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대형 패션기업들은 최근 자사몰 강화로 패션플랫폼 의존도를 낮춰가고 있다. 패션플랫폼의 힘이 더 막강해지기 전에 대응 카드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자사몰에서 구매 패턴 등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10% 수준인 온라인 매출 비중을 2~3년 안에 30%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한섬은 스포츠 문화 콘텐츠 기업 왁티에 53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왁티의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해 골프웨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단순히 옷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에 20~30대를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이전까지 대형 패션업체는 온라인 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프라인 로드숍이나 백화점 매장 중심의 판매 방식을 고수하느라 온라인 대응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온라인 쇼핑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대형 패션기업의 사고 회로를 바꿔놨다”며 “이제 온라인 쇼핑몰이 없는 패션회사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자사몰 SSF샵에 ‘세사페 다이버’라는 커뮤니티 공간을 개설해 이용자들이 패션과 관련한 콘텐츠를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리뷰’ 자체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소비자들은 인플루언서처럼 사진 후기를 올리고 패션과 관련된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다.

무신사와 손잡고 상품을 판매했던 패션 회사들은 대부분 자사몰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유통 구조를 바꾸고 있다. 구두업체인 금강제화는 2020년 온라인 패션 플랫폼 ‘OCO’를 만들었다. 판매 상품을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