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해외 광물자원 개발사업이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9년 사이 6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자원외교 정책의 비리를 파헤치겠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하는 한편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줄이 중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공급망 위기가 닥친 마당에 누구도 정책 변화를 거론하지 않아 자원전쟁 시대에 한국이 낙오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공기업이나 민간기업·개인이 지분 투자 등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해외 광물자원 개발사업은 휴광을 제외하고 94개로 집계됐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말 219개에서 57% 줄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3~2016년 55개(25%) 감소했고, 문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이후 70개(43%)가 더 줄었다.

한국과 달리 해외 각국은 핵심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와 미·중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자원을 조달할 해외 자원 개발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고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는 사례와 같이 주요국이 원자재를 무기화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자원 개발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해외 자원 추가 개발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그간 어렵게 확보한 모든 해외 광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실행 중이다. 지난해 니켈과 구리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원료의 가격이 급등(각각 34%, 51%)했는데도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을 매입원가에도 미치지 못한 가격에 팔아치웠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국내 정치 보복 때문에 한국의 자원외교가 중단됐다”며 “지금이라도 20년 뒤를 내다보고 정부가 다시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