 한다"면서도 "서울 주택 소유를 신분 상승으로 착각하는 심리적 경향도 없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