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로 확장되는 EU 택소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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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택소노미는 무엇이 실질적인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활동이 해로운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EU가 추진하는 소셜 택소노미에서 눈여겨 볼 것은 기업에게 노동·인권 보호 감독을 의무화한 공급망 실사의 도입이다
[한경ESG] 정책 동향
지난 7월 EU에서 사회 분야에 대한 소셜 택소노미의 초안을 발표했다. 지속 가능한 금융 플랫폼(Platform on Sustainable Finance)에서 제시한 이 보고서 초안은 환경 분야에 머무르던 택소노미를 사회 분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3개 분야 중 E와 S에 대한 택소노미의 골격을 갖추게 되었다.
그동안 EU 택소노미는 환경 관련 이슈를 우선으로 다뤄왔다. 작년 6월 그린 택소노미를 만들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이슈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EU는 어떤 경제활동이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가를 나타낸 기준과 이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셜 택소노미를 만들고 있다. 소셜 택소노미는 기업이 겉으로만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사회적 세탁(blue washing)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2개의 택소노미는 어떤 관계일까. 원래 택소노미는 한 뿌리에서 출발했다. 택소노미 규정 제18조에 따라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하려는 기업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환경적·사회적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린 택소노미는 6개의 환경 목표를 제시했고, 소셜 택소노미는 4개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보장 등 4개 목표 제시
소셜 택소노미는 무엇이 실질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활동이 해로운 것인지 판별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4개의 목표를 수직적 차원(vertical dimension)과 수평적 차원(horizontal dimension)으로 나눈 것이다. EU가 소셜 택소노미를 2가지 차원으로 나눈 이유는 ‘삶의 질 개선’과 ‘인권 존중’을 공동으로 추구하기 때문이다.
수직적 차원은 상품과 서비스가 ‘적정한 삶의 기준(adequate living standard)’을 향상시켰는지를 살핀다. 달리 표현하면,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판별한다. 판단 근거로는 제품과 서비스가 접근성, 유용성, 수용성 및 품질(AAAQ)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에 기여하는지 보는데, 여기에는 물·음식·주거·보건·교통·통신 등이 포함된다.
수평적 차원은 경제활동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인권 보호가 핵심이다. 특정한 경제활동이 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decent work)를 보장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하며, 지역사회를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었는지 판단한다. 따라서 프로세스와 실천이 중요한데 생활 임금, 근로 시간 및 노동 조건 외에 인권 등을 명시하고 있다. 공급망 사슬 내 모든 노동자에 대한 ‘소정 절차에 따른 실사(due diligence)’가 포함되는지도 주목해야 한다.
소셜 택소노미를 만드는 목적은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또는 기업 활동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적 관점에서 볼 때 적합한 사업 활동이라 할지라도, 노동 환경이 열악하거나 고객 또는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지속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소셜 택소노미는 이를 걸러내는 사회적 장치이며,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바람직하게 대응하는 기업에 투자를 촉진하는 기준이다.
소셜 택소노미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지난 9월 초에 마무리되었다. 시장 참가자, 전문가, 공공기관으로 구성된 지속 가능 금융 플랫폼에서는 초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행상 우려와 함께 개선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면 ▲인권 실사 및 노동 기준 명확화 ▲생활 임금, 근로 시간 기준 필요 ▲유해 제품에 대한 구분 방안 등이다. 이번에 발표한 소셜 택소노미 초안은 10월 말에 예정대로 보고서가 나오더라도 법령으로 채택되기까지는 기나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린 택소노미와의 연계성 늘어날 것
첫째, 그린 택소노미와 소셜 택소노미의 연계성이 늘어날 것이다. 소셜 택소노미는 평가 방법에서 ‘실질적 기여(substantial contribution)’와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음(do no significant harm)’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린 택소노미와 동일하다. 다만 그린 택소노미가 6개의 환경 목표를 제시한 것과 달리 소셜 택소노미는 4개의 목표를 수직과 수평적 차원으로 나누고 있다. 일부 투자기관은 소셜 택소노미를 그린 택소노미처럼 단일 구조로 만들어 연계성을 높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둘째, 지배구조(G) 택소노미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소셜 택소노미가 뇌물 방지, 부패, 합리적 조세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시작 단계인 지배구조의 초안을 마련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린 택소노미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와 같은 과학적 근거에 기초를 둔다면, 소셜 택소노미는 권위 있는 국제표준에 기초를 두어 약간의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발효 즉시 모든 회원국에 적용되는 규정(regulation)보다는 회원국의 상황에 따라 시행령을 제정할 수 있는 지침(directive)으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공급망 사슬 관리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초안에 따르면 대기업은 기후변화 대응, 노동 및 인권 보호를 위해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의 공급망 실사 의무가 주어지고 있다. 즉 대기업은 ▲공급망 전 과정에서 환경 및 인권 등을 침해하는 활동 여부의 확인·보고·개선 의무 부여 ▲리스크 발생 시 해당 내용과 대책 공개 ▲위반 시 벌금 부과 또는 피해 보상 등을 해야 한다. 주요 국가 중 영국(2015년), 프랑스(2017년), 네덜란드(2020년)는 이를 이미 법제화했으며, 독일은 지난 6월 공급망 실사법(LkSG, Supply Chain due Diligence Law)을 제정했다. 이 법은 2023년부터 직원이 3000명 이상인 회사에 적용되며, 2024년에는 1000명 이상 기업으로 확대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셜 택소노미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사회적 영향과 성과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것이다. 소셜 택소노미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공급망 실사의 도입이며, EU 기업과의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공급망 실사 준수와 함께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 유지를 위해 ESG 정보를 공시하는 기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택소노미는 독일 속담처럼 ‘느리지만 꼼꼼히’ ESG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그동안 EU 택소노미는 환경 관련 이슈를 우선으로 다뤄왔다. 작년 6월 그린 택소노미를 만들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이슈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EU는 어떤 경제활동이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가를 나타낸 기준과 이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셜 택소노미를 만들고 있다. 소셜 택소노미는 기업이 겉으로만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사회적 세탁(blue washing)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2개의 택소노미는 어떤 관계일까. 원래 택소노미는 한 뿌리에서 출발했다. 택소노미 규정 제18조에 따라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하려는 기업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환경적·사회적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린 택소노미는 6개의 환경 목표를 제시했고, 소셜 택소노미는 4개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보장 등 4개 목표 제시
소셜 택소노미는 무엇이 실질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활동이 해로운 것인지 판별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4개의 목표를 수직적 차원(vertical dimension)과 수평적 차원(horizontal dimension)으로 나눈 것이다. EU가 소셜 택소노미를 2가지 차원으로 나눈 이유는 ‘삶의 질 개선’과 ‘인권 존중’을 공동으로 추구하기 때문이다.
수직적 차원은 상품과 서비스가 ‘적정한 삶의 기준(adequate living standard)’을 향상시켰는지를 살핀다. 달리 표현하면,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판별한다. 판단 근거로는 제품과 서비스가 접근성, 유용성, 수용성 및 품질(AAAQ)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에 기여하는지 보는데, 여기에는 물·음식·주거·보건·교통·통신 등이 포함된다.
수평적 차원은 경제활동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인권 보호가 핵심이다. 특정한 경제활동이 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decent work)를 보장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하며, 지역사회를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었는지 판단한다. 따라서 프로세스와 실천이 중요한데 생활 임금, 근로 시간 및 노동 조건 외에 인권 등을 명시하고 있다. 공급망 사슬 내 모든 노동자에 대한 ‘소정 절차에 따른 실사(due diligence)’가 포함되는지도 주목해야 한다.
소셜 택소노미를 만드는 목적은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또는 기업 활동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적 관점에서 볼 때 적합한 사업 활동이라 할지라도, 노동 환경이 열악하거나 고객 또는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지속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소셜 택소노미는 이를 걸러내는 사회적 장치이며,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바람직하게 대응하는 기업에 투자를 촉진하는 기준이다.
소셜 택소노미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지난 9월 초에 마무리되었다. 시장 참가자, 전문가, 공공기관으로 구성된 지속 가능 금융 플랫폼에서는 초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행상 우려와 함께 개선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면 ▲인권 실사 및 노동 기준 명확화 ▲생활 임금, 근로 시간 기준 필요 ▲유해 제품에 대한 구분 방안 등이다. 이번에 발표한 소셜 택소노미 초안은 10월 말에 예정대로 보고서가 나오더라도 법령으로 채택되기까지는 기나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린 택소노미와의 연계성 늘어날 것
첫째, 그린 택소노미와 소셜 택소노미의 연계성이 늘어날 것이다. 소셜 택소노미는 평가 방법에서 ‘실질적 기여(substantial contribution)’와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음(do no significant harm)’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린 택소노미와 동일하다. 다만 그린 택소노미가 6개의 환경 목표를 제시한 것과 달리 소셜 택소노미는 4개의 목표를 수직과 수평적 차원으로 나누고 있다. 일부 투자기관은 소셜 택소노미를 그린 택소노미처럼 단일 구조로 만들어 연계성을 높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둘째, 지배구조(G) 택소노미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소셜 택소노미가 뇌물 방지, 부패, 합리적 조세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시작 단계인 지배구조의 초안을 마련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린 택소노미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와 같은 과학적 근거에 기초를 둔다면, 소셜 택소노미는 권위 있는 국제표준에 기초를 두어 약간의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발효 즉시 모든 회원국에 적용되는 규정(regulation)보다는 회원국의 상황에 따라 시행령을 제정할 수 있는 지침(directive)으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공급망 사슬 관리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초안에 따르면 대기업은 기후변화 대응, 노동 및 인권 보호를 위해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의 공급망 실사 의무가 주어지고 있다. 즉 대기업은 ▲공급망 전 과정에서 환경 및 인권 등을 침해하는 활동 여부의 확인·보고·개선 의무 부여 ▲리스크 발생 시 해당 내용과 대책 공개 ▲위반 시 벌금 부과 또는 피해 보상 등을 해야 한다. 주요 국가 중 영국(2015년), 프랑스(2017년), 네덜란드(2020년)는 이를 이미 법제화했으며, 독일은 지난 6월 공급망 실사법(LkSG, Supply Chain due Diligence Law)을 제정했다. 이 법은 2023년부터 직원이 3000명 이상인 회사에 적용되며, 2024년에는 1000명 이상 기업으로 확대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셜 택소노미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사회적 영향과 성과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것이다. 소셜 택소노미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공급망 실사의 도입이며, EU 기업과의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공급망 실사 준수와 함께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 유지를 위해 ESG 정보를 공시하는 기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택소노미는 독일 속담처럼 ‘느리지만 꼼꼼히’ ESG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