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준 티에스이 회장이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권상준 티에스이 회장이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1998년 9월, 40대에 갓 들어선 4년 차 창업자는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다.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국제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타이완’에 참석하는 여정이었다. 외환위기 사태로 국내 대기업 고객사가 하루아침에 증발하면서 회사가 문 닫을 위기에 내몰린 때였다. 전시회에 모인 전 세계 유명 반도체 회사 부스를 쉴 새 없이 찾아갔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눈높이를 낮춰 부품 대리점 수십 곳 문을 두드리고 나서야 영세한 현지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가까스로 첫 수출길을 여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2021년 ‘1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코스닥시장 상장사 티에스이의 권상준 회장 얘기다. 권 회장은 수출을 대폭 늘려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로부터 지난 6월 ‘이달의 무역인상’에 이어 이달 8일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까지 받았다.

권 회장이 1994년 창업한 티에스이는 프로브 카드와 테스트 소켓, 인터페이스 보드 등 제조업체다. 프로브 카드는 반도체 칩과 검사장비를 연결하는 장치로 티에스이가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기준 국내 1위, 세계 2위다. 소켓과 보드는 반도체 패키지 검사 단계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티에스이는 이들 제품을 앞세워 수출 시작 10년 만인 2008년 5000만달러 수출탑을 받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권 회장은 “일찍 해외에 나간 덕분에 자연스레 고객이 다양해지면서 고객 다변화가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수출의 효자 노릇에도 한계는 있었다. 외환위기는 어렵사리 극복했지만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며 다시 상황이 급변했다. 거래처였던 세계 5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독일 키몬다가 파산한 충격에 연간 5000만달러이던 수출액이 2009년 2000만달러로 확 줄었다.

티에스이는 제품 다변화를 승부수로 띄웠다. 당시 시장이 호황이던 LED(발광다이오드) 검사장비를 국산화했다. 권 회장은 “일본이 독점하던 LED 검사장비를 국산화한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5000만달러이던 수출이 2000만달러로 줄었다가 다시 1억달러로 늘어나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티에스이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공략을 확대해 수출 규모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존엔 제품군별로 메모리 반도체가 매출의 10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비메모리 반도체가 전체의 약 30%로 불어났다. 퀄컴 엔비디아 등 비메모리 분야 선두 기업 대부분을 고객으로 확보한 결과다.

권 회장은 “직원 660명, 2000억원 넘는 자산 등 성장 엔진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게 커졌다”며 “비메모리 비중을 50%로 끌어올리며 3년 내 수출을 2억달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