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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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가입자 30대 박현 씨(가명)는 지난해 252차례 병·의원 진료를 받았다. 이유는 사지의 통증. 이를 통해 박 씨가 받은 연간 보험금은 비급여진료비를 중심으로 7419만7000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손보험 진료비의 97% 이상은 비급여진료로, 주로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에 쓰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외래환자 중 실손보험금을 가장 많이 타간 5명 중 4명은 중증질환 치료가 아닌 도수치료에 수천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주요 5개 손해보험사(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자 중 외래진료 실손보험금 수령액 상위 4명은 근골격계 만성통증 환자로 파악됐다. 중증질환자는 다섯번째로 많은 진료비를 받은 유방암 환자가 유일했다.

외래진료비 보험금 수령액 상위 5명의 평균 보험금은 6945만8000원, 외래 진료 횟수는 평균 285회로 집계됐다. 보험금 청구액 중 비급여진료비가 95%에 이르렀다.

실손보험금 수령액 상위 50명에서도 근골격계 만성통증을 이유로 1년에 200회 이상 도수치료를 받고 4000만원이 넘는 비급여 진료비를 지출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고액 수령자는 모두 1세대 구(舊)실손보험이나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 가입자다. 이들 상품의 경우 자기부담비율이 낮은 만큼 과도한 이용을 유도한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지난 몇 년 새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 근골격계 분야의 비급여 재활·물리치료 관련 청구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비급여 재활·물리치료는 연간 약 4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상태다. 비급여진료 비용의 경우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서다.

5개 주요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비급여 재활·물리치료비는 2018년 2392억원에서 지난해 4717억원으로 늘어났다. 2년간 증가율만 97%를 뛰어넘었다.

문제는 소수의 비급여진료 과잉 이용이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최근 손해보험업계는 내년 1세대 상품의 보험료 15%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험개발원에 제출했다. 올해 실손보험에서만 3조5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비급여진료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의료기관과의 협의가 필수적인 사안인 만큼,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단 게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매년 오르는 보험료로는 보험금 누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물론 보건당국에서도 비급여 과잉 의료를 제한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