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 COP26 참관기
“개척할 영역은 넓다”…글래스고에서 본 기회
지난 11월 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렸다. 코로나19로 회의가 열리지 못한 2020년을 제외하고는 1995년부터 매년 개최해왔는데,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공식 행사에 처음 초청을 받아 아시아 민간 금융사 최초로 직접 참석하는 기회를 얻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우중충한 날씨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글래스고는 회의 기간 내내 따뜻하고 청명해 마치 전 세계에서 참석한 사절단과 초청 인사를 환영하는 듯했다. 글래스고는 모스크바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하지만, 멕시코만류의 영향으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온화한 지역으로 꼽힌다. ‘현재의 기후 위기가 계속돼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 해수의 밀도 차이로 발생하는 걸프 스트림 혜택은 사라지겠구나’ 하는 걱정이 뒤를 이었다.

당사국총회는 각국의 정상이 참석해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약 등 굵직한 기후 관련 협의를 도출하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회의로 자리매김했다. 그 위상을 증명이라도 하듯,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도보로 10여 분 떨어진 곳에서부터 네 번의 보안 체크(security check)를 통과해야 했는데, 다양한 나라에서 온 환경단체들이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액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파이낸스 데이’ 행사 참석해

이번 COP26 공식 행사 중 하나인 마라케시 파트너십에 참석한 것은 지난 11월 3일로, 이날은 탄소중립을 위한 금융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파이낸스 데이’였다. 파이낸스 데이 행사에는 전 영국 중앙은행 총재이자 유엔기후변화 특사인 마크 카니, COP26 기후 행동 챔피언 나이젤 토핑을 비롯해 알리안츠·HSBC·AXA 등 글로벌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환경 분야에서 금융의 역할이 중요함을 알리고, 민간 금융사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이들의 강한 의지가 현장 분위기를 더욱 달구었다.

신한금융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인 APG의 대표들과 ‘금융 부문의 저탄소 전환’을 주제로 토론하는 세션에 참여했다. 행사 시작 전 서로 악수를 나누며 인사할 때, 한국 금융사가 환경 이슈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직접 ‘전환 금융(transition finance)’을 주제로 친환경 전환을 위해 발전, 철강, 석유·화학 섹터에 집중해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탄소중립의 첫 바퀴를 돌릴 때에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금융연합의 힘으로 가속이 붙으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빠른 시일 내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하자 필자 뒷자리에 청중으로 앉아 있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큰 박수를 보냈다. 패널 토론에서는 통상 발언 이후 박수를 치는 경우가 드물다는데, 우리의 계획과 의지가 글로벌 차원에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

다음으로 참석한 행사는 한국관에서 열린 이벤트였다. 당사국총회는 참여국들이 자국의 환경 정책과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관을 운영하는데,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과 진정성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벤치마킹 또는 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어 정부 및 민간기업 관계자, 전 세계 NGO 단체, 기후를 연구하는 학자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11월 11일에 열린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홍보하는 행사에서는 조용병 회장이 ‘금융이 어떻게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인가’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금융의 역할이 친환경 전환과 가속화에 있음을 강조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더 많은 금융기관과 연대해 이러한 노력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기회였다. 발표 내내 앞자리에서 경청하던 한 여성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우리를 급히 부르며 인사를 청했다. 나이지리아 NGO 단체 소속인 그녀는 매우 인상적인 발표였다며 조 회장의 명함을 꼭 받고 싶다고 했다.

‘임팩트 투자’ 실제 사례 전해 들어

COP26 행사에 참석할 것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부담감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국 금융기관의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 이행 노력과 경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참석을 감행했는데, 현장에서 청중과 직접 교감하며 큰 자긍심을 느꼈다.

이번 COP26 행사에서 지속 가능 금융을 선도하는 기업인들과 직접 만난 것도 큰 성과였다. ESG 투자를 선도하는 블랙록의 폴 보드나르(Paul Bodnar) 지속가능경영 부문장과는 행사장 내 식당에서 만났다. 소박한 자리지만, 귀한 정보를 얻었다. 블랙록은 이미 진행되는 기후변화를 준비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후 적응 부문의 사모펀드 사업을 소개했다.

임팩트 투자 개념을 2001년 처음 도입한 아큐만 펀드 창업자 재클린 노보그라츠 회장과의 면담도 이루어졌다. 노보그라츠 회장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진행한 가정용 태양광 투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AXA 등 기관투자자, 구글 등 전략적 기업 투자자들이 아큐만의 가정용 태양광 투자펀드를 통해 1억2000만 명의 저소득층에 전력을 공급하고 동시에 12%의 높은 내부수익률(IRR)을 달성했다는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였다. 환경이나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과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의 실제 사례를 노보그라츠 회장에게 직접 들으며, 한국의 금융인으로서 우리 기업에 새로운 형태의 투자를 제공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다시 한번 느꼈다.

또한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이번 파리협약 제6조 국제탄소시장에 대한 이행 규칙 타결에 거는 큰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행 규칙 타결로 탄소배출권 상쇄 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세부 지침은 아직 미완성인 상황이지만, 다행히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협상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조만간 신규 사업을 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이 무르익을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을 위해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는 자리인 글래스고에서 필자가 본 것은 ‘기회’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 배우고 개척해야 할 영역은 실로 광대하다. 신한의 ESG 슬로건은 ‘Do the Right Thing for a Wonderful World’이다. 그런데 ‘Do the Right Thing’을 하는 길은 외길도, 좁은 길도 아니라고 확신한다. 드넓은 길, 이제 2022년에는 그 길을 반짝반짝 닦아놓는 데 주력하려 한다.
“개척할 영역은 넓다”…글래스고에서 본 기회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전략 및 지속가능경영부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