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무기체계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국방기술품질원 부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10여 년 전부터 군용 헬기 적외선 검출기의 국산화를 준비해왔다. 적외선 검출기는 입사되는 적외선을 영상 신호로 변환시켜 주는 부품으로, 군용 헬기가 야간에도 작전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개발 국가가 수출을 통제하기 때문에 상용화한 나라는 5~6개국에 불과하다.

아이쓰리시스템, 산업용 엑스레이 시장 진출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구매연계형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국내 기업 중 관련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과 협력해 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후 적외선 센서 관련 기술력이 있는 아이쓰리시스템이 사업에 참여했고, 이 업체는 개발비를 지원받아 2015년께 적외선 검출기 개발에 성공했다. 아이쓰리시스템 관계자는 “국산화 제품은 개당 5000만원이 넘는 해외 제품보다 30~40%가량 싸다”며 “개발 이후 국내 방위산업체 등 판매처를 늘리면서 회사 매출도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개발한 적외선 검출기 기술을 응용해 산업용 엑스레이 시장에도 진출했다.

아이쓰리시스템과 같이 수요처와 연계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매년 지원하는 구매연계형 R&D 사업을 통해서다. 이 제도는 기술력이 좋은 중소기업을 선정해 대·중견기업, 정부·공공기관(수요처) 등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토록 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전체 개발비의 80% 내에서 출연금을 낸다. 수요처는 ‘구매동의서’나 ‘구매계약서’를 쓰고, 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업의 제품을 일정 기간 구매해 준다. 다만 정부의 출연금 지원은 기업당 5억원 이내로 제한된다. 기정원 관계자는 “수요처로선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확실히 구매하겠다는 구매계약서만 쓰면 개발비를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며 “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참여를 원하는 공기업 등이 기정원에 과제제안서(RFP)를 쓰면 기정원이 관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신청을 받아 수요처와 중소기업 간 계약 체결을 중개한다. 중소기업이 수요처에 먼저 기술 개발을 제안하고 계약을 맺은 뒤 기정원에 사업 심사를 신청할 수도 있다. 한국산학연협회는 수요처 관리 기관으로, 수요처 자격 검토 및 과제 발굴위원회 운영 관리를 담당한다.

구매연계형 R&D 사업에 참여하는 수요 기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기정원에 따르면 구매연계형 R&D 사업에 참여한 수요처는 2016년 누적 792곳에서 2020년 1260곳까지 늘었다. 기정원 관계자는 “민간 업체와 공공기관을 합해 올해 1360곳까지 수요처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