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 완화는 2분기? 하반기?…출고대기도 줄어들까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덮친 반도체 공급난이 올해 들어선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올 2분기부터 반도체 공급난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월 초 기준 쏘렌토 하이브리드(사진)를 주문하면 14개월을 기다려야하는 ‘’최악의 출고난’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 25~26일 각각 사상최대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국내 주요 매체들은 이 점을 중심으로 기사 제목을 잡았다. 외신들의 이목을 끈 것은 따로 있다. ‘반도체 공급난’이 언제 완화할 것으로 전망하는지다. 현대차·기아는 공통적으로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아는 “하반기엔 생산량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반도체 수급 이슈를 상대적으로 잘 관리한 현대차·기아의 ‘완화’ 전망은 외신 기사의 제목으로 올라갔다.

이에 따라 최장 14개월에 이르는 인도 대기기간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이 쌓인 만큼 빠른 기간내 대기기간이 단축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월에 차량을 계약했을 때 아반떼(4~6개월), 쏘나타(3개월), 그랜저(4~7개월), 아이오닉 5(12개월), 투싼(7개월), 싼타페(2.5~8개월) 등 현대차 차종은 최대 1년이 걸린다. K5(4~10개월), K8(4~11개월), EV6(13개월), 스포티지(7~12개월), 쏘렌토(10~14개월) 등 기아 전 차종은 최대 14개월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정상화에 따라 인도 기간은 갈수록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주문이 워낙 밀려있어 확실하게 줄어든다 말하긴 어렵다”며 “올해는 생산 차질 만회를 위해 공장 가동률을 더 높일 것”이라고 했다. 기아는 올해 생산량 목표치(315만대) 달성을 위해 국내 공장 가동률을 106%, 해외 99%로 높이기로 했다. 삼성SDI는 실적 발표회에서 “하반기부터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외 기업들은 반도체 공급난이 언제 완화된다고 전망하고 있을까. 일본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르네사스는 “상반기까지 공급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량에 적용되는 차량용 반도체 양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로 가동을 멈춘 공장이 많아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독일 반도체 업체 인피니언은 “반도체 공급난이 올해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다”며 가장 보수적인 답을 내놨다. “반도체 주문을 취소한 고객사가 거의 없다”며 “물량이 부족해 공급을 해주기 어려울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완화되면 신차 출고가 원활해지며 중고차 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할부금융업체 알리파이낸셜은 내년까지 중고차 가격이 15% 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중고차 가격이 미국만큼 크게 오르진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신차 대기기간이 줄어들면 신차보다 웃돈을 주고사는 ‘A급 중고차’ 등의 가격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집중되는 신차 시장에서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현상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