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매장 대신 대규모 실내정원이…'MZ 핫플' 된 백화점 [현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개점 1주년 맞은 더현대서울
누적 매출 8000억원 돌파
휴식공간·팝업스토어 등으로 '화제'
누적 매출 8000억원 돌파
휴식공간·팝업스토어 등으로 '화제'
"멀리 나가지 않아도 자연에 있는 느낌을 낼 수 있는 공간이라서 왔습니다. 쇼핑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닌데 둘러보다 보니 이것저것 사게 되네요."개점 1주년을 맞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이처럼 MZ(밀레니얼+Z)세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성지'이자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집객 효과를 높여 매출 역시 개점 첫해 8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거뒀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여기서 인증샷 찍어서 올리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프로필 사진 한 장 건져보려고 카메라 들고 왔습니다."
공휴일인 지난 1일 더현대서울을 찾은 대학생 박설아씨는(23) "개강을 앞두고 제대로 놀아야겠다 싶어 왔다"며 "단순한 백화점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인증샷 성지' 같은 곳이라 사진 많이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생 자녀와 함께 '사운즈 포레스트'를 방문한 회사원 정모씨(37)도 "하루만 쉬고 다음날 바로 출근해야 해서 아이와 함께 멀리 나가긴 부담스러운데 서울 도심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면서 "정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와서 아이 사진을 많이 찍어줬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 문을 열였던 더현대서울이 개점 1년 만에 여의도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오픈 당시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강조하며 전체 영업 면적(8만9100㎡)의 절반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민 게 주효했다. 공휴일인 이날 유독 방문객이 붐볐던 공간은 실내정원으로 꾸며진 더현대 서울 5층의 '사운즈 포레스트'였다. 20대 대학생 커플은 "뚜벅이 커플이다보니 근교로 가서 기분 내기는 힘든데 여의도 한복판에서 정원을 보며 얘기 나누니 기분이 새롭다. 식사와 디저트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으니 겨울 데이트 장소로 딱"이라고 귀띔했다.
개점 당시에도 큰 주목을 받았던 공간인 사운즈 포레스트는 실제로 방문객들이 유독 오래 머물렀던 공간으로 확인됐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방문객들이 사운즈 포레스트에 머문 평균 시간은 약 37분으로, 더현대서울 패션 브랜드 매장의 평균 체류시간(4분)보다 9배 이상 길었다.
더현대서울 누적 매출은 개점 1년을 맞은 지난달 26일 기준 8005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 매출 비중은 20대(15.9%)와 30대(37.6%)가 53.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30에게 인기가 좋았던 것은 화제성 높은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며 MZ세대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와 함께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이 사용하고 착용했던 의류·생활소품, 식·음료(F&B) 상품 100여 가지를 굿즈로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약 2달간 선보였다. 당시 팝업스토어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약 1000명, 일 평균 제품 판매 수량은 2000~3000개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5일 가수 박재범이 론칭한 프리미엄 소주 '원소주' 팝업스토어에도 2030 방문객이 몰렸다. 더현대 서울은 현대백화점 식품관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방문객들의 예약·대기 내역을 관리하는데 이날 대기를 신청한 팀이 1700팀에 달해 더 이상 대기 신청을 못 받는 상황이 되기도 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이 매출과 화제성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글로벌 명품 브랜드 입점에도 속도를 내 국내 대표 백화점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누적 매출 8005억원은 오픈 당시 계획했던 매출 목표(6300억원)를 약 30% 초과 달성한 것"이라며 "올해는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브랜드 입점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는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