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분해하는 바이오차, 국가 차원의 연구 나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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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용식 고려대 교수는 토양 내 플라스틱의 분해와 폐기물 관리 분야를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바이오차가 플라스틱 분해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바이오차는 토양에 더 많은 탄소를 가둘 수있는 탄소 네거티브 기술로도 주목 받는다
[한경ESG] 인터뷰 - 옥용식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옥용식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토양학을 기반으로 폐기물, 특히 플라스틱 저감과 관련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낸 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고려대 한국바이오차연구센터 센터장을 맡아 플라스틱 저감에 기여하는 바이오차(Biochar)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 최근 폐기물 관리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올 초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환경 이슈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절반 이상이 플라스틱(미세플라스틱 포함)을 꼽았습니다. 현재 환경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가 플라스틱인 거죠. 11월 초 대한민국 패키징 포럼을 열기도 했는데 플라스틱의 절반 정도는 패키징, 즉 플라스틱 포장재입니다. 토양오염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플라스틱입니다. 토양을 파보면 플라스틱이 층을 이룰 정도예요. 특히 코로나19 이후 환경 이슈가 주목받으면서 지난해부터 환경 관련 세미나와 강연 요청이 많아졌습니다. 기업도 이제 환경 이슈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한 것 같아요. 국내외 대학에서도 ESG MBA 과정이 생기는 등 환경과 비즈니스의 접목이 글로벌 트렌드가 된 것 같습니다.”
- 최근 연구 주제는 무엇입니까.
“주된 분야는 기후·환경·에너지 융합으로, 토양학을 기반으로 하는 중금속이나 토양오염, 바이오차와 관련한 연구입니다. 예를 들면 토양의 단면에서 플라스틱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이 플라스틱이 어디에서 온 건지, 어디까지 내려갔는지 분석하는 거죠. 토양에 묻은 플라스틱이 분해되는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이 실제 분해되는지도 검증합니다. 또 분해를 가속화하기 위해 바이오차를 어느 정도 깊이에 매설했을 때 탄소저장 효과가 높고 오염물질도 잘 분해할 수 있을지도 연구합니다. 이 분야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환태평양대학협회 이니셔티브에서 플라스틱 서플라이 체인을 점검하고 전 세계 토양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하는지 측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바이오차가 무엇입니까.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와 숯(charcoal)의 합성어입니다. 흔히 바이오차를 하나의 소재나 물질로 보는데, 원래 자연에 있는 흙에 들어 있는 유기물 성분이 바이오차입니다. 토양이 지닌 탄소량이 대기 중 탄소의 2배고, 토양에서 작은 탄소변화가 글로벌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를 만든다는 데 많은 학자가 동의합니다. 즉 토양 탄소를 보존할 수 있는 가장 양질의 유기물이 바이오차입니다. 자연적으로 식물이 썩어 유기물이 되고 수백·수천년이 걸려 토양이 되는데, 토양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파괴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바이오차를 토양에 집어넣어 시간을 단축하는 개념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죽어 흙으로 돌아가면 탄소중립인데, 그 나무를 바이오차로 만들면 분해가 느리기 때문에 탄소를 토양에 잡아둘 수 있습니다. 탄소 네거티브 기술인 거죠. 매킨지의 가장 최근 보고서에서도 바이오차를 탄소중립 실현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라고 언급했습니다.”
- 바이오차 효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바이오차의 첫 번째 효과는 폐기물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 두 번째는 폐기물을 통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탄소배출 저감에도 기여하고 물이나 토양 환경도 개선해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큽니다. 바이오차의 순기능은 폐기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탄소배출을 저감하며, 또 토양 환경에서 정수기 필터처럼 지하수를 깨끗하게 해줍니다. 토양과 물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바이오차의 대표적인 사회경제적 가치입니다.”
- 폐마스크로 바이오차를 만드는 실험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시 유전 개념으로 에너지 회수를 위해 버려지는 마스크를 바이오차로 만들고, 이 바이오차를 토양에 넣어 다시 토양오염을 막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순환경제로, 이 루프를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로 만드는 거예요. 또 마스크나 플라스틱을 연료로 만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 특허도 많이 냈고, 함께하려는 기업도 많습니다. 다만 한 사람의 기술로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어요. 앞으로 여러 대학의 연구자들이 모여 공동 협업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세계 상위 1% 과학자’로 선정됐는데요.
“웹 오브 사이언스에서는 매년 전 세계 영향력 있는 과학자(세계 상위 1% 과학자)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융합학문 분야에서 처음 선정됐고, 그다음 해에는 환경생태 분야에서 선정됐습니다. 또 지난 10월에 발표한 2021년 조사에서도 환경생태와 공학 분야에서 선정됐습니다. 여기에 선정되려면 고인용 논문을 많이 써야 하는데, 약 90편의 고인용 논문을 썼습니다. 많이 인용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이나 공학자, 농업 관계자, 정부 정책 담당자 등 여러 분야의 사람이 많이 보기 때문인 듯합니다. 환경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 연구에서 가장 큰 어려움과 걸림돌은 무엇인지요.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적 어려움으로 과학기술 전반의 문제이기도 한 연구비 확보의 문제입니다. 연구비를 계속 지원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트렌디한 분야에만 지원하다 보니, 예를 들어 바이오차 분야에 한 번 연구비가 나오면 다음에 연구비를 받기가 쉽지 않아요. 키워드가 계속 바뀝니다. 또 국가 연구비는 1년, 2년, 3년 연구를 주기 때문에 단기 과제 중심입니다. 연구비 평가도 친분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다 보니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평가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 해외 학자들과 협업은 어떻습니까.
“내년에 세계적 명성의 과학 저널인 네이처와 세계 최초로 ‘네이처 ESG 포럼’을 개최하는데, ESG 중에서도 주목하는 것은 환경 분야입니다. 순환경제·플라스틱·도시 유전과 관련한 기술, CCUS 기술의 세계적 석학을 초청해 기업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내년에 시작해 앞으로 매년 개최하려 합니다. 또 제가 프로그램 기획을 맡고 있는 환태평양대학협회에서 ‘공학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아시아 지역을 돌면서 플라스틱이나 환경 현안 등에 대한 라운드테이블을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방콕에서 할 생각인데, 아시아의 환경문제를 다루려 합니다.”
- 앞으로 어떤 연구 계획이 있습니까.
“바이오차 기술을 활용한 플라스틱과 폐기물 문제 해결 노력이 실험실이나 기업 수준이 아닌 국가 수준에서 대규모로 진행될 때까지 하고 싶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바이오차를 국가 과제로 추진하고 있죠. 그 같은 비전을 갖고 부산과 서울, 경기도에 위치한 실험포장을 고나리하면서 10~20년을 내다보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차 기술은 최근 탄소중립위원회에서도 주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최근 폐기물 관리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올 초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환경 이슈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절반 이상이 플라스틱(미세플라스틱 포함)을 꼽았습니다. 현재 환경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가 플라스틱인 거죠. 11월 초 대한민국 패키징 포럼을 열기도 했는데 플라스틱의 절반 정도는 패키징, 즉 플라스틱 포장재입니다. 토양오염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플라스틱입니다. 토양을 파보면 플라스틱이 층을 이룰 정도예요. 특히 코로나19 이후 환경 이슈가 주목받으면서 지난해부터 환경 관련 세미나와 강연 요청이 많아졌습니다. 기업도 이제 환경 이슈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한 것 같아요. 국내외 대학에서도 ESG MBA 과정이 생기는 등 환경과 비즈니스의 접목이 글로벌 트렌드가 된 것 같습니다.”
- 최근 연구 주제는 무엇입니까.
“주된 분야는 기후·환경·에너지 융합으로, 토양학을 기반으로 하는 중금속이나 토양오염, 바이오차와 관련한 연구입니다. 예를 들면 토양의 단면에서 플라스틱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이 플라스틱이 어디에서 온 건지, 어디까지 내려갔는지 분석하는 거죠. 토양에 묻은 플라스틱이 분해되는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이 실제 분해되는지도 검증합니다. 또 분해를 가속화하기 위해 바이오차를 어느 정도 깊이에 매설했을 때 탄소저장 효과가 높고 오염물질도 잘 분해할 수 있을지도 연구합니다. 이 분야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환태평양대학협회 이니셔티브에서 플라스틱 서플라이 체인을 점검하고 전 세계 토양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하는지 측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바이오차가 무엇입니까.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와 숯(charcoal)의 합성어입니다. 흔히 바이오차를 하나의 소재나 물질로 보는데, 원래 자연에 있는 흙에 들어 있는 유기물 성분이 바이오차입니다. 토양이 지닌 탄소량이 대기 중 탄소의 2배고, 토양에서 작은 탄소변화가 글로벌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를 만든다는 데 많은 학자가 동의합니다. 즉 토양 탄소를 보존할 수 있는 가장 양질의 유기물이 바이오차입니다. 자연적으로 식물이 썩어 유기물이 되고 수백·수천년이 걸려 토양이 되는데, 토양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파괴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바이오차를 토양에 집어넣어 시간을 단축하는 개념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죽어 흙으로 돌아가면 탄소중립인데, 그 나무를 바이오차로 만들면 분해가 느리기 때문에 탄소를 토양에 잡아둘 수 있습니다. 탄소 네거티브 기술인 거죠. 매킨지의 가장 최근 보고서에서도 바이오차를 탄소중립 실현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라고 언급했습니다.”
- 바이오차 효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바이오차의 첫 번째 효과는 폐기물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 두 번째는 폐기물을 통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탄소배출 저감에도 기여하고 물이나 토양 환경도 개선해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큽니다. 바이오차의 순기능은 폐기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탄소배출을 저감하며, 또 토양 환경에서 정수기 필터처럼 지하수를 깨끗하게 해줍니다. 토양과 물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바이오차의 대표적인 사회경제적 가치입니다.”
- 폐마스크로 바이오차를 만드는 실험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시 유전 개념으로 에너지 회수를 위해 버려지는 마스크를 바이오차로 만들고, 이 바이오차를 토양에 넣어 다시 토양오염을 막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순환경제로, 이 루프를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로 만드는 거예요. 또 마스크나 플라스틱을 연료로 만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 특허도 많이 냈고, 함께하려는 기업도 많습니다. 다만 한 사람의 기술로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어요. 앞으로 여러 대학의 연구자들이 모여 공동 협업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세계 상위 1% 과학자’로 선정됐는데요.
“웹 오브 사이언스에서는 매년 전 세계 영향력 있는 과학자(세계 상위 1% 과학자)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융합학문 분야에서 처음 선정됐고, 그다음 해에는 환경생태 분야에서 선정됐습니다. 또 지난 10월에 발표한 2021년 조사에서도 환경생태와 공학 분야에서 선정됐습니다. 여기에 선정되려면 고인용 논문을 많이 써야 하는데, 약 90편의 고인용 논문을 썼습니다. 많이 인용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이나 공학자, 농업 관계자, 정부 정책 담당자 등 여러 분야의 사람이 많이 보기 때문인 듯합니다. 환경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 연구에서 가장 큰 어려움과 걸림돌은 무엇인지요.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적 어려움으로 과학기술 전반의 문제이기도 한 연구비 확보의 문제입니다. 연구비를 계속 지원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트렌디한 분야에만 지원하다 보니, 예를 들어 바이오차 분야에 한 번 연구비가 나오면 다음에 연구비를 받기가 쉽지 않아요. 키워드가 계속 바뀝니다. 또 국가 연구비는 1년, 2년, 3년 연구를 주기 때문에 단기 과제 중심입니다. 연구비 평가도 친분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다 보니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평가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 해외 학자들과 협업은 어떻습니까.
“내년에 세계적 명성의 과학 저널인 네이처와 세계 최초로 ‘네이처 ESG 포럼’을 개최하는데, ESG 중에서도 주목하는 것은 환경 분야입니다. 순환경제·플라스틱·도시 유전과 관련한 기술, CCUS 기술의 세계적 석학을 초청해 기업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내년에 시작해 앞으로 매년 개최하려 합니다. 또 제가 프로그램 기획을 맡고 있는 환태평양대학협회에서 ‘공학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아시아 지역을 돌면서 플라스틱이나 환경 현안 등에 대한 라운드테이블을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방콕에서 할 생각인데, 아시아의 환경문제를 다루려 합니다.”
- 앞으로 어떤 연구 계획이 있습니까.
“바이오차 기술을 활용한 플라스틱과 폐기물 문제 해결 노력이 실험실이나 기업 수준이 아닌 국가 수준에서 대규모로 진행될 때까지 하고 싶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바이오차를 국가 과제로 추진하고 있죠. 그 같은 비전을 갖고 부산과 서울, 경기도에 위치한 실험포장을 고나리하면서 10~20년을 내다보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차 기술은 최근 탄소중립위원회에서도 주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