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대한민국 ESG클럽 월례포럼
ESG클럽 월례포럼에 참여해 강연을 하고 있는 천석범 SAP코리아 부사장.사진=이승재 기자
ESG클럽 월례포럼에 참여해 강연을 하고 있는 천석범 SAP코리아 부사장.사진=이승재 기자
대한민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포럼이 주최하는 제6회 ESG클럽 월례포럼이 지난 11월 24일 서울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ESG 경영 대상 민간 부문 수상도 함께 진행됐다. 종합 대상의 영광은 LG생활건강에 돌아갔다. 이어 ▲에쓰오일(에너지 부문) ▲포스코(소재-철강 부문) ▲현대 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산업재 부문) ▲현대모비스(자유소비재 부문) ▲신한금융그룹(금융-은행 부문) ▲미래에셋증권(금융-자본시장 부문) ▲삼성전자(정보기술 부문) ▲LG유플러스(통신서비스 부문)가 부문별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번 포럼의 특별 강연에는 천석범 SAP코리아 부사장이 참석해 ESG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제언과 전략을 나눴다. 천석범 부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와 석사를 공부하고 CJ GLS, 삼성전자 등을 거쳐 현재 SAP 한국지사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오피스 부문장을 맡아 솔루션 및 기술 고문을 책임지고 있다.

천 부사장은 “SAP는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ESG 원칙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기업에 내재화되어 작동하고, 어떠한 결과를 만드느냐를 중점적으로 본다. 즉 구현을 목적으로 ESG를 분석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실제로 ESG가 기업경영에 녹아들어 효과를 내야 비로소 의미 있는 ESG 경영이 된다는 것이다.

IT 기업의 사회적책임

사회적가치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 역시 주목할 만하다. IT 기업의 중대 발표, 관련 박람회 등에서는 주로 신제품, 신기술에 대한 발표가 주요 콘텐츠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올해 애플 CEO의 중대 발표는 인종차별 방지를 위한 프로젝트 소개가 주를 이뤘다. 인종차별 방지(REJI) 프로젝트 1억 달러 투자, 미 전역 흑인대학(HBCU)과 협력해 글로벌 교육 지원 센터 100개 설립, 유색인종 기업가들을 위한 벤처 캐피탈 펀딩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애플은 이 발표를 마치고 주가 최고가를 갱신했으며, 이는 ESG 경영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의 척도가 됐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역시 2021 CES 기조연설에서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IT 기업의 책임을 지적하며 기업의 사회적책무와 역할을 강조했다.

천 부사장은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과 글로벌화, 기업의 성장에 의한 개별 국가의 통제 제약으로 인해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여러 사회 이슈가 등장했다고 봤다. 여기에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 이윤을 선호하는 자본의 속성과 부딪혀 생긴 것이 지속 가능성이라는 테마라고 설명했다. 자본으로 기업을 통제함으로써 지속 가능성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ESG의 목적인 것이다.

하지만 정량화, 객관화, 가시성에 대한 표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기업 역시 각기 다른 평가기관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 체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천 부사장은 “결국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기업 운영 시스템에서 나오는 이러한 데이터를 정량화해 모으는 디지털화가 잘되어 있는 회사가 ESG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SAP도 이러한 점을 주목하고 ESG를 위한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이 아닌, 기존 데이터를 이용해 ESG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AP의 지속 가능 솔루션

SAP의 지속 가능 경영 전략은 UN이 공표한 17개의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 중 8개 항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8가지 항목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 보장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 ▲좋은 일자리 확대와 경제성장 ▲산업성장과 혁신 활성화 및 사회기반시설 구축 ▲모든 종류의 불평등 해소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기후변화 대응 ▲지구촌 협력 강화 등이다. 이에 따른 비전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도록 돕는다’로 설정했다.

최종 목표인 지속 가능성을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Exemplar’와 ‘Enabler’로 접근할 수 있다. Exemplar는 시범 사례로 SAP가 먼저 관련 프로세스를 실행·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과 직접 만나는 지점은 Enabler다. 기업의 니즈를 파악해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솔루션은 기업의 우선순위 5가지를 반영해 만들어진다. ▲공시 및 지표 관리 체계 ▲온실가스 감축 ▲순환경제(제로 폐기물) ▲사회적책임(제로 불평등) ▲산업 혁신으로 구성된 우선순위에 따라 SAP가 기업 비즈니스에 따라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모든 기업의 과제가 된 공시 및 평가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부분이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과거 재무 공시에서 벗어나 비재무적 지표와 재무적 지표를 통합하는 통합성과 보고 및 공시 단계까지 도달한 상태다. 주목할 점은 선도기업의 움직임이다. 선도기업은 기업의 가치평가에 외부성을 고려하고 대차대조표에 기업의 사회적가치를 반영하는 등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시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 천 부사장이 제시한 과제는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성→구조화된 데이터 수집 및 파이프라인 구축→통합 원장 구축→각종 공시 지표, 프레임워크 지원·가치 평가 및 리스크 평가 스코프 도출 → 전방위적 ESG 지표 관리 및 최적화 순이다. 이 과제를 달성할수록 기업의 성숙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대부분의 회사는 공시 지표, 리스크 평가 단계에 멈춰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천 부사장은 “지속 가능성 컨트롤 타워(레저) 확보가 중요하다. 공시 대상에 맞춰 원하는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SAP에서 사용하는 탄소배출 관리 솔루션에서는 ‘데이터 수집 및 복제→콘텐츠 관리→환경발자국 조사→환경발자국 분석→시뮬레이션 및 프로세스 통합’ 과정을 통해 관리 단위를 상세화하고 있다. SAP는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기업과 협업 시 탐색과 발견 워크숍을 통해 지속 가능 경영 목표를 확인하고 우선순위를 지정한다. 또한 SAP의 경험을 활용해 데이터, 프로세스를 검토하고 필요한 아키텍처와 구현법을 고민한다. 이후 효율적이고 리스크가 낮으며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천 부사장은 “ESG는 단번에 해치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긴 여행과 같다. 회사 자체적으로 ESG와 관련한 데이터를 찾고 개선하는 레저식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 월례포럼은 12월 22일 윤순진 탄소중립위원장과 함께할 예정이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