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미국 바이오업체 바이오젠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2016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명맥이 끊어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재개한다는 의미도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바이오 분야 영토 확장을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 지난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도 바이오사업을 키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시 삼성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에서 신수종사업으로 분류되려면 최소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이 나와야 한다”며 “바이오사업 외에는 이렇다 할 대안을 찾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유보금이 많은 삼성전자가 바이오젠 인수에 참여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3년 내에 유의미한 M&A를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삼성전자 경영기획실장을 맡았던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M&A 대상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왔고 많은 준비가 진행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지금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향후 3년 내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난 등을 감안해 NXP 등 차량용 반도체 업체를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대란으로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의 몸값이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랐다”며 “바이오사업을 측면 지원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마지막 대규모 글로벌 M&A는 2016년 11월 이뤄진 하만 인수다. 당시 삼성전자는 하만을 사들이는 데 80억달러(약 9조원)를 썼다. 이후엔 이렇다 할 M&A 실적이 없다. 삼성 경영진이 법률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영향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