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가동에 들어가는 농심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제2공장에서 현지 직원이 신라면을 시험 생산하고 있다.  /농심 제공
다음달 가동에 들어가는 농심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제2공장에서 현지 직원이 신라면을 시험 생산하고 있다. /농심 제공
농심이 다음달 미국 2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미국 라면 시장 선두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 연간 8억5000만 개의 생산능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지켜온 일본 도요스이산, 2위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일본 닛신 등과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각오다. 농심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 매출을 2025년까지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키우고,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다.

○일본 라면보다 비싼 가격에도 ‘불티’

농심, 美 2공장 가동…'북미 1위' 日 잡는다
농심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에 지은 로스앤젤레스(LA) 2공장을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17일 밝혔다. 2만6800㎡ 규모의 LA 2공장은 용기면 2개, 봉지면 1개 고속 라인을 갖춰 연간 3억5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2공장이 가동되면 미국 현지 생산능력은 2005년에 가동을 시작한 1공장을 포함해 연간 8억5000만 개에 달한다. K푸드 인기로 1공장 생산량이 현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그동안 국내 물량을 미국에 보내왔으나 2공장 가동으로 수급에 숨통이 트였을 뿐 아니라 공격적 현지 마케팅도 가능해졌다.

농심 관계자는 “2공장 가동에 따른 공급량 확대가 시장 공략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매년 20%대 성장률을 달성해 2025년까지 북미 시장 매출을 8억달러(약 9725억원)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연간 50억 개가 넘는 라면을 먹는 세계 6위 라면 소비 국가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1조5000억원 수준. 농심은 일본의 도요스이산에 이어 닛신과 2위 자리를 두고 각축 중이다. 2017년 15% 수준이었던 농심의 점유율은 K푸드 열풍을 타고 최근 20% 중반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농심의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 매출은 2019년 2억5400만달러(약 3080억원)에서 지난해 3억9500만달러(약 4800억원)로 55.5% 급증했다.

농심의 미국 시장 공략은 프리미엄 제품인 신라면 블랙이 이끌고 있다. 신라면 블랙의 지난해 미국 시장 매출은 3200만달러(약 390억원)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라면을 간식이 아니라 한 끼 식사로 여기는 미국 시장 소비자 특성 덕에 신라면 블랙은 경쟁사인 일본 라면에 비해 여섯 배 이상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매출 50% 해외에서 올리겠다”

농심은 2공장 가동을 계기로 중남미 시장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멕시코가 첫 타깃 국가다. 멕시코의 라면 시장은 연간 4억달러(약 4860억원) 규모로 일본의 저가 라면이 시장을 점하고 있다. 농심은 고추 소비량이 많고, 매운맛을 좋아하는 멕시코 소비자 특성을 고려할 때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년 내 멕시코 시장에서 톱3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초 전담 영업조직을 신설하고, 신라면 등 주력 제품 외에 멕시코 식문화와 식품 관련 법령에 맞춘 전용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 공장을 세운 이후 LA 2공장까지 전 세계에 6개 생산기지를 가동하고 있다. 안정적인 생산·공급체계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신동원 농심 회장도 해외 시장에 남다른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회장 취임과 함께 내놓은 취임사에서 “글로벌 라면 기업 5위라는 성과에 선대 회장께서는 나름 만족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글로벌 1위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농심 관계자는 “해마다 두 자릿수 글로벌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 수년 내 현재 4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