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알리바바그룹(이하 알리바바)의 '11·11(쌍십일) 쇼핑 축제' 풍경. 사진=알리바바그룹 제공
지난해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알리바바그룹(이하 알리바바)의 '11·11(쌍십일) 쇼핑 축제' 풍경. 사진=알리바바그룹 제공
한국 소비재 기업들이 중국의 최대 할인 행사 시즌인 '광군제'(11월11일·독신자의 날)'를 맞아 활약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기업 알리바바그룹(이하 알리바바)의 '11·11(쌍십일) 쇼핑 축제'에 참전한 이랜드와 LG생활건강 등이 줄줄이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다만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이 '규제의 시대'에 접어들며 알리바바가 마케팅 활동은 자제한 만큼 전체 쇼핑행사의 매출 성장세는 주춤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K뷰티 올해도 활약…LG생활건강·닥터자르트 '신기록'

사진=LG생활건강
사진=LG생활건강
올해도 K뷰티의 활약상이 빛났다.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 LG생활건강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알리바바와 틱톡(어우인) 중심으로 진행한 11·11 쇼핑축제 행사에서 럭셔리 화장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42% 증가한 3700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는 '후'와 '숨', '오휘' 등이 있다. 특히 매출의 많은 비중을 대표 브랜드 '후'가 차지했다.

후 매출은 지난해 행사기간보다 61% 급증한 3294억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후는 알리바바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 에스티로더, 랑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특히 '후 천기단 화현 세트'는 알리바바에서 88만세트가 팔려 전체 카테고리 단일제품 판매 중 2위, 화장품 카테고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틱톡에서도 30만세트가 팔려 전체 제품 중 1위를 기록했다.
사진=닥터자르트
사진=닥터자르트
2019년 에스티로더가 인수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도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닥터자르트는 광군제에서 지난해 광군제보다 41% 급증한 2억7500만위안(약 508억원)의 매출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닥터자르트는 라이브커머스를 적극 활용했다. 예약판매 첫날 진행된 중국 유명 왕훙(인플루언서) ‘오스틴’과의 라이브방송에서 1억2400만위안(약 22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닥터자르트는 "지난달 20일 사전 예약판매 시작 1시간 만에 전년 예약판매 기록을 넘어섰고, 하루 만에 매출 1억위안을 달성했다"며 "티몰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순위 3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이랜드 매출 1000억 돌파…"K패션 기업 첫 사레"

사진=이랜드
사진=이랜드
패션업계에서도 낭보가 전해졌다. 올해 광군제 기간 패션기업 이랜드의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것.

이랜드는 지난 11일 하루 동안 온라인 쇼핑몰에서 5억6300만위안(약10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거둔 매출(약 800억원)보다 30% 이상 증가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패션 기업 최초로 광군제에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며 "중국 온라인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광군제 매출이 매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랜드
사진=이랜드
호실적 요인으로는 중국 진출 27년차 경력을 바탕으로 한 현지 소비자 분석과 온라인 채널 강화를 들었다. 라이브 커머스(라이브방송)와 '샤오청쉬'(중국 위챗 기반 신소매 커머스) 강화 등으로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는 설명이다.

광군제에서 활약한 브랜드로는 여성복 ‘이랜드’와 아동복 ‘포인포’를 꼽았다. ‘이랜드’는 지난해에 이어 1억위안(약 184억원) 클럽을 지켰고, '포인포' 매출은 올해 처음으로 1억위안을 넘겨 중국 온라인쇼핑몰 '티몰'에서 5위권 안에 진입했다. 이와 함께 ‘프리치’, ‘스코필드 여성’, ‘쇼콜라’, ‘바디팝’ 등 복종별 대표 브랜드들도 지난해보다 호실적을 거뒀다고 전했다.

알리바바, 매출 신기록 새로 썼지만…성장세는 '둔화'


알리바바는 올해 11·11 쇼핑 축제 기간 10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거래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행사가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 폐막일과 겹친 상황에서 마케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매출 성장세는 두드러지게 꺾였다. 알리바바는 창업자 마윈의 당국 공개 비판 이후 규제의 집중 표적이 된 상태다.

신경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올해 11·11 쇼핑 축제 기간 티몰, 타오바오, 티몰 글로벌, 알리 익스프레스 등 자체 플랫폼의 총 거래액이 5403억위안(약 99조6745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11월11일 알리바바가 처음 쌍십일 쇼핑 축제를 시작한 후 최대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행사 대상 기간이 길어지면서 거래 규모도 커지는 효과가 나타난데다 매년 나타났던 폭발적인 성장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대비 거래액 증가율은 8.4%에 그쳤다. 지난해 대상 기간이 연장되면서 나타난 증가율(85.6%)보다 크게 둔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같은 거래액 성장세 둔화는 중국 규제 환경의 변화와 관련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이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반대'를 빅테크 규제의 주요 명분으로 내건 상태기 때문이다. 실제 알리바바는 올해 마케팅 과정에서 국정 시책에 맞춰 환경보호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앞세운 바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