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들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총판매액(GMV·거래액)이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다. ‘시즌 오프’ 상품은 많게는 70~80%씩 할인가로 판매되는데 거래액은 정상가를 근거로 산출하는 식이다. 트렌비, 머스트잇, 발란 등 소위 명품 플랫폼도 투자 유치와 기업공개(IPO)를 위해 거래 규모를 키우는 데 혈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패션 플랫폼 '거래액 거품' 논란…할인판매를 정상가로 산출
무신사만 해도 거래액의 산출 근거가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단순 규모만 밝힐 뿐이다. 16일 무신사에 따르면 2020년 1조2000억원이던 거래액은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100% 가까이 급증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신생 플랫폼은 기존에 없던 시장을 개척했다는 것과 수많은 셀러들을 소비자와 연결해줌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따라 상장 여부가 결정된다”며 “패션 플랫폼은 주로 거래액으로 평가되는데 산출 기준도 모른 채 업체가 발표하는 숫자만 믿으라는 것은 투자자 보호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패션 플랫폼들이 자체 브랜드(PB) 판매액을 GMV에 포함시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무신사는 PB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판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매출 3319억원에서 중개 수수료 매출은 1227억원이다. 나머지는 PB 매출과 일부 사입(무신사가 브랜드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판매) 매출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엄밀한 의미로 플랫폼의 가치를 산정하려면 수수료 매출만으로 거래액을 산출해야 한다”며 “수수료를 30%로 가정하면 거래액은 4000억원가량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쿠팡이나 이마트 등 유통 기업들은 대형 납품업체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PB를 한정된 범위에서 활용한다”며 “이에 비해 판매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는 패션 플랫폼은 잘 팔리는 디자인 제품을 대량으로 PB로 만들어 가격 우위 효과를 누리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W컨셉도 ‘프런트로우’ 등의 PB 제품 판매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액 거품 논란은 명품 플랫폼에도 해당한다. 지난해 광고비 집행 상위 50위에 패션·명품업계에선 발란(지난해 10, 11월)과 트렌비(지난해 9, 10월)만 목록에 올랐다. 각각 두 달간 55억원, 52억원을 TV 광고에 쏟아부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은 병행수입업체들의 판매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것”이라며 “지속적인 가품 논란에 잘 팔리는 상품은 해당 브랜드를 소유한 해외 업체가 병행수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등의 위험이 있음에도 투자 유치를 위해 거래액 늘리기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휘/노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