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CEO 리크루팅에 대하여②[PEF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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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김수민 (UCK파트너스, 대표이사)
smk@uckpartners.com
김수민 (UCK파트너스, 대표이사)
smk@uckpartners.com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 컴퍼니가 탁월한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에 대해 심층 연구한 보고서에 인용된 한 조사에 따르면 CEO 한 사람의 역량이 그 회사 성과의 45%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반면 신임 CEO의 절반 가까이가 부임 후 첫 18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주주와 이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실패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기업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직업이 CEO이고 반대로 주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이 CEO 선임입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CEO의 자질은 실무 직원과 임원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렸고 사모펀드(PE) 포트폴리오 회사에 적합한 훌륭한 CEO 자질을 아래와 같이 열거했습니다.
① 기업가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
② 리더십과 조직 관리 능력
③ 높은 자존감과 철저한 자기 관리
④ 성공의 트랙 레코드
⑤ 업종 전문성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
⑥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서 완전함을 추구
오늘은 그 중 몇 가지에 대하여 좀 더 상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① 기업가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
훌륭한 CEO의 자질을 가진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나 훌륭한 CEO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PE 포트폴리오 회사 CEO에게 요구되는 자질 중 일반 기업 CEO의 그것과 다른 점이 존재한다면 가장 큰 것이 아마 기업 가치에 대한 이해일 것입니다. 기업의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고 매겨지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PE 포트폴리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마치 시험 과목과 채점 기준도 잘 모르고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나 운동 선수가 게임의 룰도 모른 채 시합에 임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분은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하시다가 PE가 투자한 중견 제조업체의 CEO로 부임했습니다. 부임 후 이 분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일이 회사 소유 땅의 용도를 변경해 그곳에 본사 건물을 신축하고 신공장을 증축하는 일이었습니다.
영업 전문가답게 네트워크를 동원하고 좋은 명분을 내세워 결국 관련 부처와 지자체를 설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그 땅에 공장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지자체에서 보조금까지 약속받았습니다. 그 분은 그 일로 자신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엄청나게 높였다고 믿으셨죠. 종종 공석과 사석에서 용도 변경으로 인한 부동산 가치만으로도 회사의 가치가 얼마 이상은 올라갔다고 하면서요. 멋진 첨단의 신공장 건설이 직원들에게 비전과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에 그 또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반면 공장 증설 후 늘어난 생산 설비의 가동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냐는 주주의 질문에는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시지 못하면서 공장을 멋있게 잘 지어 놓으면 영업도 더 잘 될 것이니 나중에 열심히 수주를 해서 채우면 된다고 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그 분의 그런 노력이 나중에 상장이나 매각을 할 때 회사의 가치 평가에는 별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주식 시장이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에쿼티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회사의 가치는 현재 얼마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지와 그 수익에 회사의 기술력이나 미래 성장성을 감안해 얼마의 배수(multiple)를 쳐 줄지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부동산은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환금성이나 유동성이 없는 부동산은 지분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에쿼티 투자자는 부동산 투자자와는 자금의 성격, 투자 기간과 기대수익률, 운용역들의 배경이나 출신 면에서 완전히 다른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부동산의 가치를 쳐주기는커녕 공장을 짓기 위해 부채를 조달하면서 악화된 회사의 재무 구조, 영업이 잘되지 않아서 신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진 점을 회사의 리스크라고 보고 오히려 밸류에이션을 디스카운트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분은 자신이 회사를 위해서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대단한 성과를 냈는데 주주가 인정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몹시 서운하다고 했습니다. 저도 공감을 했던 것이 다른 오너들 같았으면 그 일로 특별 포상을 주었을 수도 있었을테니까요. 문제는 그 CEO께서 기업 가치 평가에 대하여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죠.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알고 보니 평가에 배점이 없는 과목에 매달려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셈이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대기업에 오래 근무했던 분들이나 영업 또는 연구개발 등 기업의 특정 분야에서만 오래 커리어를 쌓아오신 분들 중 실제로 이런 실수를 범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영업 출신이 매출을 키우면 기업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거나 CFO 출신이 비용 절감이야말로 CEO로서 역할을 잘하는 거라고 쉽게 생각하는 식입니다.
제가 아는 주주 경영진들 중에 회사의 제품이 희소성이 있고 가격이 비싸야 회사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믿는 분이 있었습니다. 제품의 가격대가 높은 것과 기업 가치가 높은 것을 동일시했다고나 할까요? 그러다보니 성장성과 재무 지표가 탁월함에도 저렴한 가격대로 대중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을 무시하고 깔보는 반응을 보이곤 했고, 속된 말로 '저런 싼티 나는 회사들의 가치'가 어떻게 그렇게 높은지 이해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업가치를 키우는 것이 자신의 최대 목표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브랜드의 희소성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해서 영업과 사업 확장에 소극적이었고, 그로 인해 회사의 성장 잠재력이 발현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품과 품질에 대해서는 업계 최고의 전문가지만 PE 포트폴리오 회사의 CEO로서 적합한 분은 아니었던 겁니다.
최근에 많이 변화하고 있긴 하지만 그동안 한국의 기업 세계에서는 CEO나 임원들이 '기업가치'를 최대 목표로 삼아 경영하는 환경이 흔치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대한 이해와 인지를 정확히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CEO 후보들을 탓할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확한 가이던스를 줘야하는 PE 주주들의 책임과 몫이 더 큽니다.
하지만 주주인 PE 운용사가 기업가치를 어떻게 올릴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정확치 않은 상태로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주주가 CEO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한 가이던스를 주지 못하면 CEO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에만 근거해서 회사를 경영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② 리더십과 조직 관리 능력
CEO의 최대 덕목은 리더십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리더십이란 조직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서 목표를 달성해내는 능력입니다. 조직에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며 적재 적소에 인적·재무적 리소스를 배분하고, 조직원들의 인센티브를 주주와 얼라인한 다음에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부여하는 일은 난이도가 아주 높은 업무입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CEO의 임무는 그 자체로서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영업을, 구매를, 재무를, 마케팅을 잘하는 것과는 아예 종목이 다릅니다. PE 포트폴리오 회사에 CEO로 부임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거기서 난도가 한 단계 더 올라갑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던 회사가 PE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조직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새로운 주주와 경영진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같은 조직에서 오래 봐왔던 보스가 아니라 외부에서 새로 부임한 CEO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혼란스럽기는 조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빨리 실적을 내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강압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고 해서 직원들이 따라주진 않습니다. 조직원들의 마음을 꿰뚫고 헤아리고 움직일 수 있는 매우 차원 높은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③ 높은 자존감과 철저한 자기 관리
훌륭한 CEO가 되기 위해서는 자존감이 높아야 합니다. 자존감이 높다라는 말과 자존심이 세다라는 말은 유사어가 아니라 반대말에 가깝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다른 말로 자존심이 지나치게 센 CEO와 일하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나 조직원 입장에서 매우 피곤한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런 CEO는 주주나 이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이끌어가기 어렵습니다. 공연한 열등감과 피해의식으로 인해 주주의 건설적인 피드백과 지적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일쑤이며 특히 주주사의 젊은 투자팀 직원들과 프로페셔널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PE 포트폴리오 회사 CEO는 적게는 5-10살에서 많게는 20살 이상 어린 주주사의 직원들과 긴밀하게 일해야 합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이런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 거북해하고 "자존심이 상한다"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일부러 나이 어린 주주사 직원들에게 슬쩍 반말을 하거나 은근히 하대하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높은 사람이니 얕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렇게 되면 주주사 직원들 입장에서도 그 사람을 불편하게 생각하게 되고 차츰 커뮤니케이션을 꺼리게 됩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CEO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주주로부터 적시에 솔직한 피드백을 듣지 못하는 것은 CEO로서 아주 중요한 정보 채널을 스스로 날려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PE 포트폴리오 회사의 CEO는 낯선 환경과 조직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부임 초기에 불필요한 언행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받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과거에 저희와 같이 일했던 한 CEO는 부임 초기에 법인카드로 회사 일과 관련 없는 물품을 쇼핑하거나 부적절한 장소에서 사용을 한 일이 드러나면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차라리 큰 금액이면 모르겠는데 억대의 연봉을 받는 분이 불과 몇 십만원 때문에 왜 그런 큰 대가를 치르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죠. 대단히 불순한 의도라기보다는 내가 CEO인데 설마 이 정도 가지고 문제가 되겠냐는 안일함 때문에 자기관리에 실패한 케이스입니다.
과거에 저희가 선임한 다른 임원 한 분은 부임 초기에 사적인 자리에서 회사에 오래 근무한 고참 직원에게 "이 연봉을 받으면서 왜 일을 하느냐"고 하거나 "내가 이런 구멍가게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됐다"는 등 직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사기를 저하시키는 발언을 한 것이 크게 이슈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업무 파악과 조직 장악에 힘을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엉뚱한 일로 에너지를 소진하게 됐고 결국 리더십이 무너지면서 해임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지면 관계상 3가지만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나머지 3개에 대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반면 신임 CEO의 절반 가까이가 부임 후 첫 18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주주와 이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실패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기업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직업이 CEO이고 반대로 주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이 CEO 선임입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CEO의 자질은 실무 직원과 임원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렸고 사모펀드(PE) 포트폴리오 회사에 적합한 훌륭한 CEO 자질을 아래와 같이 열거했습니다.
① 기업가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
② 리더십과 조직 관리 능력
③ 높은 자존감과 철저한 자기 관리
④ 성공의 트랙 레코드
⑤ 업종 전문성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
⑥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서 완전함을 추구
오늘은 그 중 몇 가지에 대하여 좀 더 상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① 기업가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
훌륭한 CEO의 자질을 가진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나 훌륭한 CEO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PE 포트폴리오 회사 CEO에게 요구되는 자질 중 일반 기업 CEO의 그것과 다른 점이 존재한다면 가장 큰 것이 아마 기업 가치에 대한 이해일 것입니다. 기업의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고 매겨지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PE 포트폴리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마치 시험 과목과 채점 기준도 잘 모르고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나 운동 선수가 게임의 룰도 모른 채 시합에 임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분은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하시다가 PE가 투자한 중견 제조업체의 CEO로 부임했습니다. 부임 후 이 분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일이 회사 소유 땅의 용도를 변경해 그곳에 본사 건물을 신축하고 신공장을 증축하는 일이었습니다.
영업 전문가답게 네트워크를 동원하고 좋은 명분을 내세워 결국 관련 부처와 지자체를 설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그 땅에 공장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지자체에서 보조금까지 약속받았습니다. 그 분은 그 일로 자신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엄청나게 높였다고 믿으셨죠. 종종 공석과 사석에서 용도 변경으로 인한 부동산 가치만으로도 회사의 가치가 얼마 이상은 올라갔다고 하면서요. 멋진 첨단의 신공장 건설이 직원들에게 비전과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에 그 또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반면 공장 증설 후 늘어난 생산 설비의 가동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냐는 주주의 질문에는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시지 못하면서 공장을 멋있게 잘 지어 놓으면 영업도 더 잘 될 것이니 나중에 열심히 수주를 해서 채우면 된다고 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그 분의 그런 노력이 나중에 상장이나 매각을 할 때 회사의 가치 평가에는 별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주식 시장이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에쿼티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회사의 가치는 현재 얼마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지와 그 수익에 회사의 기술력이나 미래 성장성을 감안해 얼마의 배수(multiple)를 쳐 줄지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부동산은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환금성이나 유동성이 없는 부동산은 지분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에쿼티 투자자는 부동산 투자자와는 자금의 성격, 투자 기간과 기대수익률, 운용역들의 배경이나 출신 면에서 완전히 다른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부동산의 가치를 쳐주기는커녕 공장을 짓기 위해 부채를 조달하면서 악화된 회사의 재무 구조, 영업이 잘되지 않아서 신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진 점을 회사의 리스크라고 보고 오히려 밸류에이션을 디스카운트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분은 자신이 회사를 위해서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대단한 성과를 냈는데 주주가 인정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몹시 서운하다고 했습니다. 저도 공감을 했던 것이 다른 오너들 같았으면 그 일로 특별 포상을 주었을 수도 있었을테니까요. 문제는 그 CEO께서 기업 가치 평가에 대하여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죠.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알고 보니 평가에 배점이 없는 과목에 매달려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셈이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대기업에 오래 근무했던 분들이나 영업 또는 연구개발 등 기업의 특정 분야에서만 오래 커리어를 쌓아오신 분들 중 실제로 이런 실수를 범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영업 출신이 매출을 키우면 기업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거나 CFO 출신이 비용 절감이야말로 CEO로서 역할을 잘하는 거라고 쉽게 생각하는 식입니다.
제가 아는 주주 경영진들 중에 회사의 제품이 희소성이 있고 가격이 비싸야 회사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믿는 분이 있었습니다. 제품의 가격대가 높은 것과 기업 가치가 높은 것을 동일시했다고나 할까요? 그러다보니 성장성과 재무 지표가 탁월함에도 저렴한 가격대로 대중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회사들을 무시하고 깔보는 반응을 보이곤 했고, 속된 말로 '저런 싼티 나는 회사들의 가치'가 어떻게 그렇게 높은지 이해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업가치를 키우는 것이 자신의 최대 목표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브랜드의 희소성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해서 영업과 사업 확장에 소극적이었고, 그로 인해 회사의 성장 잠재력이 발현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품과 품질에 대해서는 업계 최고의 전문가지만 PE 포트폴리오 회사의 CEO로서 적합한 분은 아니었던 겁니다.
최근에 많이 변화하고 있긴 하지만 그동안 한국의 기업 세계에서는 CEO나 임원들이 '기업가치'를 최대 목표로 삼아 경영하는 환경이 흔치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대한 이해와 인지를 정확히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CEO 후보들을 탓할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확한 가이던스를 줘야하는 PE 주주들의 책임과 몫이 더 큽니다.
하지만 주주인 PE 운용사가 기업가치를 어떻게 올릴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정확치 않은 상태로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주주가 CEO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한 가이던스를 주지 못하면 CEO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에만 근거해서 회사를 경영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② 리더십과 조직 관리 능력
CEO의 최대 덕목은 리더십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리더십이란 조직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서 목표를 달성해내는 능력입니다. 조직에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며 적재 적소에 인적·재무적 리소스를 배분하고, 조직원들의 인센티브를 주주와 얼라인한 다음에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부여하는 일은 난이도가 아주 높은 업무입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CEO의 임무는 그 자체로서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영업을, 구매를, 재무를, 마케팅을 잘하는 것과는 아예 종목이 다릅니다. PE 포트폴리오 회사에 CEO로 부임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거기서 난도가 한 단계 더 올라갑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던 회사가 PE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조직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새로운 주주와 경영진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같은 조직에서 오래 봐왔던 보스가 아니라 외부에서 새로 부임한 CEO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혼란스럽기는 조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빨리 실적을 내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강압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고 해서 직원들이 따라주진 않습니다. 조직원들의 마음을 꿰뚫고 헤아리고 움직일 수 있는 매우 차원 높은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③ 높은 자존감과 철저한 자기 관리
훌륭한 CEO가 되기 위해서는 자존감이 높아야 합니다. 자존감이 높다라는 말과 자존심이 세다라는 말은 유사어가 아니라 반대말에 가깝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다른 말로 자존심이 지나치게 센 CEO와 일하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나 조직원 입장에서 매우 피곤한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런 CEO는 주주나 이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이끌어가기 어렵습니다. 공연한 열등감과 피해의식으로 인해 주주의 건설적인 피드백과 지적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일쑤이며 특히 주주사의 젊은 투자팀 직원들과 프로페셔널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PE 포트폴리오 회사 CEO는 적게는 5-10살에서 많게는 20살 이상 어린 주주사의 직원들과 긴밀하게 일해야 합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이런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 거북해하고 "자존심이 상한다"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일부러 나이 어린 주주사 직원들에게 슬쩍 반말을 하거나 은근히 하대하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높은 사람이니 얕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렇게 되면 주주사 직원들 입장에서도 그 사람을 불편하게 생각하게 되고 차츰 커뮤니케이션을 꺼리게 됩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CEO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주주로부터 적시에 솔직한 피드백을 듣지 못하는 것은 CEO로서 아주 중요한 정보 채널을 스스로 날려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PE 포트폴리오 회사의 CEO는 낯선 환경과 조직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자기관리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부임 초기에 불필요한 언행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받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과거에 저희와 같이 일했던 한 CEO는 부임 초기에 법인카드로 회사 일과 관련 없는 물품을 쇼핑하거나 부적절한 장소에서 사용을 한 일이 드러나면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차라리 큰 금액이면 모르겠는데 억대의 연봉을 받는 분이 불과 몇 십만원 때문에 왜 그런 큰 대가를 치르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죠. 대단히 불순한 의도라기보다는 내가 CEO인데 설마 이 정도 가지고 문제가 되겠냐는 안일함 때문에 자기관리에 실패한 케이스입니다.
과거에 저희가 선임한 다른 임원 한 분은 부임 초기에 사적인 자리에서 회사에 오래 근무한 고참 직원에게 "이 연봉을 받으면서 왜 일을 하느냐"고 하거나 "내가 이런 구멍가게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됐다"는 등 직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사기를 저하시키는 발언을 한 것이 크게 이슈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업무 파악과 조직 장악에 힘을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엉뚱한 일로 에너지를 소진하게 됐고 결국 리더십이 무너지면서 해임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지면 관계상 3가지만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나머지 3개에 대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