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보상과 ESG 성과 연계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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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를 경영진의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ESG 경영에 대한 동기부여와 함께 기업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와 같은 성과 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 인센티브, 장기 스톡옵션 등 기업의 특색에 맞는 방식이 논의된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ESG와 경영진의 성과 평가 연계 여부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해외 주요 기업은 기업의 ESG 성과를 경영진의 보상 체계에 도입하고 있다. ESG 성과와 경영자 보상을 연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영진이 ESG 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가장 직접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SG 성과에 따른 경영자 보상은 경영자의 행동을 기업의 ESG 경영 활동과 동일한 방향으로 이끄는 효과적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가치 향상에도 영향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미국·캐나다·호주 등의 6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속 가능 경영의 일환으로 ESG 성과 지표를 경영진 보상 체계에 반영하는 기업은 2020년 말 기준 18.7%로, 2018년(9.3%)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통적 경영진 보상 규모는 기업의 시장가치나 매출·수익성 등 재무적가치를 중심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재무적 지표로 설명되지 못하는 경영진의 노력을 반영하기 위해서 비재무적 지표까지 활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대 공동연구팀이 진행한 ESG와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성과를 반영하는 경영자 보상 계약에 대한 연구에서는 ESG·CSR 연동 계약이 실제로 기업가치 제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서 2013년 사이 S&P 500 기업의 24%가 경영 보상에 ESG·CSR 지표를 반영했고, 이것이 기업가치를 최대 3.1%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PwC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FTSE 100 기업의 45%가 ESG 성과를 경영자 보상에 연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기업의 37%는 연간 보너스에 ESG 성과를 반영했으며 19%는 장기적 성과 보상에, 11%는 연간 보너스와 장기 성과 모두 채택해 ESG 성과에 따른 보상을 지급한다. 경영자의 성과와 ESG를 연계하는 대표적 해외 기업으로는 애플, 다논, 인텔, 유니레버, 치폴레 등이 있다. 애플은 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주총회 안건 통지문을 통해 ‘환경과 다양성, 직원 간 통합 등 6대 가치 구현을 위한 경영진의 노력을 평가해 현금 보너스(성과급) 책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보상위원회가 ESG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10% 범위에서 지급액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식품 회사 다논은 고정 급여와 장기적 인센티브를 모두 ESG 요소와 연계했다. 경제, 사회·환경, 관리 부문으로 나눠 성과를 측정하며 사회·환경 분야의 평가는 최대 20%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1.5℃ 기후협약 및 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ESG 평가 부문에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각 기업의 특성에 맞게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여도, 다양성 반영, 물 관리, 직원 경험 등 세부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성과 체계를 확립해나가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이 선도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2019년부터 CEO의 핵심 성과 지표(KPI)에 사회적가치 창출을 50% 반영하고 있다. 지난 7월 넷제로 전략을 발표한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넷제로 추진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CEO 평가 및 보상과 직접 연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ESG 성과는 적용되는 지표가 복잡하고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기에 도입 확대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재무 전문가 앨릭스 에드먼스는 저서 〈ESG 파이코노믹스〉를 통해 ‘ESG 경영 성과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경영진 인센티브로 장기 스톡옵션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경영진으로 있는 동안 단기적 성과 대신 장기적 접근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이진규 삼일회계법인 ESG 플랫폼 파트너
“공감대는 이미 형성…명확한 ESG 성과 측정이 관건” - 기업들이 ESG 성과 지표와 KPI를 연계하는 이유는.
“실무진 입장에서 ESG는 새로운 업무다. 그렇기에 ESG라는 기업의 새로운 방향성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 동력으로 제시된 방법이다. 실제로 기업 사이에서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된 상태다.”
- 국내 도입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나.
“국내에서는 SK그룹이 DBL(Double Bottom Line)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각 축으로 해 사업에서 발생한 가치를 그룹사 CEO 평가에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공공기관 평가 요소에 ESG를 도입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공공기관은 5개년 단위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수행한다. 여기에 ESG가 평가 요소로 들어간다는 것은 공공기관장부터 임직원 단위까지 성과 평가에 ESG를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임직원 단위의 평가 보상을 이루기까지 예상되는 어려움은.
“실무적으로는 지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 어떠한 기준으로 성과를 선택할 것인지, 어떠한 기준으로 평가를 할 것인지 기업마다, 부서마다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스코어 카드와 지표를 사용해 평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친환경 상품을 생산하는 부서와 경영지원본부를 동등한 기준으로 보고 ESG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느냐와 같은 문제가 출발점이 될 것이다. 피평가자 입장에서 적절한 성과 지표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다양한 평가 구조와 성과 형태에 대한 고민도 이어져야 한다.”
- ESG 성과와 경영진 성과 연계가 확대될까.
“계속 확대될 것이다. 다만 각 기업이 이러한 성과 체계를 도입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SG로 인한 수익 창출은 기존 기업 활동이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다. 이를테면 순환경제 내에서 기업의 활동이 사회에 긍정적 임팩트를 미친 후 다시 기업으로 돌아와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성과 측정이 명확할 때 이러한 성과 평가 모델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기업가치 향상에도 영향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미국·캐나다·호주 등의 6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속 가능 경영의 일환으로 ESG 성과 지표를 경영진 보상 체계에 반영하는 기업은 2020년 말 기준 18.7%로, 2018년(9.3%)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통적 경영진 보상 규모는 기업의 시장가치나 매출·수익성 등 재무적가치를 중심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재무적 지표로 설명되지 못하는 경영진의 노력을 반영하기 위해서 비재무적 지표까지 활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대 공동연구팀이 진행한 ESG와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성과를 반영하는 경영자 보상 계약에 대한 연구에서는 ESG·CSR 연동 계약이 실제로 기업가치 제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서 2013년 사이 S&P 500 기업의 24%가 경영 보상에 ESG·CSR 지표를 반영했고, 이것이 기업가치를 최대 3.1%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PwC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FTSE 100 기업의 45%가 ESG 성과를 경영자 보상에 연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기업의 37%는 연간 보너스에 ESG 성과를 반영했으며 19%는 장기적 성과 보상에, 11%는 연간 보너스와 장기 성과 모두 채택해 ESG 성과에 따른 보상을 지급한다. 경영자의 성과와 ESG를 연계하는 대표적 해외 기업으로는 애플, 다논, 인텔, 유니레버, 치폴레 등이 있다. 애플은 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주총회 안건 통지문을 통해 ‘환경과 다양성, 직원 간 통합 등 6대 가치 구현을 위한 경영진의 노력을 평가해 현금 보너스(성과급) 책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보상위원회가 ESG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10% 범위에서 지급액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식품 회사 다논은 고정 급여와 장기적 인센티브를 모두 ESG 요소와 연계했다. 경제, 사회·환경, 관리 부문으로 나눠 성과를 측정하며 사회·환경 분야의 평가는 최대 20%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1.5℃ 기후협약 및 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ESG 평가 부문에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각 기업의 특성에 맞게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여도, 다양성 반영, 물 관리, 직원 경험 등 세부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성과 체계를 확립해나가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이 선도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2019년부터 CEO의 핵심 성과 지표(KPI)에 사회적가치 창출을 50% 반영하고 있다. 지난 7월 넷제로 전략을 발표한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넷제로 추진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CEO 평가 및 보상과 직접 연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ESG 성과는 적용되는 지표가 복잡하고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기에 도입 확대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재무 전문가 앨릭스 에드먼스는 저서 〈ESG 파이코노믹스〉를 통해 ‘ESG 경영 성과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경영진 인센티브로 장기 스톡옵션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경영진으로 있는 동안 단기적 성과 대신 장기적 접근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이진규 삼일회계법인 ESG 플랫폼 파트너
“공감대는 이미 형성…명확한 ESG 성과 측정이 관건” - 기업들이 ESG 성과 지표와 KPI를 연계하는 이유는.
“실무진 입장에서 ESG는 새로운 업무다. 그렇기에 ESG라는 기업의 새로운 방향성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 동력으로 제시된 방법이다. 실제로 기업 사이에서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된 상태다.”
- 국내 도입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나.
“국내에서는 SK그룹이 DBL(Double Bottom Line)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각 축으로 해 사업에서 발생한 가치를 그룹사 CEO 평가에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공공기관 평가 요소에 ESG를 도입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공공기관은 5개년 단위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수행한다. 여기에 ESG가 평가 요소로 들어간다는 것은 공공기관장부터 임직원 단위까지 성과 평가에 ESG를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임직원 단위의 평가 보상을 이루기까지 예상되는 어려움은.
“실무적으로는 지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 어떠한 기준으로 성과를 선택할 것인지, 어떠한 기준으로 평가를 할 것인지 기업마다, 부서마다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스코어 카드와 지표를 사용해 평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친환경 상품을 생산하는 부서와 경영지원본부를 동등한 기준으로 보고 ESG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느냐와 같은 문제가 출발점이 될 것이다. 피평가자 입장에서 적절한 성과 지표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다양한 평가 구조와 성과 형태에 대한 고민도 이어져야 한다.”
- ESG 성과와 경영진 성과 연계가 확대될까.
“계속 확대될 것이다. 다만 각 기업이 이러한 성과 체계를 도입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SG로 인한 수익 창출은 기존 기업 활동이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다. 이를테면 순환경제 내에서 기업의 활동이 사회에 긍정적 임팩트를 미친 후 다시 기업으로 돌아와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성과 측정이 명확할 때 이러한 성과 평가 모델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