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가 우유 가격을 3년 만에 인상한다. 지난달 1일 우유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이 오른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도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우유를 사용하는 식품 물가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지는 ‘밀크 인플레이션’ 현실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다음달 1일부터 흰우유 1L 제품 가격을 5.4% 인상한다고 23일 밝혔다. 대형마트 기준 2500원대 중반에 형성됐던 흰우유 1L 가격은 2700원 전후로 올라갈 전망이다. 서울우유는 흰우유와 더불어 가공유와 멸균우유, 생크림 등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린다. 서울우유가 우유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서울우유가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원유 가격이 이달 초 3년 만에 올랐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은 지난달 1일부터 L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3%(21원) 인상됐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오른 데다 물류 및 생산 비용 부담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에 이어 업계 2, 3위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우유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연내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 가격 인상으로 시작된 가격 인상 릴레이는 아이스크림과 빵, 치즈, 버터 등 우유를 원재료로 쓰는 가공식품 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커피 프랜차이즈와 제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달걀 가격도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유까지 오르면 원재료 부담이 커져 제품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유업계에선 가격 인상의 근본 요인인 원유가격연동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가의 원유 생산비를 근거로 원유 가격을 조정하는 제도다. 수요와 공급에 상관없이 가격이 결정돼 우유업체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