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삼성전자의 갤럭시폰과 갤럭시워치, 갤럭시탭에 담아 쓰는 모의시험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반면 한은은 애플 아이폰에 CBDC를 담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로 기존 법정통화와 1 대 1 교환이 가능하다.

한은은 24일 발표한 ‘CBDC 모의실험 연구 사업 1단계 결과 및 향후 계획’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작년 8월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 삼성전자,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삼성SDS 자회사인 에스코어 등과 손잡고 두 단계로 나눠 CBDC 모의시험에 착수했다.

한은은 작년 8월~12월에 CBDC 제조·발행·유통 등이 구현되고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1단계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설명했다. 오는 6월 22일까지 진행되는 2단계 시험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폰 등에 내장된 온라인 지갑에 CBDC를 보관하는 기술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상황(오프라인)에서 갤럭시폰에 담긴 CBDC로 거래할 수 있는 기능도 고안할 계획이다. 국가 간 CBDC 송금시스템도 점검할 방침이다.

유희준 한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기술반장은 “CBDC를 갤럭시폰 등에 담는 것을 가정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이폰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은 없고, 애플과 협업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품 음원 게임아이템 등의 NFT(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를 CBDC로 거래할 수 있는 기술도 추진할 계획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에 대체할 수 없는 고윳값을 부여한 가상자산이다. 예술품, 게임아이템, 음원 등을 NFT로 만들 수 있다.

NFT 거래 과정에서 CBDC 활용이 늘어날 경우 관련 암호화폐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유 반장은 이에 대해 “NFT 거래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CBDC와 암호화폐 가운데 어떤 결제 수단을 선호할지 알 수 없다”며 “CBDC 발행으로 관련 암호화폐 거래가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은 CBDC 발행에 대해서는 미확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반장은 “올 하반기 금융회사와 협력해 CBDC 활용성 실험과 기술 검증을 확대 수행할 계획”이라며 “CBDC 활용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험이 마무리되고 CBDC 기능 시연회를 열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