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2.0 시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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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칼럼
‘ESG를 실천하겠습니다’, ‘ESG에 앞장서겠습니다’. 페이스북을 보다가 어느 기업의 홍보 글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지나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이상한 말이다. ‘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실천하겠습니다?’ 어색하지 않은가. 사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고 있다. 각 분야에서 지구를 보호하고 착한 기업이 되겠다는 뜻일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ESG 분야의 경영철학이나 전략을 윤리와 규범의 프레임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한경ESG 독자라면 잘 알겠지만, ESG는 2006년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이 주도한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에서 처음 언급한 용어다. 총 6가지 원칙으로 구성돼 있는데, 골자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환경, 사회, 거버넌스 이슈를 고려’한 책임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ESG 이슈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고, ESG 리스크를 회피하도록 투자 대상 기업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에게 ESG 투자 원칙은 단순히 윤리나 규범에 따라 투자하라는 것은 아닌 듯하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경영에서 당연히 윤리나 규범을 고려해야겠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만큼 경영전략 차원에서 ESG 이슈에 접근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해 보인다.
# 지속 가능성과 성장의 균형. 균형은 영어로 밸런스(balance)이며, 저울이라는 뜻도 들어 있다. 저울의 한쪽에 아주 무거운 것을 올리면 균형은 깨지기 마련이다. 한쪽엔 코끼리가, 다른 한쪽엔 어린아이가 올라가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균형이 심하게 깨질 것이다. 코끼리가 발을 떼지 않는 이상 어린아이는 땅에 내려올 수 없다. ‘지속 가능’과 ‘성장’, ‘미래’와 ‘현재’, ‘규범’과 ‘자율’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에 무게가 쏠리면 다른 한쪽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지속 가능만 강조하다 성장 기회를 잃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ESG 경영’이라는 용어를 쓰곤 한다. ESG 경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성장이 지속 가능해야 하고, 지속 가능은 성장을 전제로 고려되어야 한다. 결국 균형점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의 문제가 아닐까.
# 시진핑의 ‘미래’와 리커창의 ‘현재’. “중국은 더욱 적극적인 정책과 조치를 채택해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할 것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세계경제의 친환경적 회복을 달성하고, 이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강한 힘을 창출할 것을 촉구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 유엔총회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한 내용 중 한 대목이다. “사람들이 따뜻하고 안전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하고, 경제가 안정적 발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에너지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석탄 생산과 석유·가스 탐사, 개발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난 9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한 발언이다. 리커창 총리 발언의 배경은 급격한 에너지 정책 드라이브로 석탄,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빈곤층일수록 에너지 전환에 취약하다. 미래와 현재 역시 적당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 규범과 경영의 자율성. ESG는 연탄 나르기 봉사 같은 사회 공헌의 연장이 아니다. ESG만 강조하다 보면 연탄 자체도 문제라는 해괴한 지적이 나올지 모른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분류되는 대표적 화석연료이니 말이다. 사회가 규범이나 윤리의 관점을 강요하면 기업의 자율과 책임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규범이 필요하다면 행정부나 국회에서 입법을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ESG 관련 개념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까. 규범만 강조하다 보면 경영은 위축될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한 화상회의에서 헨리 퍼낸데즈 MSCI 회장이 한 말이 떠오른다. “아직도 사람들은 ESG를 자선 활동의 일환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시대착오적 인식이다. ESG는 자선이나 이타주의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고, 사회 전체가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ESG다.” ESG 경영 2.0 시대를 고민하는 이해관계자라면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하다.
송재형 전국경제인연합회 ESG TF 팀장
한경ESG 독자라면 잘 알겠지만, ESG는 2006년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이 주도한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에서 처음 언급한 용어다. 총 6가지 원칙으로 구성돼 있는데, 골자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환경, 사회, 거버넌스 이슈를 고려’한 책임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ESG 이슈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고, ESG 리스크를 회피하도록 투자 대상 기업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에게 ESG 투자 원칙은 단순히 윤리나 규범에 따라 투자하라는 것은 아닌 듯하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경영에서 당연히 윤리나 규범을 고려해야겠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만큼 경영전략 차원에서 ESG 이슈에 접근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해 보인다.
# 지속 가능성과 성장의 균형. 균형은 영어로 밸런스(balance)이며, 저울이라는 뜻도 들어 있다. 저울의 한쪽에 아주 무거운 것을 올리면 균형은 깨지기 마련이다. 한쪽엔 코끼리가, 다른 한쪽엔 어린아이가 올라가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균형이 심하게 깨질 것이다. 코끼리가 발을 떼지 않는 이상 어린아이는 땅에 내려올 수 없다. ‘지속 가능’과 ‘성장’, ‘미래’와 ‘현재’, ‘규범’과 ‘자율’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에 무게가 쏠리면 다른 한쪽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지속 가능만 강조하다 성장 기회를 잃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ESG 경영’이라는 용어를 쓰곤 한다. ESG 경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성장이 지속 가능해야 하고, 지속 가능은 성장을 전제로 고려되어야 한다. 결국 균형점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의 문제가 아닐까.
# 시진핑의 ‘미래’와 리커창의 ‘현재’. “중국은 더욱 적극적인 정책과 조치를 채택해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할 것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세계경제의 친환경적 회복을 달성하고, 이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강한 힘을 창출할 것을 촉구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 유엔총회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한 내용 중 한 대목이다. “사람들이 따뜻하고 안전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하고, 경제가 안정적 발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에너지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석탄 생산과 석유·가스 탐사, 개발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난 9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한 발언이다. 리커창 총리 발언의 배경은 급격한 에너지 정책 드라이브로 석탄,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빈곤층일수록 에너지 전환에 취약하다. 미래와 현재 역시 적당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 규범과 경영의 자율성. ESG는 연탄 나르기 봉사 같은 사회 공헌의 연장이 아니다. ESG만 강조하다 보면 연탄 자체도 문제라는 해괴한 지적이 나올지 모른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분류되는 대표적 화석연료이니 말이다. 사회가 규범이나 윤리의 관점을 강요하면 기업의 자율과 책임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규범이 필요하다면 행정부나 국회에서 입법을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ESG 관련 개념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까. 규범만 강조하다 보면 경영은 위축될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한 화상회의에서 헨리 퍼낸데즈 MSCI 회장이 한 말이 떠오른다. “아직도 사람들은 ESG를 자선 활동의 일환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시대착오적 인식이다. ESG는 자선이나 이타주의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고, 사회 전체가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서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ESG다.” ESG 경영 2.0 시대를 고민하는 이해관계자라면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하다.
송재형 전국경제인연합회 ESG TF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