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5일 공식 출범하면서 대출·예금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한 직장인이 토스뱅크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5일 공식 출범하면서 대출·예금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한 직장인이 토스뱅크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토스뱅크가 올해부터 대출을 재개하면서 대출 수요자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고신용자 직장인이나 기존 대출을 이용 중인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와 낮은 한도를 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연초부터 '최저 금리 3%대, 최고 한도 2억7000만원'을 내세운 신용대출을 재개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영업 9일 만에 4639억원의 대출 한도가 소진됐다. 신용대출 최저금리 연 2.76%, 한도 2억7000만원(연 소득 이내)을 앞세우면서 대출 수요가 대거 몰린 탓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세를 멈추기 위해 전체 금융권에 총량 제한을 지킬 것을 압박했고,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카드와 보험사 등이 대출 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낮췄다.

지난해 연말까지도 은행권 대출 중단 사태가 빚어지면서 "믿을 건 토스뿐인가"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토스뱅크 대출을 직접 알아본 직장인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을 통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스타트업에 재직 중이라는 A씨는 "기존에 대출이 하나도 없는데도 토스뱅크에서 신용대출을 조회해 봤더니 '5000만원을 연 9.14% 이자로 빌릴까요'라는 안내가 떴다. 이게 실화인가 싶었다"며 "재직 기간이 1년 이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 싶지만, 생각보다 높은 금리에 시중은행 창구를 가봐야 하나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점수 974점에 연봉 7000만원(원천징수 기준)을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도 "토스뱅크가 신용대출 금리 연 3.3%로 적용한다는 소식에 대출을 바로 조회해봤다. 대출이 하나도 없고 신용카드 연체이력도 없는데 대출 금리 5%가 적용됐다"며 "대체 3% 대출은 누가 받을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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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출을 보유 중인 경우엔 대출한도가 아예 없거나 높은 대출금리가 안내됐다.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 C씨는 토스뱅크에서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현재 그는 은행 2곳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총 8800만원 한도로 사용 중이다.

직장인 D씨는 "이미 대출 1억500만원이 있는데 토스뱅크에서 금리 7.6%로 3200만원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금리가 너무 부담스럽지만, 올해도 지난해처럼 대출이 중단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 받아놨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저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확대하는 방침이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정부 방침상 고신용자나 중상위 소득자 대상 상품이 없어서 고금리 상품이 추천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올해 건전한 중·저신용자를 발굴해 합리적인 대출서비스를 제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저신용자는 신용점수 KCB 기준으로 820점 이하인 차주들을 뜻한다. 자영업자나 1300만 금융이력부족자 등 제1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한 고객들에게 신용점수 하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고, 신용도 개선 기회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