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인사제도 개편은 경쟁력 있는 임원 후보를 미리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기업을 이끌고 갈 인재를 제때 확보해 양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매년 임원 승진자를 가려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입사 연차로 따졌을 때 20~25년가량 되는 CL4 등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임원 자리가 전체 직원 수에 비해 극도로 적기 때문에 부문별로 부장이 된 지 4~5년 넘은 고참 부장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3분기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원은 총 641명이다. 미등기임원 886명 가운데 전문위원 등 연구개발(R&D) 직군을 제외한 숫자다. 전체 직원이 11만4000여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0.5%가량만이 ‘별’을 달 수 있다.

임원이 된 뒤 경쟁도 만만치 않다. 상무에서 전무로, 다시 부사장으로 승진하기 위해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삼성전자에서 상무(상무대우 포함)는 428명이다. 전무(전무대우 포함)는 129명에 불과해 4 대 1의 경쟁률로 승부를 봐야 한다. 부사장은 67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진검승부는 여기서 시작된다. ‘사장’ 타이틀을 다는 순간 연봉과 퇴임 후 업계 처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내 사장은 16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장을 거치면 퇴임 후 어지간한 대기업의 최고위직 임원으로 또 다른 기회의 장이 열린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은 물론 엄격한 능력과 인사 검증을 거쳐 최종 승자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개인으로서도 영예로 여겨진다.

사장이 된다고 해도 다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직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3명의 임원을 먼저 만났다. 김기남 DS(반도체)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이다.

세 사람 모두 2018년 3월 선임된 뒤 4년째 대표이사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대표 제품 및 서비스를 총괄하는 최고위직이다. 연봉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3분기 기준 삼성전자 등기이사 보수는 1인당 평균 28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제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웬만한 국제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초청받는 일도 많다”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알아주는 경영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