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있는 고든램지버거. /김범준 기자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있는 고든램지버거. /김범준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있는 고든램지버거. 평일인데도 매장 앞엔 예약 손님과 현장 대기 손님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올해 1월 문을 연 고든램지버거는 세계 네 번째 매장이자 아시아 최초 매장으로 개점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비싼 가격도 논란이 됐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매장을 찾는 이들로 고든램지버거의 주말 점심시간 예약은 5월 말까지 꽉 찼다.

‘초고가 햄버거’로 유명해진 1966 버거를 비롯해 대표 메뉴인 포레스트 버거와 헬스키친 버거, 비건을 위한 베지 버거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메뉴는 1966 버거. 1966년생인 고든 램지의 출생 연도를 따서 이름을 지은 시그니처 메뉴다. 향부터 달랐다. 진한 트러플 향이 코를 찔렀다. 두툼한 고기 패티에 살짝 익힌 얇은 살치살을 추가로 얹은 게 1966 버거의 가장 큰 특징. 고기는 모두 한우 1++다.

햄버거라기보다는 스테이크를 먹는 느낌이었다. 두꺼운 고기 패티의 식감과 진한 트러플향이 어우러져 마치 고급 레스토랑 요리를 맛보는 듯했다. 다만 빵과 패티, 치즈, 채소 등 재료의 조화를 중시하거나 햄버거 본연의 맛을 원한 이들은 실망할 수도 있는 맛이었다. 함께 나온 트러플 파르메산 프라이즈는 훌륭했다. 트러플향이 강한 크림소스에 찍어 먹으니 입 속 가득 트러플향이 퍼졌다. 감자튀김은 식어도 맛있었다.
고든 램지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요리사다.
고든 램지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요리사다.
두 번째로 나온 포레스트 버거는 반숙으로 익힌 계란 프라이가 들어간 게 특징이다. 햄버거를 반으로 자를 때 계란 노른자가 터져 흐르는 모습이 입맛을 자극한다. 고기 맛이 강한 1966 버거와 달리 전체적으로 맛의 밸런스가 좋았다. 짭짤한 맛이 나는 소스와 루콜라가 느끼한 맛을 잡아줬다. 포레스트 버거는 고든램지버거를 찾는 소비자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메뉴로 꼽힌다.

헬스키친 버거에는 구운 토마토와 아보카도가 듬뿍 들어간다. 여기에 할라페뇨와 매콤한 소스가 가미돼 전체적으로 매운맛이 감돈다. 아보카도를 비롯한 다른 재료들이 매운맛을 잡아줘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이들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다. 토마토 맛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토마토를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베지 버거는 비건을 위한 메뉴다. 고기 패티 대신 식물성 대체육으로 유명한 비욘드 미트 패티가 들어간다. 치즈도 우유가 아니라 코코넛 오일로 만든 비건 치즈를 사용했다. 베지 버거는 고기를 넣어 만든 일반 햄버거와는 맛이 조금 달랐다. 대체육 패티가 고기 맛을 흉내 내긴 했지만 식감과 향을 완전히 재현하지는 못했다.

고든램지버거의 최대 약점은 가격이다. 가장 비싼 1966 버거는 무려 14만원. 다른 버거 메뉴는 단품 가격이 2만원대 후반에서 3만원대 초반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선 세트 메뉴를 네댓 개 시킬 수 있는 가격이다. 수제 버거로 유명한 ‘다운타우너’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보다도 두 배 이상 비싸다.

가격에 대한 생각은 고든램지버거를 어떤 음식점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든램지버거는 스스로를 패스트푸드 전문점이 아니라 하이엔드 레스토랑으로 정의한다. “고든램지버거는 단순한 햄버거가 아니라 고급 요리”란 얘기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