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인데 없어서 못 산다"…재택근무자에 인기폭발한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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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확산에 사무용 의자 인기 뜨거워
고가 의자·인테리어에 지갑 여는 소비자들
고가 의자·인테리어에 지갑 여는 소비자들
# 재택근무가 잦은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사무용 의자 구입 과정에서 고민에 빠졌다. 원하는 브랜드의 의자를 구입해도 4월께에나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A씨는 "200만원 상당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 구입을 결정했는데, 이번엔 체형에 맞는 제품은 4월께나 입고된다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재택근무족이 늘면서 고가 의자 수요가 급증했다. 당초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 재택근무와 교육 기간이 길어지면서 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
23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이 백화점에서 지난해 '허먼밀러', '바리에르' 등 고가 가구 브랜드 매출은 전년보다 60.6% 급증했다. 의자와 소파(1~2인용)가 주력 제품인 두 브랜드는 재택근무 시대 수혜를 입은 브랜드로 꼽힌다.
이는 지난해 해당 백화점 전체 리빙 매출 증가율(37.4%)를 큰 폭으로 웃돈 수치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홈오피스'를 위한 의자 마련에 소비자들이 아낌없이 돈을 쓴 결과다. A씨가 구입을 고려 중인 의자는 이른바 '네이버 의자'로 불리는 미국 모던 가구 브랜드 '허먼밀러'의 에어론 의자다. 200만원 상당의 이 의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오랜시간을 보내는 개발자와 직장인을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구글, JP모건 등 미국 유명 기업에서 사용하는 모델로 국내에선 네이버가 정보기술(IT) 업계 최초로 전 직원에게 제공하며 '네이버 의자'란 별명을 갖게 됐다.
허먼 밀러의 인기 제품들은 주문 후 몇 달 후에나 받을 수 있는 상황. 2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주문이 꾸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 인체공학 가구 브랜드 '바리에르'는 등받이가 없고 무릎을 꿇는 형태의 사무용 의자 '배리어블 밸런스' 의자가 유명하다.
주머니가 가벼운 소비자들은 국내 사무용 가구 브랜드에서 지갑을 활짝 여는 분위기다. 퍼시스그룹의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에서 지난해 40만원 중후반대 의자 'T50 에어' 제품 판매량은 50% 급증했다. 60만~100만원대 'T80' 판매량도 30% 늘어났다. 30만원 중후반대 제품 판매량은 90% 늘어 두 배 가까이가 팔렸다.
시디즈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체형, 자세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고사양 의자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소비자들은 의자를 비롯한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추세다. 지난해 현대백화점(37.4%)뿐 아니라 롯데백화점의 리빙 매출이 28%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선 리빙 장르와 프리미엄 가구 매출이 각각 22.3%, 36.4% 뛰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SNS 문화까지 확산하며 인테리어를 유명 카페처럼 꾸미는 ‘카페테리어(카페+인테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의자뿐 아니라 조명, 스피커 등 소형가전 매출이 함께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