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리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내년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들어가는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강화되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커질 전망입니다. 여기에 물가 상승세도 계속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살림살이도 팍팍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같은 변화에 맞춰 개인의 금융생활도 새판을 짜야할 때입니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도 활용할 수 있는 팁을 공개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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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2월 전세 만기를 앞둔 직장인 최 모씨는 최근 집주인에게 계약 연장 의사를 전달했다가 반전세로 바꿔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보증금은 그대로 2억원을 유지하면서 관리비도 추가로 5만원 더 올리고, 월세를 20만원 정도 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계약 갱신청구권을 사용해도 되겠지만, 혹여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면 새로 집을 구할 수 밖에 없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연장하지 않고 새로 집을 구해볼까 싶지만, 주변 빌라 시세는 3억원대로 뛰었고, 금리 인상기에 대출을 더 받는 것도 부담이 될 거 같아 여러모로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내년에도 인플레이션(물가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거비 부담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미 집주인들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임차인에게 전가하면서 월세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11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로, 전년 동월 대비 3.7%나 상승했다. 이는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4월 2.3%를 기록한 후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다 지난 10월부터 3%대에 진입했다.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에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겹친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나타내면서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엔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압력까지 더해지면서 물가 오름세가 국내 각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2%를 상회하는 높은 가격상승률을 나타내는 품목의 범위는 에너지, 농축산물 등 일부 품목에서 최근에는 내구재, 개인서비스, 주거비 등 많은 품목에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10% 올라…"집주인 세금부담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

내년에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는 벌써부터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아파트 월세 지수와 거래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108.6으로 2015년 12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도 강북 14개구의 월세지수는 107.5, 강남 11개구는 109.7로 각각 역대 최고치였다. KB아파트 월세지수는 95.86㎡ 이하 중형 아파트 월세 추이를 조사해 산출하는 것으로, 2019년 1월을 100.0 기준으로 삼아 조사한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도 1년 사이 10%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작년 10월 112만원에서 올해 10월 123만4000원으로 10.17% 뛰었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월세 매물을 찾는 사람도 많아진데다가, 금리인상과 종부세 등 집주인의 비용이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내년 8월 전세계약청구권으로 인상이 제한됐던 전세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세입자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 주변 시세에 맞춰 반전세로 전환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임대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찬바람 부는 서울 전세 시장 >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학군지 이사철이지만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는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은마종합상가의 한 중개업소에 ‘급전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경훈 기자
< 찬바람 부는 서울 전세 시장 >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학군지 이사철이지만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는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은마종합상가의 한 중개업소에 ‘급전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경훈 기자
여기에 금융당국이 2022년부터 전세자금 대출을 분할 상환토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월세화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분할 상환을 선택할 경우, 전체 이자 총액은 줄어들지만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늘어나는 만큼 차주들의 부담이 늘 수밖에 없어서다.

만약 전세대출 2억원을 원금의 5% 이상을 분할상환하는 '혼합상환'으로 대출을 받는다면 5%(1000만원)을 이자와 함께 나눠서 갚고 나머지 1억9000만원은 만기에 상환하게 된다. 연 3.5% 금리로 전세대출 2억원을 받을 때, 월 상환액은 100만원으로 만기 일시 상환방식(58만3000원)보다 대폭 늘어난다. 원금 5%를 일부 분할 상환할 경우 41만7000원의 원금도 함께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출금이 늘면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세입자들은 전세를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반전세나 월세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은 "월세 가격은 내년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보유세 등 세금 전가로 인해 지속적으로 오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5000만원 이하도 '청년전용 보증부 월세대출' 이용 가능

그렇다면, 내년 집주인의 세금 인상 전가와 인플레이션의 풍파에도 주거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부가 지원하는 월세 대출 상품을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정부에서 내놓은 월세대출 상품인 '주거안정월세대출'이 있다. HUG 주거안정월세대출을 통해 매월 최대 40만원씩 2년간 총 96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거 전용면적이 85㎡ 이하(임차보증금 1억원 이하·월세 6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대출이 가능하다. 연 1.5% 금리인 우대형과 연 2.5%인 일반형이 있다. 우대형은 무주택자로 취업 후 5년 이내로 만 35세 이하이면서 부부합산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사회초년생과 취업준비생, 희망키움통장 가입자 등만 신청이 가능하다. 일반형은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면서 우대형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가능하다. 대출 만기는 2년이지만, 1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원룸에 사는 만 34세 이하 청년을 위한 청년전용 보증부 월세대출 상품도 있다.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청년이 신청 가능했지만, 내년부터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로 신청 자격을 대폭 확대한다. 보증금은 5000만원 이내, 월세 70만원 이하, 임차 전용면적 60㎡ 이하인 조건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대출할 수 있는 월세 한도도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대됐다. 월세와 보증금 모두 대출이 가능하며, 한도는 보증금의 경우 3500만원 이내, 월세는 매월 최대 50만원 범위에서 2년간 총 12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보증금과 금리는 연 1.3%이며, 월세는 20만원 초과일 경우 1.0%, 20만원 한도에선 무이자로 이용 가능하다. (계속)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