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넘버원, 미국 500대 기업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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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잘 알려진 엔진넘버원이 미국 500대 대형주를 타깃으로 한 ETF를 출시했다. 향후 이들 기업의 ESG 경영을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인 주주 관여에 나설 계획이다. 500대 기업을 통해 시장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콘셉트다
[한경ESG] 돈 되는 ETF - 엔진넘버원 트랜스폼 500 ETF
엔진넘버원 트랜스폼 500 ETF(VOTE ETF)는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알려진 엔진넘버원이 출시한 최초의 ETF로, 출시 전부터 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ETF 출시에 앞서 엔진넘버원이 엑손모빌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경영 관여(engagement) 사건이 집중 조명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엔진넘버원은 엑손모빌 이사회 내 다수의 신규 이사 자리를 확보했다. 신규 선임 이사 4명 중 3명이 기후변화 전문가인데, 모두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인사였다. 그 과정에서 블랙록 등 다수의 자산운용사들과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운용 규모 2.5억 달러 수준의 헤지펀드가 미국 초대형 기업인 엑손모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 또 수익률을 가장 중시하는 헤지펀드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했다는 점 등이 부각되며 엔진넘버원은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500대 기업 통해 시장을 바꾼다
엔진넘버원의 다음 행보는 6월 22일 VOTE ETF 출시로 이어졌다. 엔진넘버원은 ‘미국 내 가장 규모가 큰 500대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미국 경제 전체가 변화될 것’이라며, VOTE ETF에 투자함으로써 이 변화의 물결에 동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VOTE의 기초자산인 모닝스타 미국 대형주 지수(Morningstar U.S. Large Cap Index)는 미국 대형주 500개로 구성된 광범위한 지수다. 기초자산으로만 놓고 보면, 표면적으로는 미국 대형주에 투자하는 기존 ETF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엔진넘버원은 향후 추적 지수를 구성하는 500개 미국 대형주들이 ESG 가치를 잘 지켜내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적극적 경영 관여를 진행하는 데 차별점을 두고 있다. 즉 위임투표(proxy voting)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투자 대상 기업의 혁신적 변화를 장려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에 엔진넘버원의 ESG 전략은 통상 ESG 펀드에서 많이 활용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배제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 ESG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을 투자에서 제외하는 대신, 기업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ESG 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출시된 ESG ETF와는 사뭇 다른 콘셉트다.
주주행동주의, 더 대담해진다
코로나19 이후 ESG 경영 참여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를 대하는 기업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블랙록이 공개한 위임투표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록은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년간 ESG 이슈와 관련해 기업의 경영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기후 대응에 소홀한 기업 이사진 255명(1년 전 55명)의 선임 안건과 319개 경영 관련 안건(1년 전 53곳)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1년 사이 대폭 늘어난 수치다.
이전 조사 당시 블랙록은 기후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 244곳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올해 보고서에서 이 중 약 54%가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와 압력이 실제 기업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블랙록의 한국 상장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도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경련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에 대한 블랙록의 의결권 행사는 2019년 12건에서 지난해 2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앞으로도 자산관리자 및 자산소유자들의 의결권 행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ESG 시장 내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다. ESG 투자의 목적은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ESG 가치에 부합하게 변화되는 데 있으며, 여기에 주주행동주의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글로벌 ETF 연구원
엔진넘버원 트랜스폼 500 ETF(VOTE ETF)는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알려진 엔진넘버원이 출시한 최초의 ETF로, 출시 전부터 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ETF 출시에 앞서 엔진넘버원이 엑손모빌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경영 관여(engagement) 사건이 집중 조명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엔진넘버원은 엑손모빌 이사회 내 다수의 신규 이사 자리를 확보했다. 신규 선임 이사 4명 중 3명이 기후변화 전문가인데, 모두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인사였다. 그 과정에서 블랙록 등 다수의 자산운용사들과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운용 규모 2.5억 달러 수준의 헤지펀드가 미국 초대형 기업인 엑손모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 또 수익률을 가장 중시하는 헤지펀드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했다는 점 등이 부각되며 엔진넘버원은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500대 기업 통해 시장을 바꾼다
엔진넘버원의 다음 행보는 6월 22일 VOTE ETF 출시로 이어졌다. 엔진넘버원은 ‘미국 내 가장 규모가 큰 500대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미국 경제 전체가 변화될 것’이라며, VOTE ETF에 투자함으로써 이 변화의 물결에 동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VOTE의 기초자산인 모닝스타 미국 대형주 지수(Morningstar U.S. Large Cap Index)는 미국 대형주 500개로 구성된 광범위한 지수다. 기초자산으로만 놓고 보면, 표면적으로는 미국 대형주에 투자하는 기존 ETF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엔진넘버원은 향후 추적 지수를 구성하는 500개 미국 대형주들이 ESG 가치를 잘 지켜내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적극적 경영 관여를 진행하는 데 차별점을 두고 있다. 즉 위임투표(proxy voting)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투자 대상 기업의 혁신적 변화를 장려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에 엔진넘버원의 ESG 전략은 통상 ESG 펀드에서 많이 활용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배제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 ESG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을 투자에서 제외하는 대신, 기업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ESG 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출시된 ESG ETF와는 사뭇 다른 콘셉트다.
주주행동주의, 더 대담해진다
코로나19 이후 ESG 경영 참여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를 대하는 기업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블랙록이 공개한 위임투표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록은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년간 ESG 이슈와 관련해 기업의 경영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기후 대응에 소홀한 기업 이사진 255명(1년 전 55명)의 선임 안건과 319개 경영 관련 안건(1년 전 53곳)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1년 사이 대폭 늘어난 수치다.
이전 조사 당시 블랙록은 기후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 244곳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올해 보고서에서 이 중 약 54%가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와 압력이 실제 기업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블랙록의 한국 상장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도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경련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에 대한 블랙록의 의결권 행사는 2019년 12건에서 지난해 2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앞으로도 자산관리자 및 자산소유자들의 의결권 행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ESG 시장 내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다. ESG 투자의 목적은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ESG 가치에 부합하게 변화되는 데 있으며, 여기에 주주행동주의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글로벌 ETF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