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없이 굴착기 등 작동 안돼…비싸도 못사 기사들 '발동동'
건설기계업체들, 수소·전기 건설장비 개발 박차

전국적으로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현상이 이어지면서 요소수 없이 작동이 불가능한 건설기계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겨울을 앞두고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요소수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지만 비싼 값을 주고도 살 수 없어 굴착기 기사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에 건설기계 업체들은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와 같은 외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디젤 엔진 기계를 대체하는 수소·전기 건설장비 출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요소수 품귀에 건설기계업계도 비상…친환경 장비 출시 속도낸다
7일 건설기계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생산되는 굴착기, 휠로더 등 건설장비는 대부분 디젤엔진이어서 환경규제에 맞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탑재된다.

따라서 작동을 위해선 요소수 투입이 필수적이다.

건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14t급 휠굴착기의 경우 4∼5일마다 요소수 10ℓ 1통이 필요하다.

이보다 큰 대형 굴착기는 작업 정도에 따라 하루에 1통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수출 제한에 따른 요소수 수급난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마저도 구할 수 없게 되자 굴착기 기사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특히 장기가 아닌 하루 단위 계약으로 현장에 투입되는 굴착기 기사들은 요소수를 직접 사야 해 부담이 더 커진 상태다.

장기계약을 한 건설장비의 요소수 비용을 부담하는 건설 현장 사무소들도 요소수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유튜버로 활동 중인 굴착기 기사 김세연(37)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8천∼9천원 하던 요소수 10ℓ 1통을 적게는 5만원 많게는 10만원에 구하고 있다"면서 "중고시장에서 사재기 물품이 50만원에 나온 것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비싼데도 현장에서는 (요소수) 구하려고 난리다.

미리 주문도 했는데 업체도 물량이 달리니 안 팔려고 하더라"라며 "지금까지는 버텼지만 다들 오늘내일하는 수준이라 굴착기들이 언제 멈출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기계협회, 대한건설기계협회 등 관련 기관에도 기사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요원한 상태다.

대한건설기계협회의 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모자란다고 하니 방법이 없다"면서 "정부도 (요소수 구하는 것을) 건설기계 개인사업자의 재량에 맡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요소수 품귀현상이 예상 보다 장기화하면서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등 국내 건설장비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요소수 대란과 같은 외부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가 반복될 것에 대비해 디젤엔진을 수소연료전지와 전기모터로 대체하는 친환경 건설기계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요소수 품귀에 건설기계업계도 비상…친환경 장비 출시 속도낸다
특히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현대모비스와 함께 국내 최초로 5t급 수소 지게차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양산 모델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데 출시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는 것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소굴착기 개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도 올해 5월 전기 굴착기에 장착되는 배터리팩 시제품 1호기를 제작 완료했으며, 내년 초에는 이 배터리팩을 탑재한 1.7t급 전기 굴착기 초도품을 만들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지주사인 현대제뉴인 관계자는 "요소수 사태에 더해 환경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디젤엔진을 대체할 차세대 기술 개발에 역량을 쏟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