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더 다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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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4대 그룹 상장사의 발간율은 이미 60%에 달한다. 통합 보고서에 만족하지 않고 기후변화 리스크와 인권경영, 공급망 관리 등 세부 이슈별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기업들이 펴내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달라지고 있다. 우선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와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지속 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등 국제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보고서가 많아졌다. 또한 기존 통합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뿐 아니라 인권, 광물, 공급망 관리 등 세부 이슈별 보고서를 추가로 발간하는 기업이 나타나면서 내용도 한층 풍성해졌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대기업 중 수출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거나 지분 구조상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곳은 보고서 발간이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이 의무화된다. 보고서에 담긴 CEO 메시지 분석해보니
대신경제연구소 책임투자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2020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상장기업은 94개사로, 2019년 보고서 전체 발간 기업 106개사의 88.7%에 육박했다. 특히 30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은 전년도(57건)보다 많은 수(61건)를 기록했다. 작년에 2020년 보고서를 발간했으나 올해는 아직 내지 않은 9개사를 추가하면 최소 70개사로 이미 전년 대비 22.8% 증가한 셈이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데이터 취합과 인증 등을 거쳐 통상 이듬해 발간하는 곳이 많다.
특히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의 보고서 발간율은 60%에 달한다. 이는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30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 중 2020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가장 많이 발간한 그룹은 삼성그룹(11건)이며, 가장 높은 발간율을 기록한 그룹은 현대차그룹(75%)이다.
주요 그룹 소속 상장기업의 2020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수록된 대표이사 메시지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ESG와 이해관계자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미래’, 삼성그룹은 ‘경영’·‘ESG’에 집중됐다. LG그룹은 ‘탄소감축’과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ESG’가 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이해관계자’·‘사회적 가치’ 등이, CJ그룹은 ‘물류’·‘소비자’·‘지속가능경영’이, 포스코는 ‘기업시민’·‘ESG’가 많았다.
4대 금융그룹의 경우에도 2017~2018년에는 ‘디지털’·‘고객 중심’의 키워드가 2019년 ‘탈석탄 금융 선언’·‘ESG 채권’ 등 기후변화 키워드로 변모했고, 2020년 보고서에는 ‘ESG’·‘이해관계자’ 등으로 변화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국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대해 “대부분 글로벌 기준에 맞춰 구성하고 발간 수도 상당히 늘었으나 방대한 분량과 수많은 정보 탓에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쉬(Bosch)의 경우 스포트라이트와 팩트북을 분리해 발간하며, 도요타 역시 데이터북을 별도로 내고 있고, 푸르덴셜은 20쪽 미만의 요약 리포트를 발간한다”며 “국내 기업도 소비자나 일반인을 고려한 요약 보고서를 함께 발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애플이나 도요타가 환경 관련 주제의 별도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처럼 해당 산업이나 기업의 특성에 맞춰 특화된 주제로 보고서를 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인권·광물 등 세부 이슈별 보고서도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슈별 보고서를 내는 기업이 많아졌다. 네이버의 경우 기후변화 리스크를 관리하는 TCFD 보고서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권경영 보고서를, 한화자산운용은 책임투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탄소중립 달성 로드맵을 위한 넷제로 보고서를, 삼성은 책임광물 보고서를, KT&G는 사회공헌 보고서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각 이슈별 특화 보고서를 여러 개 발간하는 곳이 적지 않다. 구글은 환경 보고서, 지속가능채권 보고서, 공급망관리 보고서, 순환경제 보고서, 기후변화대응 보고서, 제품별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등을 각각 별도로 발간한다. 애플도 통합 ESG 보고서 외에 환경성과 보고서, 공급망관리 보고서, 개인정보보호 보고서, 다양성·포용성 보고서, 접근성 보고서 등 다양한 보고서를 발간한다.
앞으로 통합적인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기준도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재단)은 지속 가능 보고 기준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산하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창설에 착수했고, 11월 유엔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 이후 ISSB 창설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ISSB는 2022년 글로벌 지속 가능성 보고 기준 초안을 공개해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지속 가능성 보고 기준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ISSB 창설에 대응해 한국회계기준원 산하에 KSSB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김정남 삼정KPMG 상무는 “IFRS는 재무제표상에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넣게 한다는 입장이며, 내년부터 이 기준에 따라 ESG 정보가 기업 가치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형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한 뒤 “이 같은 변화가 기업에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세밀한 검토와 함께 열린 마음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특히 인권 등 세부 이슈별 보고서를 작성할 경우 각 담당 부서의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인권경영 보고서의 경우 인권을 다루는 부서에서 맡고, 환경은 환경 관련 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보고서를 작성할 때 해당 기업이 집중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대기업 중 수출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거나 지분 구조상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곳은 보고서 발간이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이 의무화된다. 보고서에 담긴 CEO 메시지 분석해보니
대신경제연구소 책임투자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2020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상장기업은 94개사로, 2019년 보고서 전체 발간 기업 106개사의 88.7%에 육박했다. 특히 30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은 전년도(57건)보다 많은 수(61건)를 기록했다. 작년에 2020년 보고서를 발간했으나 올해는 아직 내지 않은 9개사를 추가하면 최소 70개사로 이미 전년 대비 22.8% 증가한 셈이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데이터 취합과 인증 등을 거쳐 통상 이듬해 발간하는 곳이 많다.
특히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의 보고서 발간율은 60%에 달한다. 이는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30대 그룹 소속 상장기업 중 2020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가장 많이 발간한 그룹은 삼성그룹(11건)이며, 가장 높은 발간율을 기록한 그룹은 현대차그룹(75%)이다.
주요 그룹 소속 상장기업의 2020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수록된 대표이사 메시지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ESG와 이해관계자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미래’, 삼성그룹은 ‘경영’·‘ESG’에 집중됐다. LG그룹은 ‘탄소감축’과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ESG’가 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이해관계자’·‘사회적 가치’ 등이, CJ그룹은 ‘물류’·‘소비자’·‘지속가능경영’이, 포스코는 ‘기업시민’·‘ESG’가 많았다.
4대 금융그룹의 경우에도 2017~2018년에는 ‘디지털’·‘고객 중심’의 키워드가 2019년 ‘탈석탄 금융 선언’·‘ESG 채권’ 등 기후변화 키워드로 변모했고, 2020년 보고서에는 ‘ESG’·‘이해관계자’ 등으로 변화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국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대해 “대부분 글로벌 기준에 맞춰 구성하고 발간 수도 상당히 늘었으나 방대한 분량과 수많은 정보 탓에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쉬(Bosch)의 경우 스포트라이트와 팩트북을 분리해 발간하며, 도요타 역시 데이터북을 별도로 내고 있고, 푸르덴셜은 20쪽 미만의 요약 리포트를 발간한다”며 “국내 기업도 소비자나 일반인을 고려한 요약 보고서를 함께 발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애플이나 도요타가 환경 관련 주제의 별도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처럼 해당 산업이나 기업의 특성에 맞춰 특화된 주제로 보고서를 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인권·광물 등 세부 이슈별 보고서도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슈별 보고서를 내는 기업이 많아졌다. 네이버의 경우 기후변화 리스크를 관리하는 TCFD 보고서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권경영 보고서를, 한화자산운용은 책임투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탄소중립 달성 로드맵을 위한 넷제로 보고서를, 삼성은 책임광물 보고서를, KT&G는 사회공헌 보고서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각 이슈별 특화 보고서를 여러 개 발간하는 곳이 적지 않다. 구글은 환경 보고서, 지속가능채권 보고서, 공급망관리 보고서, 순환경제 보고서, 기후변화대응 보고서, 제품별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등을 각각 별도로 발간한다. 애플도 통합 ESG 보고서 외에 환경성과 보고서, 공급망관리 보고서, 개인정보보호 보고서, 다양성·포용성 보고서, 접근성 보고서 등 다양한 보고서를 발간한다.
앞으로 통합적인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기준도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재단)은 지속 가능 보고 기준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산하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창설에 착수했고, 11월 유엔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 이후 ISSB 창설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ISSB는 2022년 글로벌 지속 가능성 보고 기준 초안을 공개해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지속 가능성 보고 기준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ISSB 창설에 대응해 한국회계기준원 산하에 KSSB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김정남 삼정KPMG 상무는 “IFRS는 재무제표상에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넣게 한다는 입장이며, 내년부터 이 기준에 따라 ESG 정보가 기업 가치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형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한 뒤 “이 같은 변화가 기업에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세밀한 검토와 함께 열린 마음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특히 인권 등 세부 이슈별 보고서를 작성할 경우 각 담당 부서의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인권경영 보고서의 경우 인권을 다루는 부서에서 맡고, 환경은 환경 관련 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보고서를 작성할 때 해당 기업이 집중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