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골프 웨어 비수기’라는 패션업계의 고정 관념을 깨고 최근 들어 한겨울에도 골프 의류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내 스크린골프장이나 도심 속 야외 골프연습장에 갈 때도 고가의 골프 의류로 무장하는 새내기 골퍼가 늘어서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골프 의류의 겨울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코오롱 FnC 왁(WAAC)의 지난해 12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0% 증가했다. 형지그룹 골프의류 까스텔바작의 작년 12월 매출도 전년과 비교했을 때 6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최근 패딩과 코듀로이, 플리스 등 겨울 소재에 해당하는 상품을 대거 보강하면서 겨울 매출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골프 의류 브랜드는 겨울을 비수기로 보고 패딩과 같은 아우터 제품을 만들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겨울 구매 행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내 스크린골프장이나 도심 속 골프장에서 고가의 골프 의류를 입고 골프를 즐기는 ‘골린이(골프+어린이)’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 패딩 치마와 골프 맨투맨 등을 입은 사진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골프 의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골프 점퍼를 비롯해 스커트, 패딩이나 방한용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골프 의류는 2010년대 ‘아웃도어 붐’에 견줄 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를 누리고 있다. 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골프 웨어 시장은 지난해보다 약 6500억원 늘어난 6조335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전체 패션 시장은 정체 중이지만 골프 의류 시장은 매년 10% 이상 커지고 있다. 골프 의류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타이틀리스트어패럴 등 기능성 제품이 위주였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스타일이 강조되면서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왁이나 까스텔바작 같은 일상 골프 의류가 늘고 있다. 20~30대 골퍼가 증가하면서 말본골프와 같은 트렌드에 민감한 골프 의류가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