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폐배터리, 안정성 확보 과제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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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시장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의 교체 시점인 2025년부터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배터리 사업을 위해 소재 확보, 비즈니스 확장에 나섰다. 이들은 폐배터리 ESS 재사용에 집중하고 있다. 폐배터리의 활용 가능성은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인증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폐배터리 시장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친환경’에 기여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수명이 끝나면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오염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기차에 사용되는 폐배터리를 니켈, 리튬, 산화코발트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제대로 보관·관리하지 않으면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배터리로 활용되는 리튬이온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 재사용이 가능하다. 배터리 안에 있는 금속을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 환경·경제성 측면에서 폐배터리의 활용이 필수인 셈이다.
전기차를 구동하는 배터리는 사용 주기가 7~10년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상용화가 시작된 2010년을 기점으로 2025년부터 관련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측한다. SNE리서치가 2월 21일 발간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시장 전망> 보고서는 2040년까지 관련 시장이 약 66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9년까지 8만여 개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이며, 이때 회수되는 자원의 잠재적 가치는 약 2000억원에 달한다.
기관별로 예상 규모와 시기는 차이가 있지만, 성장세는 뚜렷하다. 조윤상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폐배터리의 재활용, 재사용 분야는 2차전지 생산과 관련한 업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화학반응과 정련 등의 기술을 갖춘 화학 플랜트업체도 참여 가능한 시장이기에 산업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ESG 전운으로 재사용
폐배터리 시장은 크게 재사용, 재활용 시장으로 나뉜다. 재사용 시장의 경우 전기차에 사용하는 중·대형 전지가 중심이다. 전기차용 리튬 2차전지는 초기 용량 대비 70% 이하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면 주행거리 감소, 방전 등 운행상의 문제로 교체가 필요하다. 주로 전기차에 사용하는 중·대형 전지에는 삼원계 소재, 즉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니켈·코발트·망간(NVM) 등이 사용된다. 중·대형 전지는 고가인 코발트 함량이 낮고 차체에 레이저 용접으로 부착되어 완전 해체가 어렵기에 주로 ESS(에너지 저장장치) 전원 등으로 재사용된다.
전기차 폐차 후 배터리는 차체로부터 분리된다. 이후 세척, 외관 검사를 마치고 잔존 용량 및 안정성 분석을 마친 뒤 배터리 팩을 모듈로 분해하고 모듈을 분석한 후 활용도를 평가해 등급이 매겨진다. 이후 재조립을 통해 배터리 용도를 바꿔 사용하는 방식이다. 재사용은 해체 작업을 위한 처리 시스템, 효율성 확보, 화재 방지를 위한 안전성 확보 등이 관건이다. 배터리 손상, 효율성 저하 등으로 인해 재사용이 어려운 경우 재활용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
재활용은 폐배터리에 들어 있는 고가의 희유금속을 회수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소형 IT 배터리는 코발트 함량이 높아 코발트, 니켈 등의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배터리 제작에 사용되는 금속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리튬, 코발트 등 주요 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80% 이상이다.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원재료 가격도 같이 상승하는 추세다. 재활용 기술이 확보되면 원자재 수급에서 겪는 어려움이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제작을 위한 금속 채굴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도 저감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한다.
배터리 재활용을 위해서는 수거한 배터리를 해체한 후 물리적으로 방전시키고 파·분쇄 작업을 거친 후 자성 및 무게로 선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제련 과정을 통해 코발트, 니켈, 구리, 망간 등 다양한 소재를 추출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성일하이텍이 주목받고 있다. 폐배터리에서 코발트와 니켈을 약 96%까지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배터리 사업을 위해 소재 확보, 비즈니스 확장에 나섰다. 이들은 폐배터리 ESS 재사용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ESS 시스템을 오창공장에 설치했다. 현대글로비스 KTS모빌리티와 폐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SK이노베이션과 함께 폐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바스(Battery as a Service, BaaS) 사업도 추진 중이다.
SK온은 지난해 SK에코플랜트와 재사용 운영 협약을 체결하고 기아 니로EV에서 추출한 배터리를 통해 ESS를 구축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양극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지원을 위해 천안·울산 사업장의 스크랩 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안전 인증, 표준 마련해야
정부 차원에서도 폐배터리 사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미래폐자원거점수거센터를 설립했다. 대기환경보전법이 개정되면서 2021년 이후 구매한 전기차에 한해 폐배터리를 정부에 의무 반납하는 규정이 폐지된다. 지난 1월부터 민간에서 자유롭게 폐배터리 매각 및 유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는 전국 4개 권역에 있는 수거센터에서 잔존가치를 측정한 후 정부 보유 폐배터리를 민간에 매각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폐배터리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확대될 거라고 예상한다.
지난해 11월에 협의체 구축을 시작한 민관 협력체 ‘폐배터리 재사용 얼라이언스’ 역시 폐배터리 시장 성장을 지원한다. 얼라이언스에는 국내 배터리 3사와 현대차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얼라이언스는 배터리 재사용-재제조-재활용 등의 활용을 일원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동시에 배터리 시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에 협력하기 위해 구성됐다.
김정필 LG에너지솔루션 커뮤니케이션팀 선임은 “LG에너지솔루션은 폐배터리와 관련해 국가 표준 기술원과 관련 시험 및 인증 기준 절차에 대한 협력을 통해 KC 인증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한국전지산업협회와도 사용 후 배터리 사용에 대한 표준 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폐배터리의 활용 가능성은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인증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배터리를 회수,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의 위험성이 주요 해결 과제다. 올해 초부터 발생한 ESS 관련 화재로 안전 기준과 규제 강화가 예고됐다. 정부는 앞선 조사에서 배터리 운영·관리 미흡을 원인으로 꼽았고, 전기 요금 할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혜택 등을 대폭 축소했다. 실제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ESS 시장도 정체된 상태다. 상반기 내에 마련될 예정인 정부 규제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연구위원은 “전기차 폐배터리의 효율적 확보와 관리를 위한 분해 시설, 폐배터리의 잔존가치 중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성능평가 툴과 기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 연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기차에 사용되는 폐배터리를 니켈, 리튬, 산화코발트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제대로 보관·관리하지 않으면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배터리로 활용되는 리튬이온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 재사용이 가능하다. 배터리 안에 있는 금속을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 환경·경제성 측면에서 폐배터리의 활용이 필수인 셈이다.
전기차를 구동하는 배터리는 사용 주기가 7~10년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상용화가 시작된 2010년을 기점으로 2025년부터 관련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측한다. SNE리서치가 2월 21일 발간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시장 전망> 보고서는 2040년까지 관련 시장이 약 66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9년까지 8만여 개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이며, 이때 회수되는 자원의 잠재적 가치는 약 2000억원에 달한다.
기관별로 예상 규모와 시기는 차이가 있지만, 성장세는 뚜렷하다. 조윤상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폐배터리의 재활용, 재사용 분야는 2차전지 생산과 관련한 업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화학반응과 정련 등의 기술을 갖춘 화학 플랜트업체도 참여 가능한 시장이기에 산업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ESG 전운으로 재사용
폐배터리 시장은 크게 재사용, 재활용 시장으로 나뉜다. 재사용 시장의 경우 전기차에 사용하는 중·대형 전지가 중심이다. 전기차용 리튬 2차전지는 초기 용량 대비 70% 이하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면 주행거리 감소, 방전 등 운행상의 문제로 교체가 필요하다. 주로 전기차에 사용하는 중·대형 전지에는 삼원계 소재, 즉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니켈·코발트·망간(NVM) 등이 사용된다. 중·대형 전지는 고가인 코발트 함량이 낮고 차체에 레이저 용접으로 부착되어 완전 해체가 어렵기에 주로 ESS(에너지 저장장치) 전원 등으로 재사용된다.
전기차 폐차 후 배터리는 차체로부터 분리된다. 이후 세척, 외관 검사를 마치고 잔존 용량 및 안정성 분석을 마친 뒤 배터리 팩을 모듈로 분해하고 모듈을 분석한 후 활용도를 평가해 등급이 매겨진다. 이후 재조립을 통해 배터리 용도를 바꿔 사용하는 방식이다. 재사용은 해체 작업을 위한 처리 시스템, 효율성 확보, 화재 방지를 위한 안전성 확보 등이 관건이다. 배터리 손상, 효율성 저하 등으로 인해 재사용이 어려운 경우 재활용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
재활용은 폐배터리에 들어 있는 고가의 희유금속을 회수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소형 IT 배터리는 코발트 함량이 높아 코발트, 니켈 등의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배터리 제작에 사용되는 금속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리튬, 코발트 등 주요 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80% 이상이다.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원재료 가격도 같이 상승하는 추세다. 재활용 기술이 확보되면 원자재 수급에서 겪는 어려움이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제작을 위한 금속 채굴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도 저감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한다.
배터리 재활용을 위해서는 수거한 배터리를 해체한 후 물리적으로 방전시키고 파·분쇄 작업을 거친 후 자성 및 무게로 선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제련 과정을 통해 코발트, 니켈, 구리, 망간 등 다양한 소재를 추출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성일하이텍이 주목받고 있다. 폐배터리에서 코발트와 니켈을 약 96%까지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배터리 사업을 위해 소재 확보, 비즈니스 확장에 나섰다. 이들은 폐배터리 ESS 재사용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ESS 시스템을 오창공장에 설치했다. 현대글로비스 KTS모빌리티와 폐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SK이노베이션과 함께 폐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바스(Battery as a Service, BaaS) 사업도 추진 중이다.
SK온은 지난해 SK에코플랜트와 재사용 운영 협약을 체결하고 기아 니로EV에서 추출한 배터리를 통해 ESS를 구축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양극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지원을 위해 천안·울산 사업장의 스크랩 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안전 인증, 표준 마련해야
정부 차원에서도 폐배터리 사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미래폐자원거점수거센터를 설립했다. 대기환경보전법이 개정되면서 2021년 이후 구매한 전기차에 한해 폐배터리를 정부에 의무 반납하는 규정이 폐지된다. 지난 1월부터 민간에서 자유롭게 폐배터리 매각 및 유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는 전국 4개 권역에 있는 수거센터에서 잔존가치를 측정한 후 정부 보유 폐배터리를 민간에 매각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폐배터리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확대될 거라고 예상한다.
지난해 11월에 협의체 구축을 시작한 민관 협력체 ‘폐배터리 재사용 얼라이언스’ 역시 폐배터리 시장 성장을 지원한다. 얼라이언스에는 국내 배터리 3사와 현대차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얼라이언스는 배터리 재사용-재제조-재활용 등의 활용을 일원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동시에 배터리 시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에 협력하기 위해 구성됐다.
김정필 LG에너지솔루션 커뮤니케이션팀 선임은 “LG에너지솔루션은 폐배터리와 관련해 국가 표준 기술원과 관련 시험 및 인증 기준 절차에 대한 협력을 통해 KC 인증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한국전지산업협회와도 사용 후 배터리 사용에 대한 표준 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폐배터리의 활용 가능성은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인증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배터리를 회수,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의 위험성이 주요 해결 과제다. 올해 초부터 발생한 ESS 관련 화재로 안전 기준과 규제 강화가 예고됐다. 정부는 앞선 조사에서 배터리 운영·관리 미흡을 원인으로 꼽았고, 전기 요금 할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혜택 등을 대폭 축소했다. 실제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ESS 시장도 정체된 상태다. 상반기 내에 마련될 예정인 정부 규제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연구위원은 “전기차 폐배터리의 효율적 확보와 관리를 위한 분해 시설, 폐배터리의 잔존가치 중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성능평가 툴과 기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 연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