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브레이킹 K 파이널 경기 모습 / 신한금융지주 제공
브레이킹 K 파이널 경기 모습 / 신한금융지주 제공
스포츠 마케팅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스포츠 종목은 브레이킹이다. 당장 올 초부터 후원할 선수를 물색하고 있다.

비보잉, 브레이크댄스로 더 익숙한 브레이킹은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사상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2020 도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을 비롯해 탁구 등에서도 후원 선수를 찾고 있다. 일반인에겐 다소 낯선 비인기 종목들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인기 스포츠와 스타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던 기존 마케팅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기업과 연관시키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스타 선수에게 집중하던 스포츠 마케팅이 최근 비인기·기초 종목으로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그간 스포츠 마케팅의 초점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비인기·비주류 종목을 후원해 함께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는 모양새다. 선수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으로 스포츠 자체가 주는 감동을 느끼도록 기업의 사회적가치를 강조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케팅 효과뿐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기업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과 선수를 발굴해 후원하는 이른바 ‘투자 마케팅’이 기업 사이에서 인기”라며 “투자 대비 효과가 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비인기·기초 종목으로 다변화

지난해 8월에 막을 내린 도쿄 올림픽은 기업에 기초 종목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선수들의 땀이 만들어낸 감동은 뒤에서 묵묵히 후원한 기업을 재조명하게 했고, 이들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양궁의 든든한 후원자 현대자동차그룹, 아무도 펜싱을 주목하지 않던 19년 전부터 ‘키다리 아저씨’로 묵묵히 후원해 ‘펜싱 어벤저스’ 신드롬을 일으킨 SK텔레콤은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올랐다.

KB금융그룹도 도쿄 올림픽에서 심미안을 인정받은 기업 중 하나다. KB금융그룹은 피겨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기 전인 10대 시절부터 후원을 시작해 마케팅 대박을 터뜨렸다. 이 같은 안목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육상과 수영, 체조 등 3대 기초 종목에 일찌감치 후원을 시작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남자 수영에서 ‘신기록 제조기’로 거듭난 황선우(18)가 잭팟을 터뜨렸다. 그는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기록 및 세계주니어기록(47초 56), 자유형 200m에서 한국기록 및 세계주니어기록(1분 44초 62)을 새로 썼다. KB금융그룹조차 예상하지 못한 쾌거로,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세계선수권 대회 등에서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수영의 미래로 떠올랐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황선우 선수가 도쿄 올림픽 이후 세대를 가리지 않고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서며 브랜드 이미지도 함께 높아졌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라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렇게 빨리 두각을 나타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 최초의 메달리스트 여서정(19)도 KB금융그룹이 후원하는 선수다.

후원의 손길이 메말랐던 육상도 기업 후원이 활기를 띠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귀화 선수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18)는 KB금융그룹이 2021년부터 후원을 시작한 선수다. 비웨사는 2021년 6월 전국 종별육상경기 선수권대회 100m에서 10초 45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해 대회 신기록을 새로 쓰는 등 한국 최초의 ‘9초대 기록’을 낼 선수로 평가받는다. 우리금융그룹도 근대 5종을 시작으로 비인기 종목 후원에 뛰어들었다.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도쿄 올림픽 근대 5종 동메달리스트 전웅태(26)와 후원 협약을 맺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전웅태 선수가 2024 파리 올림픽 때까지 운동에 전념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리 올림픽 앞두고 유망주 발굴

지난해 초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정리하며 ‘아마추어 스포츠 육성’으로 스포츠 마케팅의 방점을 옮긴 SK텔레콤의 행보도 남다르다. SK텔레콤은 최근 브레이킹 국가대표팀과 세계 톱 크루 ‘진조크루’ 후원을 시작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MZ세대의 관심이 높은 신규 스포츠 종목을 계속 발굴해 미래 세대에게 사랑받는 스포츠를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에게 친숙한 종목을 적극 육성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ESG 가치를 공유한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향후 진조크루, 브레이킹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MZ세대가 ESG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를 내놓을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스포츠 마케팅을 스포츠를 통한 SKT의 ESG 가치를 전파하는 핵심 통로로 활용하는 대표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단순한 기초 종목 후원을 넘어 SK텔레콤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고객과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기초 작업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장애인 사이클팀을 운영해 장애인 고용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사회와 접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농구, 사이클 등 선수들이 패럴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통해 국위선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스피드’, ‘참신함’ 등의 이미지를 얻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대한민국 스포츠 육성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다양한 스포츠의 균형 발전과 국내 스포츠의 글로벌 육성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첨단 ICT와 결합한 미래형 스포츠 발굴과 투자 등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초·비인기 종목을 향한 기업의 구애는 계속될 전망이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올해 아시안 게임,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 유망주를 발굴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수영 한국경제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