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애물단지’로 남아 있던 드릴십(심해용 원유시추선) 한 척을 매각했다. 재고로 남아 매년 유지·보수에만 100억원이 넘게 들던 드릴십 매각에 성공하면서 재무 부담을 덜었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최근 터키 시추사 터키페트롤리엄에 코발트 익스플로러호를 매각했다. 대우조선이 2011년 미국 시추사 밴티지드릴링으로부터 6억6000만달러에 수주했지만 2015년 유가 급락으로 계약이 취소돼 재고로 남아 있던 선박이다. 매각 가격은 2억~2억5000만달러로 알려졌다. 당초 수주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으로 올라섰지만 원유 채굴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장기간 중고로 남아 있던 선박의 가치가 급락한 탓이다.

이번 매각으로 대우조선은 드릴십 재고 물량을 4척으로 줄였지만 리스크는 여전하다. 대우조선은 2018년 노던드릴링에 드릴십 2척을 매각했지만 최근 계약이 취소되는 등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9월 인도 예정이던 나머지 2척의 인도 시기도 발주사인 발라리스가 경영난을 겪으며 2023년으로 늦춰졌다.

업계에선 이번 매각이 드릴십 수요가 살아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대우조선뿐 아니라 삼성중공업 역시 5척의 드릴십을 재고로 떠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추사들이 가동을 멈췄던 드릴십을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유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드릴십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