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기후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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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출범한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연합(GFANZ)에는 전세계 45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했다. 이들은 투자 및 대출 포트폴리오 내 탄소 배출량을 점검해 2030년까지 이를 절반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앞으로 탐소 감축에 나서지 않는 기업은 갈수록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기후 위기 대응에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 투자 등이 요구된다. 특히 자금을 공급하는 ‘기후 금융(climate finance)’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기후 금융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흡수원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부정적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인간 및 생태 시스템의 취약성을 줄이고 회복력을 유지 및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금융’으로 정의한다.
지난 10월 말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유엔 기후변화 특사인 마크 카니 전 영국은행 총재는 파이낸셜 타임즈(F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에서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카니 특사는 “베스트 프랙티스, 과학 기반 전환 계획 등 넷제로에 초점을 맞춘 금융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신흥국, 개발도상국의 탄소중립 자금 지원 및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금융, 2050년 6조 달러 규모 전망
실제 시장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기후 싱크탱크 ‘기후 정책 이니셔티브’의 분석에 따르면 2019~2020년 기후 금융 글로벌 자금 규모는 6320억 달러로 추정된다. 2050년에는 관련 시장이 6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광열 연세대 기후금융학 겸임교수는 “현재 기후 금융의 큰 축은 기후채권과 탄소배출권 거래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유럽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자연스럽게 유로화가 기축통화인 국제질서를 형성했다.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지난 11월에 열린 COP26 역시 기후 금융을 핵심 의제로 삼았다. 지난 4월에 출범해 COP26에서 이름을 알린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연합(GFANZ)에 관심이 집중됐다. GFANZ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 스탠리 등 45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한 대규모 연합체다.
GFANZ 회원사들은 UNFCCC의 이니셔티브인 레이스투제로(race to zero), 과학 기반 지침 등을 준수해 늦어도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 50% 감축을 위한 목표를 5년마다 점검하며 매년 진행 상황과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특히 금융 부문 의사결정 시 ‘기후변화’를 핵심 의제로 두고 포트폴리오와 금융상품을 탄소감축 위주로 운영해야 한다. ‘탄소감축을 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 국제 금융기관 내 큰 질서로 자리 잡은 셈이다.
물론 이러한 GFANZ의 야심 찬 목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는 선진국이 2020년까지 개도국을 대상으로 매년 1000억 달러의 기후 기금을 제공하겠다는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개도국에 실제 지원한 기금액은 약 796억 달러로 목표액을 크게 밑돌았다.
비영리기구 옥스팜(Oxfam)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기후금융 그림자 보고서’에서 공공 기후 금융(2017∼2018년)의 80%인 470억 달러가 보조금 형태가 아니라 대출 및 비보조금 수단으로 제공됐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절반가량은 상환 기간 등의 조건이 비교적 좋지 않은 ‘비양허성’으로 제공되거나 더 많은 상환액을 요구하는 등 애초의 취지를 잃어버린 모습을 보였다.
급격히 커지고 있는 기후 금융의 규모와 영향력에 걸맞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백 교수는 “기후 관련 기금이나 기관들의 시스템 자체가 관료화된 경우가 많다. 기관 내 금융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터뷰] 제현주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
“100% 민간자금으로 기후테크 펀드 첫 조성” 제현주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를 시작으로 금융업계를 거쳐 임팩트 투자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됐다. 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부터 다량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던 제 대표는 지난 8월 인비저닝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 클라이밋 솔루션 펀드의 탄생 배경은.
“기후테크는 임팩트 투자사로서 늘 주목하던 영역이었다. 작년을 기점으로 기후변화 대응 속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기후테크는 기술적 솔루션 외에도 기존 산업과 기업, 소비자, 정부의 정책 등 여러 변화들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분야다. 해외와 국내의 자유로운 협력도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민간자금 100%로 운영되는 펀드라고 생각했다.”
- 1차 결성 투자금이 660억원이 넘었다. 성과가 시사하는 바는.
“올 초만 해도 투자자를 만나면 기후변화 대응이 왜 중요한지, 왜 빠른 대처가 필요한지 설득해야 했다. 그런데 중반에 접어들면서 ‘기후테크가 중요한 것은 알겠다. 그래서 어떻게 투자를 할 것이냐’로 질문의 흐름이 바뀌었다. 실제로 펀드레이징을 하면서 더욱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공공자금, 정책기금 없이 100% 민간자금으로 조성된 첫 펀드라는 성과는 충분히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공감대 형성의 의미라고 본다.”
- 기후테크 스타트업 중 눈에 띄는 기업이 있나.
“투자 영역은 크게 네 가지다. 클린에너지 솔루션, 지속 가능한 농식품, 산업 및 순환경제 솔루션, 탄소포집 및 자원화 등이다. 그중 눈여겨볼 만한 기업으로는 한국에서는 식물성 대체육 개발사 ‘지구인 컴퍼니’, 재생에너지 전환 솔루션인 바나듐레독스플로우배터리(VRFB)를 제조하는 ‘에이치투’가 있다. 미국의 경우 플라스틱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원재료(TPU)로 업사이클링하는 ‘노보루프’, 탄소포집 및 저장·활용 기술(CCUS)을 개발하는 ‘디멘저널 에너지’를 주목하고, 투자한 바 있다.”
- 공공부문과 협력도 필요하지 않나.
“기후 금융 분야가 워낙 넓어서 전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후테크 분야를 본다면 여전히 공공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기후테크의 경우 민간자본이 극초기의 기술 개발 리스크를 모두 감당하는 것은 어렵다. 해외시장 역시 초기 R&D를 지원하는 공공의 지원금(grant)이 초창기 기술개발 지원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의 기본적 콘셉트가 만들어지면 그때부터 벤처 캐피털의 영역에 들어온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IT·서비스 기업과 달리 공장을 설치하거나 전문 기계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자금 문제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이때 공공 성격의 자금, 대출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이 필요하다. 미국은 정부·비영리 속성의 기금이 스타트업 지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인비저닝 파트너스의 목표가 궁금하다.
“가장 큰 목표는 좋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정해진 미래다. 이러한 미래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창업자들을 위해 투자자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해외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한국 시장이 상당히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높아진 국가적 위상과 함께 한국의 기술력과 사업 전망이 배경이 아닐까 한다. 혁신적 해외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국내 스타트업과 연결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지난 10월 말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유엔 기후변화 특사인 마크 카니 전 영국은행 총재는 파이낸셜 타임즈(F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에서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카니 특사는 “베스트 프랙티스, 과학 기반 전환 계획 등 넷제로에 초점을 맞춘 금융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신흥국, 개발도상국의 탄소중립 자금 지원 및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금융, 2050년 6조 달러 규모 전망
실제 시장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기후 싱크탱크 ‘기후 정책 이니셔티브’의 분석에 따르면 2019~2020년 기후 금융 글로벌 자금 규모는 6320억 달러로 추정된다. 2050년에는 관련 시장이 6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광열 연세대 기후금융학 겸임교수는 “현재 기후 금융의 큰 축은 기후채권과 탄소배출권 거래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유럽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자연스럽게 유로화가 기축통화인 국제질서를 형성했다.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지난 11월에 열린 COP26 역시 기후 금융을 핵심 의제로 삼았다. 지난 4월에 출범해 COP26에서 이름을 알린 글래스고 넷제로 금융연합(GFANZ)에 관심이 집중됐다. GFANZ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 스탠리 등 45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한 대규모 연합체다.
GFANZ 회원사들은 UNFCCC의 이니셔티브인 레이스투제로(race to zero), 과학 기반 지침 등을 준수해 늦어도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 50% 감축을 위한 목표를 5년마다 점검하며 매년 진행 상황과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특히 금융 부문 의사결정 시 ‘기후변화’를 핵심 의제로 두고 포트폴리오와 금융상품을 탄소감축 위주로 운영해야 한다. ‘탄소감축을 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 국제 금융기관 내 큰 질서로 자리 잡은 셈이다.
물론 이러한 GFANZ의 야심 찬 목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는 선진국이 2020년까지 개도국을 대상으로 매년 1000억 달러의 기후 기금을 제공하겠다는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개도국에 실제 지원한 기금액은 약 796억 달러로 목표액을 크게 밑돌았다.
비영리기구 옥스팜(Oxfam)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기후금융 그림자 보고서’에서 공공 기후 금융(2017∼2018년)의 80%인 470억 달러가 보조금 형태가 아니라 대출 및 비보조금 수단으로 제공됐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절반가량은 상환 기간 등의 조건이 비교적 좋지 않은 ‘비양허성’으로 제공되거나 더 많은 상환액을 요구하는 등 애초의 취지를 잃어버린 모습을 보였다.
급격히 커지고 있는 기후 금융의 규모와 영향력에 걸맞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백 교수는 “기후 관련 기금이나 기관들의 시스템 자체가 관료화된 경우가 많다. 기관 내 금융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터뷰] 제현주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
“100% 민간자금으로 기후테크 펀드 첫 조성” 제현주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를 시작으로 금융업계를 거쳐 임팩트 투자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됐다. 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부터 다량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던 제 대표는 지난 8월 인비저닝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 클라이밋 솔루션 펀드의 탄생 배경은.
“기후테크는 임팩트 투자사로서 늘 주목하던 영역이었다. 작년을 기점으로 기후변화 대응 속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기후테크는 기술적 솔루션 외에도 기존 산업과 기업, 소비자, 정부의 정책 등 여러 변화들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분야다. 해외와 국내의 자유로운 협력도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민간자금 100%로 운영되는 펀드라고 생각했다.”
- 1차 결성 투자금이 660억원이 넘었다. 성과가 시사하는 바는.
“올 초만 해도 투자자를 만나면 기후변화 대응이 왜 중요한지, 왜 빠른 대처가 필요한지 설득해야 했다. 그런데 중반에 접어들면서 ‘기후테크가 중요한 것은 알겠다. 그래서 어떻게 투자를 할 것이냐’로 질문의 흐름이 바뀌었다. 실제로 펀드레이징을 하면서 더욱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공공자금, 정책기금 없이 100% 민간자금으로 조성된 첫 펀드라는 성과는 충분히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공감대 형성의 의미라고 본다.”
- 기후테크 스타트업 중 눈에 띄는 기업이 있나.
“투자 영역은 크게 네 가지다. 클린에너지 솔루션, 지속 가능한 농식품, 산업 및 순환경제 솔루션, 탄소포집 및 자원화 등이다. 그중 눈여겨볼 만한 기업으로는 한국에서는 식물성 대체육 개발사 ‘지구인 컴퍼니’, 재생에너지 전환 솔루션인 바나듐레독스플로우배터리(VRFB)를 제조하는 ‘에이치투’가 있다. 미국의 경우 플라스틱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원재료(TPU)로 업사이클링하는 ‘노보루프’, 탄소포집 및 저장·활용 기술(CCUS)을 개발하는 ‘디멘저널 에너지’를 주목하고, 투자한 바 있다.”
- 공공부문과 협력도 필요하지 않나.
“기후 금융 분야가 워낙 넓어서 전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후테크 분야를 본다면 여전히 공공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기후테크의 경우 민간자본이 극초기의 기술 개발 리스크를 모두 감당하는 것은 어렵다. 해외시장 역시 초기 R&D를 지원하는 공공의 지원금(grant)이 초창기 기술개발 지원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의 기본적 콘셉트가 만들어지면 그때부터 벤처 캐피털의 영역에 들어온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IT·서비스 기업과 달리 공장을 설치하거나 전문 기계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자금 문제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이때 공공 성격의 자금, 대출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이 필요하다. 미국은 정부·비영리 속성의 기금이 스타트업 지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인비저닝 파트너스의 목표가 궁금하다.
“가장 큰 목표는 좋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정해진 미래다. 이러한 미래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창업자들을 위해 투자자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해외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한국 시장이 상당히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높아진 국가적 위상과 함께 한국의 기술력과 사업 전망이 배경이 아닐까 한다. 혁신적 해외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국내 스타트업과 연결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