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구경하는 방문객. /연합뉴스
서울 한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구경하는 방문객. /연합뉴스
“립스틱 한 번 발라봐도 되나요?”

지난 8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화장품 매장 곳곳에서 에어쿠션, 블러셔, 컨실러, 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우려 때문에 전면 폐쇄했던 화장품 테스터를 일부 매장에서 사용하기 시작해서다.

이 백화점 내 D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화장품 발색 테스트가 제한적 방식으로 가능하게 되면서 지난 주말에 평소보다 많은 고객들이 매장을 찾았다. 테스트가 가능한지 미리 전화 문의를 주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S화장품 매장 관계자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 뉴스가 나오면서 그동안 판매가 주춤했던 립스틱이나 블러셔 등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곧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날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일부 화장품 매대에도 테스트 제품들이 등장했다. 아직 전면적으로 화장품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진 않지만 손등이나 테스터 종이 등에 화장품 발색이나 향수 시향을 하는 방식으로 손님을 끌고 있다. H화장품 매장 직원은 “그간 색조 화장품을 찾는 고객들이 뜸했는데 다시 수요가 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컸던 외출복 매출도 점차 회복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이맘때는 카페, 술집 등의 셧다운과 재택근무 일상화로 ‘홈웨어’ 선호 트렌드가 강했지만 올해는 위드 코로나 기대감에 외출복 구매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다. 가을·겨울 일상복은 물론 남성 슈트나 여성 정장 매출 상승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 명동의 한 옷가게를 찾은 시민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뉴스1
서울 명동의 한 옷가게를 찾은 시민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뉴스1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여성 의류 매출은 전주(10월25~31일)보다 16.4% 증가했다. 남성 의류도 12.6%, 주얼리는 18.7% 늘었다. 특히 화장품 매출도 크게 늘어 위드 코로나 시행 직전에 비해 판매량이 3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시계·쥬얼리 등 고가 액세서리가 58.2%, 화장품은 22.9% 판매가 늘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로 재택 근무를 하던 직장인들이 회사 출근을 시작한 데다 각종 연말 모임이 가능해지고, 결혼식 인원 제한 등도 완화되면서 고급 의류 소비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유통업계는 위드 코로나 특수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김포 등 프리미엄아울렛을 중심으로 이미 아우터(외투) 행사장을 확대·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갑작스런 한파에 오랜만에 외출복을 사려는 쇼핑객이 늘 것으로 보고 본점과 강남점, 센텀시티점 등에서 노비스, 카눅 등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패딩 팝업 매장을 잇따라 선보인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