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문을 연 국내 최대 주류 전문숍 보틀벙커 앞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른바 ‘오픈런’(매장 열기 전부터 대기하다가 뛰어가는 것)이다. 이들이 줄을 서 기다린 이유는 고급 양주. 보틀벙커가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고급 위스키인 발베니 40년, 글렌피딕 40년 등을 한정 수량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고급 위스키 가격은 폭등했다. 희귀한 위스키라고 불리는 제품들의 가격은 500% 가까이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도 위스키다. 맥켈란 파인&레어 60년(사진)으로 21억원이 넘는다. 일본의 산토리 야마자키 위스키 55년은 2020년 홍콩 경매에서 9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장기 숙성 위스키의 가격이 높은 이유는 수량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위스키는 오래 숙성할수록 향미가 강해지는데, 이를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본다. 위스키로 재테크를 하기도 한다. 일반 식음료는 오래될수록 가치가 떨어지지만 위스키는 그 반대다.

최근엔 초저가 위스키의 인기도 많아져 위스키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와인에서 출시한 스카치위스키 글렌스택은 700mL에 9900원이다. 페르노니카코리아에서 선보인 101 파이퍼스는 200mL짜리가 5000원, 700mL짜리는 1만300원이다. 디아지오에서 내놓은 블랙&화이트는 하이볼 잔을 포함해 1만3500원, 존 바 파이니스트 블렌드는 1만2800원이다.

초저가 위스키는 모두 ‘스카치위스키’라고 표기돼 있다. 스카치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는 40% 이상이다. 물론 스코틀랜드에서 생산한다. 원료와 제조 공정에 차이가 거의 없다. 오크통 숙성 기간도 기준점인 3년 정도만 채운다. 제품에 따라서는 식용 색소를 넣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위스키 초보자가 즐기기엔 손색이 없다. 탄산과 레몬 그리고 얼음을 넣어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면 마법처럼 맛있어진다. 물론 니트(원액)로 마셔도 맛과 향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다. 다만 알코올 도수를 맞추기 위해 물을 많이 넣은 탓에 물맛이 많이 느껴지고 위스키 특유의 바닐라, 아몬드, 초콜릿 향 등은 약하다.

최근 고급 위스키와 초저가 위스키를 비교해 마셔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고급 위스키가 얼마나 더 맛있는지를.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