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서울 매출이 개점 1년 만에 8000억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더현대서울 5층 실내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   현대백화점  제공
더현대서울 매출이 개점 1년 만에 8000억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더현대서울 5층 실내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 현대백화점 제공
여의도 더현대서울이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신기록을 썼다. 백화점에 적합하지 않은 여의도 상권이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타기팅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2월 26일 개장한 더현대서울이 지난 26일까지 매출 8005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국내 백화점을 통틀어 개점 1년간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 기간 3000만 명이 더현대서울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20대 이상 인구(약 4319만 명) 4명 중 3명이 방문한 셈이다.

더현대서울은 명실상부한 ‘MZ세대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더현대서울의 2030대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3%에 이른다. 현대백화점 다른 점포 평균(24.8%)의 두 배다. 지하 2층의 ‘MZ존’에서 한 번 이상 상품을 산 소비자는 140만 명이다. 더현대서울을 해시태그(#)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31만 개로 국내 유통시설 가운데 최다다. 방문자의 상당수는 멀리서 찾아왔다. 더현대서울 매출 중 54.3%는 점포에서 1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온 소비자들로부터 나왔다. 이 중 75%가 30대 이하다.

더현대서울이 있는 여의도 상권은 본래 백화점에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국회와 금융가가 있는 정치·금융 중심지로 거주 인구가 적고, 주말에는 사람이 없거나 시위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백화점 실적 공신으로 떠오른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도 걸림돌이 됐다. 더현대서울에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없는 이유다.

더현대서울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주요 소비층인 MZ세대 타기팅 전략을 짰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25일 발간한 책 《더현대서울 인사이트》에서 “MZ세대는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어디든 찾아갈 수 있는 소비자 층”이라며 “지역상권이 열악한 더현대서울이 MZ세대 소비자 유치에 초점을 맞춘 것은 현명한 접근이었다”고 평가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4050대 위주인 백화점 체질을 바꾸기 위해 적극 지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더현대서울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세세한 사항을 보고받지 않겠다. 임원들도 한 발 물러서 젊은 직원들의 도전을 존중하라”고 제안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지하 2층 MZ존을 내가 모르는 브랜드로 채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더현대서울은 2023년 연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면 2년10개월 만에 ‘1조 점포’ 반열에 오르게 된다. 국내 백화점 점포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지금까지 최단 기록은 개장 4년11개월 만에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