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티 코브
아난티 코브
연간 1300만 명이 찾는 동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개발사업이다. 부산 중심부에서 거리가 있는 기장군이라는 입지, 사업성 우려 등으로 투자자가 바뀌고 사업이 엎어지는 일이 10여 년간 반복됐다. 이런 상황은 2012년 랜드마크 호텔 사업자로 선정된 ‘무명’의 아난티가 2017년 아난티 코브를 개장하면서 급변했다. 고급 펜트하우스와 레지던스, 힐튼호텔 등을 갖춘 아난티 코브가 입소문을 타면서 해운대로 몰리던 콘텐츠와 관광객들이 기장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롯데그룹, GS리테일, 현대그룹 등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메종 동부산, 롯데월드, GS테마파크, 반얀트리 부산이 줄지어 개장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한라그룹 제주 대규모 개발 파트너 선정

아난티의 고급 레저 플랫폼 전략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휴부지를 가진 대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아난티 들어서고 부산 기장 상전벽해"…기업·지자체 러브콜
16일 업계에 따르면 아난티는 한라그룹의 제안으로 제주 구좌 일대 묘산봉 관광단지 개발에 참여했다. 지난해 11월 양해각서를 맺은 뒤 208만㎡ 부지에 고급 숙박·문화시설을 짓는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묘산봉 관광단지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난항 사업으로 꼽히는 프로젝트다. 1997년 시작됐지만 여러 번 좌초 끝에 2016년 사업권이 한라그룹으로 넘어왔다. 한라그룹은 최근 카카오와 공동 개발을 추진했지만 이견으로 결별했다.

한라그룹이 새로 찾은 파트너는 아난티였다. 아난티의 고급 리조트 개발 노하우가 주변 자연경관과의 조화가 중요한 제주도 사업에 잘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매력 높은 소비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아난티가 부산 기장, 경기 가평, 경남 남해 등지에서 거둔 고급화 전략 성과도 눈여겨봤다.

업계에서 꼽는 아난티의 경쟁력은 입지 선정부터 설계, 운영, 브랜드 관리까지 개발 전 부문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이다. 성공할 만한 입지를 저렴하게 사들이는 부동산 디벨로퍼이자 ‘아난티’를 국내 최고급 레저 브랜드로 유지하는 마케팅 기업이면서 호텔·리조트 운영사인 셈이다. 실제 아난티 남해는 원래 광양항을 건설하면서 나온 준설토 매립지였다. 25년 가까이 방치돼 악취와 벌레가 들끓던 곳이지만 아난티가 가능성을 발견해 국내 대표적 휴양시설로 조성했다. 수도권 아난티 코드(가평)는 설계 기간만 5년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레저 플랫폼화로 실적도 급반등

대기업뿐 아니라 영남권, 강원권 등 개발 계획을 갖고 있는 지자체들도 잇따라 아난티에 사업 제안을 하고 있다. 외부 제안과 자체 추진 중인 사업이 결합되면서 아난티가 추진하는 ‘전국 플랫폼 구축’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아난티는 2006년 남해 사업장 개장 이후 2008년 금강산 리조트를 완공했지만 개장을 앞두고 민간인 피격 사건으로 시설이 폐쇄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2017년 아난티 코브 개장까지 10년 가까이 걸린 이유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플랫폼 구축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2019년 가평 아난티 코드를 오픈한 데 이어 최근 아난티 강남(올해 내 예정), 빌라쥬 드 아난티(부산·2023년), 제주 플랫폼(2025년), 청평 플랫폼(미정)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실적도 확연한 개선 추세다. 2020년 317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359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아난티 남해 분양 전환 수익이 반영됐지만 플랫폼 확장에 따라 상시 운영 매출로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SK증권은 빌라쥬 드 아난티 분양 수익이 잡히는 내년에는 아난티가 매출 9780억원에 영업이익 2143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소득 수준 향상과 각종 자산가격 상승으로 프라이빗 리조트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리조트 개발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