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올 들어 한국 기업의 해외 기업 M&A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한 결과로 풀이된다.

해외기업 M&A 건수, 올 들어 두 배 늘어
4일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한국 기업이 1000억원(발표 당시 환율 기준·단순 지분투자 제외) 이상을 지급하고 해외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12건에 달한다. 이미 작년 한 해 거래 건수(5건)의 두 배를 넘어섰다. 2018년(8건) 및 2019년(6건)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거래금액이 5000억원 이상인 초대형 M&A는 올해 7건에 달하고 있다. 작년(2건)의 세 배가 넘는다.

올해 거래 규모가 가장 큰 M&A는 넷마블의 스핀엑스 인수였다. 넷마블은 9월 글로벌 ‘소셜카지노’ 3위 게임업체인 스핀엑스를 2조513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테일러메이드 인수(1조9000억원)와 DL케미칼의 미국 크레이튼 인수(1조8900억원),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이타카홀딩스 인수(1조1200억원), 현대자동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1조원) 인수 등도 거래 규모 1조원대의 초대형 딜이었다.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형 M&A 증가는 기술 및 제품 경쟁력을 갖춘 해외 기업을 인수해 단숨에 덩치를 키우고, 이를 통해 세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당장의 매출 확대를 기대하며 신흥시장 투자에 집중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래기술 확보와 선진시장 공략을 위한 M&A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상 기업들이 주로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고, 업종도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 수소, 재생에너지, 석유화학, 로봇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은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최근에는 좋은 매물이 나오면 한국 기업을 찾을 때가 많다”며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다 인수 대상 업체도 한국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희망하는 사례가 많을 정도로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강경민/차준호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