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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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3만5000달러를 돌파했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4%를 기록한 데 힘입었지만 물가 상승과 원화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덕도 봤다. 한국은행은 안정적 성장을 이어간다면 수년 안에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올해 국민소득 흐름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본지 2021년 12월 6일자 A1·4면 참조

최정태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이 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지난해 국민소득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정태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이 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지난해 국민소득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1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168달러(약 4024만7000원)로 전년(3만1881달러)보다 10.3% 뛰었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으로 국민 생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 지표다.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로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1994년(1만357달러)에 1만달러를 돌파했다. 2006년(2만1664달러)에 2만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17년(3만1734달러)에는 3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2018년(3만3564달러)까지 뜀박질하던 국민소득은 이듬해인 2019년(3만2204달러)과 2020년(3만1881달러)에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년 만에 큰 폭 반등한 것은 이를 구성하는 경제성장률(실질 기준), 물가(GDP디플레이터 등), 원화 가치 등 지표가 모두 전년 대비 크게 높아진 결과다. 국민소득 지표는 명목 기준 달러 단위로 표시돼 물가와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덩달아 국민소득도 늘어난다.

지난해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3.0% 상승했다. 작년 실질 경제성장률은 4.0%로 2010년(6.8%)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국민 경제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는 2.3%로 나타났다. 실질 성장률에 물가를 반영한 명목 성장률은 지난해 6.4%를 기록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弗 시대…"수년내 4만弗 돌파"
단순 계산으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7313달러로 추정된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3.0%)과 소비자물가 상승률(3.1%) 전망치에 원·달러 환율(1144원40전)이 작년 평균과 같다는 전제로 추산한 수치다.

하지만 올해 국민소득 3만7000달러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원화 가치가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올 들어 이날까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96원50전이다. 작년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4.6% 떨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성장률 흐름이 지지부진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을 놓고 장밋빛 분석도 나온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하고 꾸준하게 성장한다면 수년 내에 4만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향후 성장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등을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한은은 2021~2022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사상 최저인 2.0%로 추산했다. 금융연구원은 잠재성장률이 꾸준히 하락해 2030년 0%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이 조만간 아시아의 경쟁국인 대만에 밀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대만은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3638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3만5759달러로 전망된다. 대만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한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